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TT를 중심으로 두뇌 서바이벌 예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함께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보드게임이다.
복잡한 심리전과 협상, 추리, 연합 구도가 중요한 두뇌 서바이벌 특성상 오랜 기간 이용자들을 통해 규칙과 재미가 검증된 보드게임의 시스템이 방송용 게임을 만드는 일종의 ‘치트키’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데스 게임’을 비롯해 향후 디즈니+ ‘술래 게임’,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3’ 등 두뇌와 심리전을 앞세운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예정인 가운데, 실제 보드게임을 방송에 맞게 변형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웨이브의 두뇌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X’다.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제작 자문으로 참여한 ‘피의 게임X’에서는 고전 카드게임부터 가족용 보드게임, 1인용 퍼즐까지 다양한 작품의 핵심 규칙을 방송에 맞게 변형한 게임들이 등장했다.
방송 초반 등장한 ‘러닝메이트’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 오랜 기간 즐겨온 트릭테이킹 카드게임 ‘마이티’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마이티’에서는 한 명의 주공과 이를 돕는 프렌드가 다른 이용자들과 대결한다. 누가 자신의 편인지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를 주고받기 때문에 단순히 좋은 패를 갖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의 의도를 읽고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과정이 중요하다.
‘피의 게임X’는 이러한 특징을 가져오면서 방송에 필요한 팀 경쟁과 협상 요소를 강화했다. 이미 수십 년 동안 이용자들이 즐겨온 게임의 기본 구조 위에 참가자들의 관계와 정치 싸움을 얹은 셈이다.
어린이와 가족 이용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라쿠카라차’도 두뇌 서바이벌에서는 전혀 다른 게임으로 변신했다.
원작은 미로 형태의 보드 위에서 진동으로 움직이는 바퀴벌레 로봇을 자신의 함정으로 유도하는 가벼운 가족 게임이다. 하지만 ‘피의 게임X’에서는 야외 생존 참가자들의 자금을 걸고 결과를 예측하는 ‘돈벌레 게임’으로 활용됐다.
어디로 움직일지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는 바퀴벌레라는 원작의 무작위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실제 돈과 참가자들의 선택을 결합해 심리 베팅 게임으로 성격을 바꿨다.
1인용 퍼즐로 유명한 ‘러시아워’ 역시 등장했다.
‘러시아워’는 좁은 공간에 배치된 자동차를 앞뒤로 움직이며 특정 차량을 출구까지 빼내는 퍼즐 게임이다. 방송에서는 여기에 제한 시간과 팀원 교체 규칙을 추가해 여러 참가자가 차례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릴레이 차륜전’ 형태의 데스매치로 변형됐다.
최근 출시된 보드게임도 빠르게 방송으로 넘어오고 있다.
‘피의 게임X’의 머니 챌린지 ‘수식 링크’에는 2025년 출시된 퍼즐 게임 ‘숲의 속삭임’의 타일 연쇄 메커니즘이 활용됐다. 타일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연속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원작의 특징을 가져와 참가자들이 수식을 만들고 점수를 확보하는 경쟁으로 발전시켰다.
심리전에서는 알렉스 랜돌프의 고전 보드게임 ‘독수리 눈치싸움’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1988년 출시된 ‘독수리 눈치싸움’은 모든 이용자가 동시에 숫자 카드를 내고 가장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점수를 가져가는 단순한 방식이다. 하지만 최고 숫자가 겹치면 해당 이용자들이 모두 탈락하고 그다음으로 높은 숫자를 낸 사람이 승리한다.
때문에 상대가 어떤 카드를 낼지 예상하는 것이 핵심인데, ‘피의 게임X’의 개인전 데스매치 ‘하이 앤 로우’에서는 이 같은 동률 무효 규칙에 ‘리버스 카드’라는 변수를 더해 참가자들의 심리전을 끌어냈다.
8화에 등장한 ‘프로젝트 갤럭시’는 비교적 최근 보드게임인 ‘행성X를 찾아서’를 기반으로 했다.
‘행성X를 찾아서’는 각종 천체 정보를 모으고 서로의 위치 관계를 추론해 미지의 행성X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는 논리 추리 게임이다. 방송에서는 참가자가 직접 위치를 이동하며 점수를 얻는 규칙 등을 추가했고, 제한된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연합과 배신이 발생하도록 구성했다.
방송 제작진 입장에서 보드게임을 활용하는 장점은 분명하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규칙과 밸런스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이미 오랜 플레이를 통해 재미와 허점이 검증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방송에 필요한 요소를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리아보드게임즈 권성현 차장은 “보드게임은 수년에 걸친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규칙의 허점이 정리되고 밸런스가 검증돼 반복 플레이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두뇌 서바이벌 예능에서는 여기에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추가돼 게임을 완벽하게 지배하는 한 수나 참가자들의 본성이 드러나는 정치 싸움을 유도하는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