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박진완 KIMST 산업진흥본부장이 그리는 해양수산 창업 생태계
우리나라는 국토 3면이 바다로 둘러 쌓여 있음에도 해양수산 분야는 여전히 창업 문턱이 높다. 바다 특유의 거대성과 고위험성 탓에 현장 실증(PoC)이 까다롭고, 기술 개발과 검증에도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 원장 전재우)은 이 분야에서 연구개발(R&D)과 인재양성, 창업, 투자, 사업화를 한데 잇는 전담기관으로 해양 창업 생태계를 뒷받침해 왔다. 박진완 KIMST 산업진흥본부장을 통해 그간의 성과와 과제, 해양수산 창업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을 들어본다.
R&D 성과 확산에서 산업 진흥 싱크탱크로
KIMST 산업진흥본부는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법 시행령’ 제21조에 따라, 해양수산 R&D의 기획·평가·관리와 인재양성, 개발 기술의 이전·사업화 지원을 담당한다. 창업기업 발굴·육성, 기업 전용 사업화 R&D 평가·관리, 연구인프라 공동활용 지원 등도 이 기관의 역할이다.
박진완 본부장이 이끄는 산업진흥본부는 R&D 성과 확산과 기술사업화에서 출발해 해양수산 산업 진흥 정책을 기획하는 싱크탱크로 역할을 넓혔다. 창업 붐 조성, 중소기업 R&D·사업화 자금 지원, 투자유치, 연구인프라 공유 등이 이 본부 업무에 속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혁신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해양수산 R&D와 기업 데이터를 자산화하고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기업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KIMST의 차별점으로 ‘유일성’을 꼽는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의 창업지원사업이 늘고 수행 기관도 많아졌지만, 해양수산 분야에서 R&D와 인재양성, 창업, 투자, 사업화를 모두 아우르는 곳은 KIMST가 유일하다”고 말한다.
KIMST는 해양수산부가 ‘해양수산 창업투자 활성화 전략’에 따라 지정한 해양수산 창업투자 전담기관이기도 하다. 지원 대상은 친환경 첨단선박, 스마트 블루푸드, 해양레저관광,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등 5대 신산업과 수산·항만 등 전통산업 혁신 분야이며,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 체계를 갖췄다.
예비창업부터 성장기까지, 단계별 지원
예비창업 단계부터 지원이 시작된다. 창업설명회로 예비창업자를 돕고, 창업콘테스트로 유망 아이템을 발굴해 창업 붐을 조성한다. 창업 초기 기업에는 전용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전문 액셀러레이터(AC)를 선발해 특화 보육을 맡긴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해양수산 모태펀드를 활용한 민간 투자유치 지원과 ‘예비오션스타기업’ 지정 제도를 제공한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는 2015~2017년 농수산식품 창업 콘테스트로 출발해 2018년 ‘수산창업 콘테스트’로 독립했고, 2019년 지금의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로 확장됐다. 지금은 해양수산 분야의 대표 창업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2018~2024년 아이디어 부문 수상 25개 팀 중 11개 팀(44%)이 창업으로 이어졌고, 사업화 부문 수상 32개 팀 가운데 31개 팀(약 97%)이 폐업 없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상 기업들은 정부지원사업 우선 선정, 민간 투자유치 등 후속 성과로도 연결됐다.
대표 사례는 2018년 대상 기업인 ‘스타스테크’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로 해양수산 신기술 인증과 혁신제품 지정을 받았고, 2023년 ‘예비오션스타’로 지정됐다. 공공과 민간 판로를 함께 넓히며 지난 해 25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2021년 수상 기업인 ‘해양드론기술’은 드론 기반 해상 배송·어군 탐지 기술을 보유한 곳으로, 2023년 예비오션스타 지정에 이어 2025년 매출 30억 원을 달성했으며 올해 글로벌 진출이 기대된다.
