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네이버가 20년 넘게 써 온 연관검색어를 조용히 내렸다. 캠핑을 치면 캠핑장 추천과 캠핑 요리를 나란히 띄워 주던 그 기능이다. 빈자리는 AI 브리핑이 채웠고, 4개월이 지난 지금 이용자는 3천만 명을 넘어 전체 검색 질의의 1/5가량을 소화한다. 그리고 이달 초 블로거들 사이에서 수익이 40% 가까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인용은 늘었는데 방문이 줄었다는 것이다.
같은 흐름이 해외에서는 더 굵은 숫자로 잡힌다. 스파크토로(SparkToro)의 집계로 올해 1월부터 4월 사이 구글 검색의 68%가 아무 클릭 없이 끝났고, AI 요약이 붙은 검색만 따로 떼면 그 비율이 83%까지 올라간다. 퓨 리서치(Pew Research)가 실제 브라우징을 추적해 보니 요약이 붙었을 때 검색 결과를 눌러 보는 비율은 15%에서 8%로 반 토막이 났다. 검색 결과 페이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페이지에서 출발해 어딘가로 가던 발걸음이 사라진 것이다.
마케터에게 이 변화가 가혹한 이유는 트래픽이 줄어서가 아니다. 지난 15년간 이 직무가 쌓아 올린 기술의 상당 부분이 랜덤한 지점에서 유입된 사람을 우리 웹사이트나 판매 페이지로 데려오는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목적지가 흐려지면 그 기술의 값어치도 함께 흐려진다. 그래서 이 글은 두 가지를 나눠 다루려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 중 바꾸지 않으면 곧 경쟁력을 잃는 부분이 무엇이고, 반대로 사람인 마케터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순위는 지켰는데 사람이 오지 않는다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노출을 다루는 방식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검색에서 상위에 오르면 인용도 따라왔다. 재작년 중반만 해도 AI 요약이 인용한 페이지의 4분의 3가량이 그 질의의 검색 상위 10위 안에 들어 있었다. 그 겹침이 올해 들어 절반 아래로 무너졌고, 집계 기관에 따라서는 20퍼센트 밑으로 보기도 한다. 21위에서 30위 사이에 있던 페이지가 인용되는 사례는 몇 배로 늘었다. 순위표와 인용표가 서로 다른 게임이 됐다는 뜻이다. 요즘 컨설팅을 나가면 순위는 그대로인데 문의가 줄었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대개 이 어긋남이 원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용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브랜드가 AI 답변에 등장할 때 그 근거가 되는 페이지의 다수는 그 브랜드가 직접 만든 페이지가 아니다. 커뮤니티 글, 리뷰, 비교 콘텐츠, 업계 매체처럼 남이 우리 이야기를 해 준 자리다. 백링크 숫자보다 브랜드가 언급된 빈도가 AI 노출과 훨씬 강하게 붙어 있다는 분석도 여럿 나왔다. 링크를 걸어 주지 않아도 이름이 불리기만 하면 값이 된다는 이야기이니, 오랫동안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려 있던 홍보와 커뮤니티 관리가 다시 앞줄로 나온 셈이다.
그래서 실무에서 바뀌어야 할 것은 이렇다. 우리 사이트를 다듬는 데 쓰던 시간의 일부를, 남들이 우리를 어떤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문장을 고쳐 놓는 데 옮겨야 한다. 우리 제품을 다루는 커뮤니티 글이 3년 전 정보로 멈춰 있다면, 그 글이 지금 이 순간 우리 회사의 소개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적표를 바꾸지 않으면 잘못된 곳을 자른다
두 번째로 바꿔야 할 것은 성과를 재는 자다. 세션과 방문자 수로 채널을 평가하는 조직이 지금 가장 위험한데, 그 자로 재면 가장 좋은 채널이 제일 먼저 잘려 나가기 때문이다. 에이치레프스(Ahrefs)가 자사 데이터를 뜯어 보니 AI를 거쳐 들어온 방문은 전체의 0.5%에 불과했는데 가입의 12%를 만들어 냈다. 셈러시(Semrush)는 AI 경유 방문자의 전환율이 일반 검색 방문자의 4배가 넘는다고 봤고, 세일즈포스(Salesforce)는 쇼핑 시즌 데이터에서 AI 검색을 거쳐 온 쇼핑객이 소셜을 거쳐 온 쇼핑객보다 9배 가까이 자주 구매했다고 집계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이미 기본적인 질문에 답을 해 준 뒤에 넘어오는 사람들이라 망설임의 절반이 사라진 상태다.
