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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한동안 국내 디저트 시장은 크루아상, 도넛, 케이크, 마카롱, 타르트 등 서구식 디저트의 차지였다. 그런데 최근 디저트 소비 흐름이 바뀌었다. 떡과 약과, 식혜 등 우리나라 전통 간식이 옛날 먹거리에서 벗어나 디저트 시장 한복판으로 다시 들어왔다. K-문화의 확산과 함께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디저트 개발이 활발해진 덕분이다.
K-디저트는 전통 떡과 한과를 그대로 수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서구식 디저트 문법에 한국의 맛을 이식하거나 전통 간식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섭취 전후의 죄책감이 낮고 재료의 이야기가 선명하며, 인공적이지 않은 단맛을 원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심리가 K-디저트의 외연을 키우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색다른 K-디저트로 국내외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는 기업이 눈길을 끈다. 감이 붉고 말랑하게 익어 홍시가 되는 숙성의 과정 자체가 가장 한국적인 발효 문화라는 발상으로 전주에서 디저트 브랜드를 키워온 홍시궁이다.
홍시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과일이지만, 상업용 디저트로 발돋움한 사례는 드물었다. 계절성이 짧고 무르기 쉬운 과일 특성상 유통과 가공이 까다로운 탓이다. 홍시궁은 이 까다로운 원물을 찹쌀떡, 크림떡, 식혜, 떡볶이, 잼 등 다양하게 풀어내며 사계절 소비가 가능한 디저트로 탈바꿈시켰다. 홍시궁은 어떻게 홍시를 활용해 성장의 길을 걸었을까? 유진솔 홍시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야시장에서 시작해 전주 로컬 브랜드가 되기까지
홍시궁의 시작은 2014년, 유진솔 대표가 전주대학교 재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주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던 그는 홍시화채를 개발했다. 문제는 판로였다. 개발한 메뉴를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끝에 2014년 10월 개장한 전주남부시장 야시장 매대 상인 모집에 선정됐다. 이때 상호명을 홍시궁으로 정하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야시장 한켠에서 홍시화채와 홍시찹쌀떡, 감호떡 등을 팔기 시작한 게 홍시궁의 첫걸음이었다.
야시장 매대 장사는 녹록지 않았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며 아이템에 대한 확신을 다졌다. 유진솔 대표는 이 아이템을 디저트 카페와 프랜차이즈로 확장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됐다. 이어 2017년에 카페홍시궁을 창업하며 디저트 카페 운영에 나섰다. 같은 해 서울에 가맹점을 열었고, 2019년에는 2호 직영점을 열면서 사업 외연을 넓혀갔다.
순항하던 사업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성장하던 홍시궁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직격탄이었다. 하지만 유진솔 대표는 위축되지 않고 사업 영역 확장에 집중했다.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홍시 디저트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위해 식품제조가공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 결단은 훗날 홍시궁이 카페 브랜드에서 식품 제조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홍시궁은 2021년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시작으로 2023년 ISO 22000ㆍISO 9001 인증, 2024년 특허 취득과 전주우수상품인증, 2025년 전북 돋움기업 지정과 ISO 14001ㆍISO 45001 인증, 2026년 벤처기업 인증까지 매해 하나씩 기업의 격을 높이는 인증을 차곡차곡 획득해왔다. 빠른 도약보다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준비하며 전주 지역 내에서 인지도와 신뢰를 쌓는 데 집중했다.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홍시궁은 2021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23년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지역 내 고용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사업 방향의 한 축으로 삼아왔다. 여기에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연차 제도를 도입해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근무 환경을 갖췄다는 점도 이 회사의 결을 보여준다.
전주에서 태어나 창업하고, 전주에서 12년을 성장해온 유진솔 대표에게 홍시궁이라는 브랜드는 개인의 이력 그 자체이기도 하다. 대학생 시절 취업 대신 창업을 택했던 그의 선택은, 이제 임직원을 둔 어엿한 식품 제조 기업으로 결실을 맺었다. 지역에서 시작해 지역과 함께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지금 홍시궁이 그리는 비전의 출발점이다.
