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돈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인공지능(AI)이 신약 개발 비용을 확 줄여줄 것이라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딜로이트 글로벌(Deloitte Global)이 2026년 8월 발표한 「글로벌 제약산업 R&D 수익성의 양극화」 보고서에 따르면, 신약 1개당 평균 개발비용은 2024년 22억 2,900만 달러에서 2025년 26억 7,100만 달러로 1년 만에 4억 달러 넘게 뛰었다. 16년째 이어진 이 조사에서 나온 가장 뜻밖의 장면은, AI가 실패해서가 아니라 제약사들이 AI를 ‘제대로 쓰지 못해서’ 비용이 줄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이 기사는 신약개발에 AI가 왜 아직 돈을 아껴주지 못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써야 효과가 나는지를 다룬다.
신약 1개당 26억 달러, 역대 최고로 뛴 개발비용
딜로이트 보고서의 핵심은 AI를 비롯한 기술 투자가 수년간 이어졌는데도 신약 개발비용이 오히려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신약 1개당 후보물질 발굴부터 출시까지 드는 평균 비용은 2025년 26억 7,100만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3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는 약을 하나 시장에 내놓기까지 들어간 전체 연구개발비뿐 아니라, 중간에 실패한 후보물질에 쏟은 돈까지 모두 포함된다. 신약 개발이 원래 ’10개를 시도하면 9개가 엎어지는’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 비용까지 합치면 성공한 약 한 개의 원가는 이렇게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그림 1. 후보물질 발굴부터 출시까지 신약 1개당 평균 개발비용 추이 (2013~2025). 출처: 딜로이트 UK 분석(2026)
비용이 뛴 이유는 두 가지다. 조사 대상 20개 기업 중 17개사가 전년보다 R&D 지출을 늘린 반면, 후기 단계 파이프라인(임상 막바지에 있는 신약 후보군) 안의 후보물질 수는 4.6%포인트 줄었다. 쉽게 말해 돈은 더 썼는데 결과물로 이어질 후보는 오히려 적어졌다는 뜻이다. 투입은 늘고 산출은 준 셈이니, 남은 후보 하나하나가 짊어져야 할 원가 부담은 그만큼 무거워졌다.
비만치료제 착시가 가린 수익성 위기
표면 숫자만 보면 제약산업은 좋아 보인다. 하지만 그 회복세는 비만치료제라는 단 하나의 흥행작이 만든 착시다. 2025년 제약·바이오 R&D의 내부수익률(IRR, 투자한 돈이 매년 몇 퍼센트씩 불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수익률 지표)은 7.0%로 3년 연속 올랐다. 그런데 이 상승을 이끈 건 GLP-1 계열 비만치료제(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이는 신약,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대표적)라는 소수의 초대형 히트작이었다.
그림 2. 글로벌 탑 20 제약사 군의 내부수익률(IRR) 분포 추이 (2013~2025). 출처: 딜로이트 UK 분석(2026)
이 착시는 전체 수치와 중앙값의 차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산업 전체 내부수익률은 7.0%까지 올랐지만, 딱 가운데에 있는 기업의 수익률(중앙값)은 2024년 3.8%에서 2025년 4.0%로 제자리걸음이었다. 비만치료제를 계산에서 빼면 산업 전체 R&D 수익률은 2.9%로 뚝 떨어진다. 소수의 대박이 전체 수치를 끌어올려 다수의 부진을 가려버린 것이다. 반에서 한두 명이 만점을 받아 학급 평균은 올랐지만, 대다수 학생의 점수는 그대로인 상황과 같다. 바로 이 가려진 부진을 메워야 할 무기로 지목된 것이 AI다.
파편화된 파일럿에 갇힌 AI, 효과가 안 나는 진짜 이유
딜로이트가 짚은 AI의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도입 방식이다. 보고서는 AI가 신약 개발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아직 범용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이유를, 부서별로 흩어진 ‘파일럿 중심의 단편적 접근’ 때문이라고 명확히 지적한다. 여기서 파일럿이란 조직 전체에 적용하기 전에 일부 팀이 소규모로 시험 삼아 돌려보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문제는 이 시험이 시험으로만 끝난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연구팀대로, 임상팀은 임상팀대로 각자 AI 도구를 따로 도입해 부분적으로만 써보고, 그 성과가 신약 개발 전 과정으로 확산되지 못한 채 멈춘다. 한 부서에서 몇 주를 아껴도 전체 개발 기간과 비용에는 좀처럼 반영되지 않는다. 조각조각 흩어진 자동화는 조립 라인 한 구간만 빨라지고 나머지 공정은 그대로인 공장과 같아서, 전체 생산 속도를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딜로이트는 의미 있는 투자 수익을 거두려면 파편화된 AI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운영 전반의 내재화’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재화란 AI를 특정 팀의 실험 도구가 아니라 신약 개발 전 단계에 기본값으로 심어 넣는 것을 뜻한다.
AI를 실험실 밖으로, 제약사에 던져진 숙제
결국 이 보고서가 제약 리더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AI를 더 사느냐’가 아니라 ‘이미 산 AI를 조직 전체에 어떻게 녹이느냐’로 요약된다. 딜로이트가 제시한 세 가지 실행 과제 중 하나가 ‘비용 절감을 목표로 AI를 운영에 실제 내재화’하는 것이며, 어떤 신약 후보에 자원을 몰아줄지 판단하는 과정 자체를 데이터와 AI로 검증하라고 권고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AI의 역할을 단순히 실험 속도를 높이는 도구가 아니라 ‘어떤 파이프라인을 살리고 어떤 것을 포기할지’ 가리는 의사결정의 저울로 넓게 본다는 점이다.
다만 내재화가 곧바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보고서 역시 AI의 효과를 아직 증명해야 할 과제로 다루며 확정된 성과로 단정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개발비가 사상 최고를 찍고 소수의 히트작에 산업 전체가 매달리는 지금의 구조에서 제약사들에게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AI가 신약개발의 판을 바꿀 열쇠인지, 아니면 기대만 부풀린 또 하나의 유행인지는 실험실을 벗어나 개발 현장 전체에 스며드는 순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AI를 쓰는데도 신약 개발비가 왜 늘어났나요?
딜로이트 보고서는 AI 기술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도입 방식이 문제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AI를 일부 부서의 소규모 시험 프로젝트로만 활용하는 데 그쳐, 개발 전 과정으로 효과가 퍼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약 1개당 개발비용은 2025년 26억 7,1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Q. 신약 개발에서 AI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AI는 수많은 후보물질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을 빠르게 추려내고,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며, 어떤 신약 후보에 투자를 집중할지 판단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딜로이트는 AI를 실험 속도를 높이는 도구를 넘어, 개발을 계속할지 중단할지 결정하는 의사결정 수단으로 활용하라고 권고합니다.
Q. 비만치료제가 제약산업 수익성과 무슨 관련이 있나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2025년 제약산업 R&D 수익률 회복을 이끈 핵심 동력입니다. 다만 이 소수 히트작을 빼면 산업 전체 수익률은 7.0%에서 2.9%로 떨어져, 대다수 기업의 수익성 위기가 가려져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딜로이트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글로벌 제약산업 R&D 수익성의 양극화 (Measuring the return from pharmaceutical innovation, 2026)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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