그러니 이제 봐야 할 숫자는 방문 총량이 아니라, 우리 범주의 질문 백 개를 던졌을 때 그중 몇 개의 답변에 우리 이름이 등장하는가다. 어느 조사에서 한 여행 브랜드가 자기가 당연히 차지해야 할 주제 180개를 물어봤더니 이름이 나온 답변이 열세 번이었다는 사례가 있다. 이 브랜드의 검색 순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순위표에 잡히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이 전환이 어려운 것은 대시보드를 하나 더 다는 일이라서가 아니라, 무엇을 성과라고 부를지 조직이 다시 합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합의를 끌어내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마케터의 설득력이다.
진열대가 사람의 눈에서 기계의 파서(Parser)로 넘어간다
세 번째는 구매 직전 구간이다. 오픈AI(OpenAI)가 재작년 9월 챗GPT 안에서 결제까지 끝내는 기능을 열었다가 올해 3월에 접었다. 실제로 붙은 쇼피파이(Shopify) 가맹점이 서른 곳 남짓이었다. 월마트(Walmart)가 측정한 숫자가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대화창 안에서 결제하는 흐름은 자기 사이트로 넘어와 결제하는 흐름보다 전환이 세 배가량 나빴는데, 대신 챗GPT를 통해 들어온 신규 고객의 비율은 일반 검색의 두 배였다. 그래서 업계가 정리한 답은 발견은 AI에서 하고 결제는 자기 매장에서 받는다는 쪽이다.
이 결론이 마케터에게 남기는 숙제는 생각보다 실무적이다. 구글은 자체 커머스 규약을,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즉시 구매를 밀고 있고 쇼피파이는 3월부터 모든 상점을 에이전트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기본 전환했다. 이 흐름에서 상품이 노출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것은 상세페이지의 감각이 아니라 상품 피드와 페이지와 구조화 데이터에 적힌 가격, 재고, 배송 약속이 서로 어긋나지 않느냐다. 어긋나면 그냥 걸러진다. 에이전트 커머스가 실패하는 지점은 대체로 모델이 아니라 데이터다.
예전 같으면 이 일은 MD나 개발자의 몫처럼 보였을 것이다. 지금은 마케터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기지 않는다. 진열대의 조명을 고르던 사람이 이제 진열대의 규격을 맞추는 일까지 봐야 한다.
기계가 대신 설 수 없는 자리
여기까지가 바꿔야 할 것들이라면, 반대편에는 넘겨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그 근거를 나는 최근의 소비자 조사에서 본다. 올해 칸에서 공개된 해리스폴(Harris Poll) 조사에서 소비자의 78%가 AI가 광고를 덜 진정성 있게 만든다고 답했고, 73%는 AI로 만든 것 같은 광고를 덜 믿는다고 했다. 가트너(Gartner) 조사에서는 미국 소비자의 절반이 소비자 대면 콘텐츠에 생성형 AI를 쓰지 않는 브랜드에 돈을 쓰고 싶다고 답했고, 68%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자주 의심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에 겹쳐 봐야 할 숫자가 하나 더 있다. 최근 북미 조사에서 응답자의 87%가 브랜드 콘텐츠에 최소한 일부는 AI가 들어갔다고 믿는데, 정작 그것을 구분할 자신이 있다는 사람은 13%뿐이었다.
세 숫자를 겹치면 결론이 하나로 모인다. 소비자는 AI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성의 없음을 알아본다. 의심은 이미 기본값이 되었고, 그 의심을 뒤집는 것은 도구를 쓰지 않았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 브랜드가 나를 위해 실제로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다. 그래서 사람인 마케터가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할 것은 세 가지라고 나는 본다.
첫째는 무엇을 내보내지 않을지에 대한 판단이다. 모델은 무엇을 만들지에 대해서는 끝없이 제안하지만 무엇을 내보내지 말아야 하는지는 제안하지 않는다. 지금 이 문장이 우리 브랜드가 할 말인가, 이 시점에 이 톤이 맞는가, 이 표현이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순간이 마케터가 가장 마케터다운 순간이다.
둘째는 실제 고객과 맞닿는 접점이다. 리뷰는 지금 소비자가 가장 강하게 신뢰하는 신호이고, 동시에 AI가 브랜드를 판단할 때 가장 자주 참조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한 조사에서는 브랜드 뒤에 실제 사람이 보인다는 것이 충성도를 만드는 가장 강한 단일 요인으로 꼽혔다. 진짜 사진, 진짜 후기, 진짜 사례를 확보하는 일은 자동화되지 않으며, 자동화된 척하는 순간 곧바로 들킨다.
셋째는 책임이다. 잘못 나간 문장의 책임을 모델은 지지 않는다. 사과문에 서명하는 것도, 다음 분기 예산을 방어하는 것도 사람이다. 권한을 도구에 넘기더라도 책임은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이 직무가 사라지지 않는 가장 단단한 이유다.
