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공교롭게도 한정 생산 차량을 자주 다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살펴볼 차량도 얼마 전에 레이싱 머신과 슈퍼카 제조를 하는 브랜드 맥라렌(Mc Ralen)에서 5대 한정 생산한다고 발표한 S1 LM이라는 차량입니다.
5대만 제작되는 차량이므로 가격은 수십 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적은 생산량은 만약 누군가 그런 비용을 낼 수 있다고 해도 새로운 맥라렌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다섯 명 밖 이외에는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맥라렌 S1 LM 모델은 1995년에 르망 24시간 경주에 출전해 우승한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맥라렌 F1 GTR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인상은 물론이고 세부 형태와 원형 테일 램프 등에도 최신 기술이 적용되면서도 전체 형태는 31년 전의 모델과 유사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1995년의 맥라렌 F1 차량과 2027년형으로 공개된 맥라렌 S1 LM의 모습은 전체적인 차체 자세와 곡면에 의한 조형, 그리고 곤충의 날개처럼 열리는 날개형 도어 구조 등이 거의 같은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들 두 종류의 맥라렌 F1 모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바로 차체 가운데에 자리잡은 운전석 위치일 것입니다. 오늘날의 거의 모든 차량은 공간 실용성을 위해 불가피하게 운전석의 위치가 도로 통행 방향에 따라 차체의 좌측이나 우측에 자리잡게 됩니다.
그렇지만 맥라렌 F1은 그야말로 포뮬러 F1 레이싱 머신과 똑같은 구조로 운전석이 차체 중앙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운전석 위치는 좌우의 시야 확보와 균형감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물론이고, 당연히 차량의 중량 균형에도 유리하게 작용해서 코너링 성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맥라렌 F1은 운전석이 캐빈의 중앙에 있지만, 약간 뒤쪽의 양쪽으로 동승석이 배치돼 있어서 3인승 구조입니다.
게다가 더 인상적인 것은 운전석과 동승석 등에 비치된 헤드폰입니다. 헤드폰의 용도는 아마도 운전자와 동승자 간, 또는 레이싱 과정에서 정비 피트와의 의사 소통을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즉 맥라렌 F1이 레이싱 머신, 즉 효율성을 추구하는 고성능 기계라는 관점에서 방음과 같은 감성적 요인의 비중을 두지 않는 하드 코어의 기계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새로운 맥라렌 S1 LM의 차체 크기는 전장ⅹ전폭ⅹ전고 4,450ⅹ1,910ⅹ1,180(mm)에 휠베이스는 2,720mm로 그야말로 초저편평 차체입니다. 그리고 V형 12기통 4.3리터 엔진은 7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낸다고 합니다.
31년 전에 공개됐던 맥라렌 F1의 차체 크기는 전장ⅹ전폭ⅹ전고 4,288ⅹ1,820ⅹ1,140(mm)에 휠베이스는 2,718mm로 새로운 S1 LM보다 162mm짧고, 90mm 좁고 40mm 낮으며, 휠베이스는 2mm 짧은, 실질적으로 휠베이스는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차체 길이만 보면 C-세그먼트 급에서 D-세그먼트 급으로 커진 셈입니다.
차체 폭은 90mm 넓어져서 운전석 양쪽의 동승석의 거주성이 조금 더 좋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 차는 세 사람을 모두 태우고 달린다는 개념으로 생각할 차량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튼 새로운 맥라렌 S1 LM의 차체 디자인은 31년 전의 F1 모델의 디자인 모티브를 거의 그대로 살려서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조명한 모습입니다.
맥라렌은 2012년에는 X1 콘셉트라는 이름으로 고성능 차량을 선보인 바 있고, 그보다 앞서서 2003년에는 F1이라는 이름으로 미드십 쿠페도 내놓았습니다만, 2003년의 F1과 2012년의 X1은 운전석의 위치도 차체 중앙이 아닌 보통의 실용적 차량과 같이 좌측에 설계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차체 디자인은 초기의 F1과 연관성을 살리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면 1995년에 등장한 최초의 F1모델은 모두 106대가 생산됐고, 이들 중 도로 주행이 가능한 로드 카는 64대가 만들어졌으며, 르망24시 경주를 위한 GTR 레이스 카는 28대 제작, 그리고 1995년 르망 레이스 우승 기념 모델로 LM에디션 5대, GT모델 3대, 그 밖의 테스트 카 7대 등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위의 사진과 같이 클래식 카 쇼에 출품되는 1995년형 맥라렌 F1모델은 도로 주행용 64대 중의 한 대가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서도 이야기했지만 맥라렌 F1은 포뮬러 F1레이싱 머신과 똑같은 구조로 운전석이 차체 중앙에 위치해 있는 디자인을 보여줬습니다. 이러한 F1레이싱 머신의 운전석 위치는 1930년대의 클래식 레이싱 카에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F1레이싱 머신의 운전석에서 보이게 되는 긴 차체의 모습은 과거 기마 시대에 말(馬)의 등에 앉아서 보이는 말 머리의 뒷모습과도 같은 인상이라는 독일의 자동차 역사 학자 쿠르트 뫼저(Kurt Moser)의 견해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동차와 말(馬)은 같은 추상성을 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오늘날에는 말을 타는 사람은 승마 스포츠와 관련된 극소수일 것이지만,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에는 말과 마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이었습니다.
한편 1995년에 만들어졌던 로드 카 버전의 F1 모델은 엔진의 열 발산 효율을 좋게 하기 위해 엔진 방열 커버의 뒷면에 18K 금도금 했다고 합니다. 물론 2027년의 신형 맥라렌 S1 LM 역시 같다고 합니다.
2027년형으로 공개된 맥라렌 S1 LM의 모습은 엔진 기술의 한계를 추구한 차량의 모습입니다. 전동화의 시대임에도 엔진 기술의 한계를 추구한다는 건 과거의 고수이기보다는 엔진 기술의 혁신의 또 다른 모습일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1995년의 맥라렌 F1 이 보여준 구조와 디자인의 혁신성을 오늘날의 기술로 재해석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1995년의 맥라렌 F1 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이러한 혁신성이 인상적이라고 느꼈던 저는 2001년에 1995년에 나왔던 맥라렌 F1의 테크니컬 일러스트레이션(technical illustration)을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그림의 크기는 A1 크기(594ⅹ841mm)였습니다. 작업 과정에서 18K 금도금 엔진 방열판을 그리면서 열전도성이 좋은 금의 사용을 통해 기술적 완성도를 추구한 것이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게 벌써 25년 전의 일입니다.
전동화가 화두인 오늘날에 등장한 엔진 동력의 맥라렌 S1 LM의 모습은 한편으로 미래에도 엔진 동력자동차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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