찹쌀떡부터 잼까지, 홍시 하나로 모든 것을 완성하다
홍시궁을 대표하는 디저트는 홍시찹쌀떡이다. 시중에서 접하는 과일모찌에서 쓰이지 않는 과일인 아이스홍시를 직접 손질해 그대로 넣어 차별화했다. 유진솔 대표는 "홍시궁의 홍시찹쌀떡은 HACCP 인증 및 규격화 생산시설에서 직접 제조해 다른 시중 과일모찌와 달리 유통 범위가 넓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그날그날 손으로 빚어 파는 방식이 아니라, 표준화된 공정 위에서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이 구조 덕분에 홍시궁은 오프라인 매장 외에도 온라인, 신선식품 플랫폼, 홈쇼핑, 해외수출까지 판로를 넓힐 수 있었다.
홍시찹쌀떡뿐만 아니라 홍시크림떡, 홍시식혜, 홍시떡볶이, 홍시잼 등도 출시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는 중이다. 홍시크림떡은 찹쌀떡보다 더 부드러운 식감에 방점을 찍었고, 홍시식혜는 명절 음료라는 전통적인 이미지에 홍시의 단맛을 더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을 전한다.
홍시떡볶이는 매콤달콤한 소스에 홍시 특유의 단맛을 녹여 넣어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분식 메뉴를 홍시라는 소재로 다시 풀어냈다. 홍시잼은 홍시궁이 가장 최근 선보인 상온 유통 제품으로 빵이나 요거트에 곁들이는 일상적인 식문화 안으로 홍시를 유입시키는 다리 역할을 한다. 다섯 제품 모두 출발점은 같지만 도착지는 제각각인 셈이다.
홍시궁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일까? 유진솔 대표는 "국내 유일 홍시 전문브랜드라는 슬로건(구호)을 가지고 브랜딩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홍시를 주제품으로 설정해 콘텐츠 안에서 차별화를 만든 게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유행하는 과일이나 소재로 눈을 돌리기보다, 홍시라는 하나의 원물 안에서 계속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파고드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홍시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개발하며 차별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게 유진솔 대표의 계획이다.
홍시라는 소재를 택한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자리한다. 홍시는 숙성 과정에서 수분은 늘고 타닌이 줄어들면서 당도와 비타민 A, 베타카로틴 함량이 증가해 항산화 효과가 두드러지는 과일로 꼽힌다. 감이 완전히 익어 무르는 순간이야말로 몸에 좋은 성분이 가장 풍부해지는 시점이다. 여기에 칼륨과 식이섬유도 고루 갖춰, 부드러운 식감과 건강한 이미지를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원물이라는 특징도 따른다. 홍시궁이 만드는 디저트들이 달지만 부담스럽지 않다는 인상을 주는 배경에는 이런 홍시 자체의 특성도 한몫한다.
국내 시장 확대 어려움, 해외에서 답을 찾다
브랜드가 자리를 잡았다고 해서 성장의 고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홍시궁도 예외가 아니다. 유진솔 대표의 고민은 생산 확대에 필요한 투자 유치다. 그는 "현행 제조시설보다 더 큰 시설로 확장해 생산 역량을 키우고, 늘어난 생산 역량만큼 영업ㆍ마케팅에 집중해 판매량을 늘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자금 확보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물가 상승도 홍시궁의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진솔 대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원자재값, 인건비 등도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늘 어려운 과제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저항선과 실제 원가 상승분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일은 규모가 작은 식품 기업일수록 더 예민하게 다가온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홍시궁이 택한 해법은 다양한 외부 자원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2025년 11월, 홍시궁은 투자 유치 활동을 통해 1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전주시가 출자한 엑스트라마일 라이콘 펀드를 활용해 투자 운용사 MYSC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낸 결과다. 전주 지역에서 출발해 전국, 해외 시장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진솔 대표는 이 투자를 발판 삼아 "투자매칭 융자 등을 통해 추가 자금 확보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번의 투자로 인프라 문제를 전부 해결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자금 조달 창구를 넓혀가며 시설 확장이라는 큰 과제에 다가서는 방식을 택했다. 이와 함께 매출 증대를 위해 다양한 채널에 입점하여 판매를 수행 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정된 오프라인 매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온라인과 신선식품 플랫폼 등으로 접점을 넓혀 판매량 자체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해외 판로 개척에도 힘쓴다. 유진솔 대표는 수출을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고 강조한다.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는 중이다. 2025년에 미국과 호주, 2026년에는 프랑스에 제품을 수출했다. 홍시궁은 해외 박람회 참가와 바이어 미팅을 꾸준히 이어가며 추가 수출 실적을 쌓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한정된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성장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홍시잼 개발로 이어지다