마케터의 자리는 원래 그 자리였다
여기서 한 번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마케터의 일은 원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 아니었다. 회사가 무엇으로 기억될지를 정하고, 그 기억을 만드는 데 한정된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고, 그 결정의 결과를 숫자로 설명하는 일이었다. 카드뉴스와 블로그 글은 그 일의 산출물이었지 그 일 자체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 10년 사이 이 순서가 조용히 뒤집혔다. 채널이 늘어날수록 채널을 채우는 일이 본업을 밀어냈고, 많은 조직에서 마케터의 하루는 발행 일정을 지키는 일로 채워졌다. AI 도구가 그 일을 가져간 것을 나쁘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려나 있던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시간을 받아 낼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
흩어져 있던 직무가 한 사람 밑으로 모인다
이 준비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나는 요즘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직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무가 이동하는 것이고, 그 이동의 방향은 흩어져 있던 전문 영역들이 한 사람 밑으로 모이는 쪽이다.
숫자로도 그 모양이 잡힌다. 가트너의 올해 CMO 지출 조사에서 에이전시의 23%가 지난해 주니어 카피라이터를 줄였고 31%가 올해 더 줄이겠다고 답했다. 포레스터(Forrester)는 올해 에이전시 일자리의 15퍼센트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듀크대 CMO 서베이에서는 마케팅 인력 증가율이 1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 다만 같은 조사에서 선임 콘텐츠 전략가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 줄어드는 것은 자리 전체가 아니고, 업무는 증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열려 있는’ 사람들 밑으로 들어간다.
현장에서 이 이동은 아주 구체적인 장면으로 나타난다. 예전에는 배너 한 장이 필요하면 디자이너에게 요청서를 넣고 3~4일을 기다렸다. 랜딩 페이지 문구 하나를 고치려면 개발 일정에 줄을 섰고, 이번 캠페인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두 달 뒤에 어떻게 됐는지 보려면 데이터팀에 요청을 넣고 회신을 기다렸다. 지금은 마케터 한 사람이 오후 반나절에 셋 다 끝낸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마케터가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넘기기 전까지의 단계를 스스로 마치는 것이다. 요청서를 쓰는 대신 시안을 들고 가는 것이고, 그러면 대화가 무엇을 원하느냐에서 시작하지 않고 이게 맞느냐에서 시작한다. 한 번 만들어 본 사람의 요구는 구체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는 협업의 질을 바꾼다.
통합에는 순서가 있다. 자기 일에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것부터 끌어오는 편이 안전하다. 카피와 크리에이티브 초안이 첫 번째이고, 데이터를 남에게 묻지 않고 직접 물어보는 일이 두 번째다. 랜딩과 폼 같은 가벼운 구현이 세 번째, 경쟁사와 시장을 스스로 조사하는 일이 네 번째다. 그리고 마지막이 이것들을 매번 손으로 반복하지 않도록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두는 일인데, 사실 여기서부터가 진짜 경쟁력이 갈리는 구간이다.
왜 이것이 경쟁력이 되는지는 대기 시간을 지워 보면 알 수 있다. 기다림이 사라지면 시도 횟수가 늘고, 시도가 늘면 그 결과가 회의록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감각에 쌓인다. 조직에서 맥락은 요청서를 건널 때마다 조금씩 새어 나갔다. 그 누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 두고 싶다. 여러 직무를 밑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그 모든 일을 잘하게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 모든 일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좋은 시안과 그럴듯한 시안을 구분하는 눈, 이 숫자가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감각, 이 코드가 나중에 문제를 만들 것 같다는 직감. 이것들은 모델이 주지 않는다. 도구가 있으니 전문가가 필요 없다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은 통합한 것이 아니라 승인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남는 질문
정리하면 이렇다. 순위를 사던 자리에 인용을 놓고, 방문 총량을 재던 자를 답변 점유율로 바꾸고, 진열대의 조명을 고르던 손으로 진열대의 규격을 맞춰야 한다. 그러면서도 무엇을 내보내지 않을지에 대한 판단과 실제 고객과 맞닿는 접점,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만큼은 넘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를 감당할 힘은 새 도구를 몇 개 배웠느냐가 아니라, 예전에 남에게 부탁하던 일 중 몇 개를 내 밑으로 가져왔느냐에서 나온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열 명이 하던 일을 세 명이 하게 된다면 나머지 일곱의 자리는 어디서 다시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그 세 명은 자기 밑으로 들어온 일곱 개의 직무를 정말 판단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빠르게 승인하고 있는가. 나는 두 번째 질문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어떤 형태로든 답을 내지만, 두 번째는 개인이 매일 자기 책상에서 답해야 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마케터의 포지션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위안이 아니다. 지켜야 할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은 그 자리를 지킬 책임도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도구는 계속 좋아질 것이고 자동화의 영역과 업무의 영역은 기술의 발전 과정에 맞춰 계속 바뀔 것이다. 그 소란 속에서 어떤 브랜드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을지를 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이 한다. 다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일지, 그중 하나가 나일지는 지금 무엇을 내 밑으로 끌어오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 칼럼은 [AI와 인간 사이] 시리즈의 17번째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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