박 본부장은 해양수산 창업의 특수성으로 ‘현장 실증의 어려움’과 ‘높은 창업자금’을 들었다. 그는 “친환경 선박, 스마트 양식, 해양바이오 대부분이 장기간의 기술 개발과 고가 장비, 실증 비용을 필요로 한다”며 “IT·SW 분야 창업과 달리 사업화를 위해 현장 실증이 필수여서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역 기반 테스트베드 같은 실증 인프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넘어서기 어려운 문턱이다. 그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지만, 단기 성과를 내기 어려운 해양수산 스타트업은 민간 투자유치도 원활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대/중견기업과 연결하는 오픈이노베이션
KIMST는 2023년 하이트진로를 시작으로 국내 대표 조선사,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이랜드팜앤푸드 등과 오픈이노베이션 지원사업을 펼쳐 왔다. 대/중견기업의 해양수산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스타트업에는 실질적인 기술 협력과 판로 개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수요가 커지자 KIMST는 2024년부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와 손잡고 이를 필드형 사업으로 공동 추진했다. 2024년 시범사업을 토대로 2025년에는 수요기업을 4곳에서 7곳으로 늘렸다. HD현대삼호, 현대건설, 인천항만공사에 더해 한화오션, 롯데중앙연구소,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등이 수요기업으로 새로 참여했고, 지원 범위도 선박·항만 중심에서 수산·바이오까지 확장됐다. 선정 스타트업에는 대/중견기업과의 밋업 기회와 함께 실증(PoC) 자금을 최대 3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KIMST는 2023년부터 신한은행, 수협은행, 기업은행에서 상생협력기금을 순차적으로 출연받아 민간 주도형 창업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해양수산부 출연금을 위탁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연간 약 90억 원 규모의 창업투자 사업을 운영하지만,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매년 늘어나는 데 비해 정부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민간 기금은 어촌 현장에 필요한 기술을 보급하거나 청년 창업을 활성화하는 등 수요가 크고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을 유연하게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KIMST는 2025~2026년 기업은행에서 12억 원의 대·중소 상생협력기금을 출연받아 ‘해양수산 이전기술 사업화 지원’과 ‘오션스타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새로 추진한다.
싱가포르·인도네시아로… 해외 진출 지원
KIMST는 창업기업 보육을 위해 매년 6개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선발한다. 기존 일반·지역특화 트랙에 더해 2026년부터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를 신설, 일반/지역/글로벌 3개 트랙으로 운영 체계를 개편했다. 국제 해양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혁신 기업에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 진출 지원도 강화한다. 2023년부터 해외 전시회 참가, 현지 맞춤형 수출상담회, 해외 홈쇼핑 판매 등을 추진해 왔고, 올해는 처음으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현장 방문과 PoC 파트너 밋업, 투자유치 설명회 등 글로벌 프로그램을 연다.
이와 별도로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협력해 인도네시아 수출상담회를 공동 개최하고 수출 바우처를 지원한다. 해외 선도기술 보유 기업을 현지에서 직접 만나고, 연말 개최되는 ‘오션테크코리아 포럼’에 해외 연사로 초청해 국내 기업과의 비즈니스 미팅도 주선하고 있다.
8년간 866개사 지원, 매출 4553억·투자 2600억
이 같은 적극적, 실질적인 창업 지원 활동으로, 2018년 창업투자 전담기관 지정 이후 KIMST는 창업기업 866개사(연인원 기준)를 지원해 신규 창업 90건, 매출 4553억 원, 투자유치 2600억 원, 신규 고용 1367명의 성과를 냈다.
다만 박진완 본부장은 창업지원사업의 한계로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국가 R&D와 달리 창업지원사업은 범부처 통합관리 시스템이 없어, 중복 지원이나 예산 비효율을 확인, 개선하기 어렵다”며 “부처와 지자체가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사업을 운영해 유사 아이템 중복 수혜나 성과 중복을 검증하기 힘든 구조”라고 언급했다.
지원이 창업 7년 미만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해결할 과제라 전했다. 업력 7년을 넘겼거나 매출 100억 원 이상인 스케일업 기업을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이에 KIMST는 내년 2027년부터 해양수산 유망기업의 스케일업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시장을 이끌 ‘국가대표’ 기업을 키울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해양수산 창업 생태계의 방향으로 ‘정부 의존 탈피’와 ‘글로벌 지향’을 제시했다. 그는 “2018년부터 정부 주도로 전략 수립과 예산 확보, 지원 체계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면, 앞으로는 성장한 기업들이 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자립하는 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융자·펀드 같은 금융 지원과 오픈이노베이션 등 민간 주도 상생협력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어 초기 스타트업이 손쉽게 기술 검증과 현장 실증을 할 수 있도록, 출연연/대학/지역 기관의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는 플랫폼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해외 시장에 관해 강조했다. “해양수산 산업의 미래는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있다.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비즈니스 모델과 인증, 실증을 준비하고, 해외에서 먼저 기반을 다진 뒤 국내로 유입하는 방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양수산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