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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소화포부터 배터리셀 덮는 캡슐까지…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의 진화

2026.08.12. 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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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 유입과 화염 확산을 억제하는 질식소화포부터 배터리 하부에 직접 물을 분사하는 장비, 화재 차량을 수조에 담그는 방식까지 다양한 기술이 현장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열화상 카메라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거나, 아예 배터리팩 내부에 부착했다가 화재가 시작되면 바로 반응하는 화재 감응형 캡슐까지 등장했다.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의 초점이 단순히 ‘화재 진압’에서 ‘열폭주 확산 방지 및 화재의 조기 진압’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2024년 8월 8일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인천 서구 한 자동차공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동아일보
2024년 8월 8일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인천 서구 한 자동차공업소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동아일보

물만 뿌려서는 어렵다…열폭주가 만든 새로운 화재 대응 과제

전기차 화재가 일반 차량 화재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 때문이다. 배터리 셀에 충격이나 내부 단락, 과열 등이 발생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주변 셀로 열이 전달되는 이른바 ‘열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한다.

배터리팩은 수백~수천개의 셀이 밀집된 구조이기 때문에 하나의 셀에서 시작된 화재가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외부 불길을 잡은 이후에도 배터리 내부에 높은 열이 남으면, 다시 온도가 상승하면서 재발화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빠른 진화가 필수다.

문제는 배터리팩이 차량 하부의 견고한 구조물 내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것만으로는 배터리 내부의 열원을 직접 냉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양의 소방용수가 필요하거나, 장시간 화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같은 전기차 화재의 특성에 맞춰 대응 방식과 기술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질식소화포부터 하부주수·이동식 수조까지 등장

현장에서 비교적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장비 가운데 하나가 ‘질식소화포’다. 고온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의 대형 포를 차량 전체에 덮어 화염과 연기 확산을 줄이는 방식이다.

질식소화포로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는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울산소방청
질식소화포로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는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 출처=울산소방청

특히 지하주차장처럼 차량이 밀집된 장소에서 주변 차량이나 시설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억제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연기와 유해가스가 주변으로 퍼지는 범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배터리 셀 내부에서 진행되는 열폭주 자체를 질식만으로 완전히 멈추기는 어렵다. 질식소화포는 열폭주를 견디면서 주변으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해당 장비는 화재 확산을 통제하고 소방대원이 추가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냉각하기 위한 ‘하부 주수 시스템’도 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가 대부분 차량 바닥에 위치한다는 점에 착안해 차량 아래로 장비를 밀어 넣고 배터리팩 방향으로 냉각수를 집중 분사하는 방식이다.

DL이앤씨가 개발한 ‘하부 주수형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 출처=DL이앤씨
DL이앤씨가 개발한 ‘하부 주수형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 / 출처=DL이앤씨

일반적인 외부 주수보다 열원에 가까운 곳을 냉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일부 장비는 고압수를 사용하거나, 배터리팩 주변 특정 위치를 집중적으로 냉각하도록 설계된다.

다만 차량마다 배터리팩 구조와 보호판 위치가 달라 모든 전기차에서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소방대원이 차량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한 위치에 장비를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재 차량을 아예 물속에 넣는 ‘이동형 수조’도 최근 활용되는 전기차 화재 대응 수단 가운데 하나다. 임시 수조를 설치한 뒤 화재 차량을 옮겨 담아 배터리를 장시간 냉각하는 방식이다.

소방당국이 이동형 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 출처=괴산소방서
소방당국이 이동형 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 출처=괴산소방서

재발화 위험이 있는 차량을 일정 시간 격리하면서 온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형 장비 설치와 차량 이동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화재 현장에서 즉시 활용하기는 어렵다. 화재 진압 이후 차량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잔존 열을 관리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AI가 화재 찾고 로봇이 접근…‘사람보다 먼저 대응’

최근에는 소방 장비 자체뿐만 아니라 화재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도 중요한 기술 경쟁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일환으로 AI를 활용해 화재 징후를 포착하고 로봇을 활용해 대응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예컨대 열화상 카메라와 연기 감지 센서, AI 영상 분석을 결합해 주차된 전기차나 충전시설 주변에서 발생하는 이상 온도와 연기를 조기에 포착하는 방식이다. 기존 화재감지기가 연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열을 감지한 이후 작동했다면, AI 기반 시스템은 영상과 온도 데이터를 분석해 화재 전조를 보다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위험한 상황에서 투입할 수 있는 무인 소방장비의 개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소형 로봇은 차량 하부까지 이동해 냉각수를 분사하거나, 화재 차량 가까이에서 열원을 추적하며 소방대원의 안전 확보를 돕는다.

충남 금산군 생활폐기물 처리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된 무인소방로봇 ‘단비’가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 출처=충남소방본부
충남 금산군 생활폐기물 처리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된 무인소방로봇 ‘단비’가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 출처=충남소방본부

이 같은 기술이 확대되면, 향후 전기차 충전시설이나 대형 주차장에서 ‘감지-경보-초기 진압’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 소방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 시설 자체에서 화재 초기 단계부터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재가 커지기 전에 배터리팩 내부에서 막는다

최근에는 열원인 배터리팩 내부 배터리 셀에 화재 대응 기술을 적용, 빠른 진화를 돕는 제품도 상용화를 시작해 주목받는다. 기존 기술 대부분이 화재가 발생한 차량 외부에서 불길을 통제하거나 배터리를 냉각하는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방식은 열폭주가 시작되는 배터리 셀에 직접 작용해 초기 화재를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내 배터리 화재 안전 솔루션 기업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 ‘ANT’가 이러한 접근법을 적용한 사례다. ANT는 배터리 셀 주변에 화재 감응형 소화 캡슐을 직접 덮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배터리에서 이상 발열이나 화재가 발생해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캡슐이 반응해 소화약제를 즉시 방출한다.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전기적인 센서나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 온도에 반응해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사고나 화재로 차량 전원이 차단된 상황에서도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파이어킴ES는 약 10년간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을 개발한 뒤 올해 1분기부터 ANT 양산에 들어갔다. 현재 국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모빌리티용 배터리팩 프로젝트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로봇과 산업용 배터리, 방산용 배터리 플랫폼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검증도 진행하고 있다.

외부 장비가 화재 확산 이후 피해를 통제한다면, 배터리 내부 소화기술은 하나의 셀에서 시작된 이상이 주변으로 번지기 전에 빠르게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이처럼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화재 발생 이후 많은 물을 투입해 진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상 징후를 더 빨리 감지하고, 열원이 있는 곳에 보다 정확하게 접근하며, 열폭주가 확산되기 전에 배터리 내부에서 차단하는 방향이다.

전기차 화재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향후 ESS와 물류로봇, 산업용 장비, UAM, 방산 등 고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활용 영역이 넓어질수록 제품 수명뿐만 아니라 화재 등 이상 상황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도 제품 경쟁력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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