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머노이드 기업 피규어가 지난 1일 자사 로봇 피규어 03이 사다리를 오르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로봇이 손잡이를 잡고 짧은 사다리를 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창업자 브렛 애드콕은 엑스(X) 게시물에서 “피규어 03이 이제 완전 자율로 사다리를 오를 수 있다”며 원격 조종이나 미리 짜 둔 순서 없이 자체 AI 헬릭스로 등반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피규어는 이번 등반의 성공률과 기술적 상세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다리 등반은 휴머노이드 로봇에게 까다로운 동작으로 꼽힌다. 균형을 계속 조정하면서 팔과 다리를 동시에 협응시켜야 하고, 주변 구조물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는 동안 잡을 위치와 디딜 위치를 연속으로 결정해야 하며, 균형을 잃은 순간에도 자세를 되찾아야 한다. 평지 보행보다 전신 제어 능력을 폭넓게 시험하는 과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번 시연은 헬릭스 시스템 0 모델의 최근 업데이트에 이어 나왔다. 기존 버전은 고유수용감각, 즉 로봇 자신의 몸 위치와 움직임에 대한 내부 인식에만 의존했다. 업데이트판은 로봇에 장착된 스테레오 카메라 입력을 추가해 주변을 3차원으로 파악하면서 자신의 자세를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두 렌즈의 시차로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피규어는 이 모델을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강화학습으로 훈련했다고 밝혔다. 강화학습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행동을 개선하는 학습 방식이다. 훈련에는 바닥 높낮이와 장애물 배치를 무작위로 섞은 지형을 사용해, 어떤 자세에서도 균형을 되찾는 행동을 익히게 한다. 시각과 고유수용 정보를 하나의 모델이 바로 모터 출력으로 변환하는 엔드투엔드 방식으로, 인식과 제어를 별도 모듈로 나누는 기존 구조와 다르다. 학습된 행동은 추가 보정 없이 실제 로봇에 옮겨진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로봇비트는 같은 방법론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구글 딥마인드, 1X 테크놀로지스 등 물리 AI 분야 전반의 성능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
시연 시점에 피규어는 생산 규모를 늘리고 있다. 회사는 피규어 03 생산을 하루 1대에서 시간당 1대로 확대했고 350대 이상을 납품했다. 피규어 03은 BMW 스파르탄부르크 공장에서 물류 시퀀싱 작업에 투입됐으며, 같은 시설에서 추가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로봇이 공장과 창고의 입체적 작업 공간에 접근하려면 계단과 사다리, 고르지 않은 지면을 스스로 넘어야 하는데, 이번 등반은 평평한 바닥의 반복 작업에서 다면 지형 이동으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과정의 한 단계라는 게 로봇비트의 설명이다.
이번 결과가 산업 현장에 그대로 통용되려면 넘어야 할 조건이 남았다. 피규어는 여러 차례 시도 중 성공률과 테스트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고, 공구나 부품을 든 채 등반할 때의 성능도 확인되지 않았다. 무거운 물건을 든 등반은 균형과 파지에 다른 조건이 걸리기 때문에, 실제 작업장에서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지가 상용화의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다리와 계단, 고르지 않은 지면이 섞인 환경을 평가하는 산업 고객에게 이번 시연은 방향성을 보여 주는 수준이며, 현장 조건에서 반복과 안전을 입증해야 운영상 의미를 얻는다는 게 로봇비트의 진단이다.
자세한 내용은 로봇비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브렛 애드콕(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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