홍시궁이 어려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나선 기관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된 홍시궁은 사업화 자금 외에도 창업 상담ㆍ컨설팅, 제품 판로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농식품 벤처육성 지원사업은 홍시궁이 상온에서 유통 가능한 홍시잼을 개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홍시궁의 주력 제품이었던 홍시찹쌀떡, 홍시크림떡, 홍시식혜, 홍시떡볶이는 대체로 냉장이나 냉동 유통이 필요한 품목이었다. 반면, 홍시잼은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유통 가능해 판매 채널을 확장하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냉장ㆍ냉동 물류는 콜드체인이라는 별도의 유통 인프라를 필요로 하고, 그만큼 비용과 제약이 따른다. 다만 상온 제품은 일반 택배나 상온 진열대를 통해서도 유통 가능해 물류 경로가 길어지는 해외 수출에 유리하다.
홍시궁은 신제품 개발뿐 아니라 해외 판로 개척에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도움을 받았다. 유진솔 대표는 "2026년에도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사업을 수행하며 도움받고 있습니다. 홍시를 활용한 신제품 개발과 자사몰 구축, 해외 전시회 지원, 바이어 미팅 지원 등 여러 분야에서 기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부분이 인상 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전주 명물 하면 '홍시궁'이 떠오를 때까지 나아갈 것
홍시궁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는 중이다. 2026년 3월 쿠팡로켓프레시를 시작으로 5월에는 컬리, 6월에는 SSG에 순차적으로 입점을 완료했다.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과 자사 온라인몰 중심이던 판매 채널을 국내 주요 신선식품 유통망 전반으로 넓힌 것이다. 세 유통 플랫폼 모두 콜드체인을 갖춘 새벽배송ㆍ당일배송 서비스를 앞세운 곳이어서 홍시궁의 냉장ㆍ냉동 디저트 제품군과 맞아떨어지는 채널이라는 게 유진솔 대표의 설명이다.
프랑스로 홍시잼을 수출한 이후 해외에서도 결실이 나오는 중이다. 유럽 시장에 첫발을 들인 이 수출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 아래 개발한 상온 제품이 실제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로 이어진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시궁은 대만 수출을 위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판매 영역이 국내에서 해외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홍시궁의 중장기 목표는 과감하다. 유진솔 대표는 "향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끈기를 갖고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미국ㆍ호주ㆍ프랑스 수출 실적이 해외 진출 시작의 상징이라면, 장기적으로 내수보다 해외 매출 비중을 대폭 확대해 기업 체질을 바꾸는 것에 힘쓸 계획이다. 홍시라는 한국 고유의 과일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유진솔 대표의 꿈은 K-과일ㆍK-디저트로 홍시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지금껏 해외에서 주목받는 K-푸드는 라면, 김치, 냉동김밥, 떡볶이 등 조리ㆍ가공식품 중심이었다. 이와 달리 홍시는 숙성한 원물 자체를 즐긴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뚜렷하다. 홍시궁이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라면이나 떡볶이와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K-푸드의 지형을 넓히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홍시궁이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묻자 유진솔 대표는 익숙한 이름 하나를 꺼냈다. 바로 대전 로컬 브랜드 성심당이다. 그는 "대전의 명물, 상징으로 성심당을 꼽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주의 명물 하면 홍시궁이 떠오르도록 모두에게 각인되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짧은 계절에만 얼굴을 비추던 과일 홍시는 이제 사계절 내내 찹쌀떡과 잼과 식혜의 모습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홍시궁의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홍시궁의 열정과 노력이 전 세계 디저트 지도 위에 이름을 올릴 달콤한 메아리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