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여행객의 발길이 대도시를 넘어 소도시와 골목상권으로 향하고 있다. 여행 소비 역시 저렴한 상품을 찾는 데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경험에 돈을 쓰는 방향으로 달라지는 모습이다.
비자(Visa)가 한국과 일본 양방향 여행객의 결제 데이터와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양국 여행객 모두 기존의 유명 관광지 중심 여행에서 벗어나 지역과 경험을 다양화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비자가 지난 5월 실시한 여행 의향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해외여행지는 일본(38.5%)이었다. 2위 베트남(11.4%)보다 세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호텔스닷컴에서도 올여름 한국인의 일본 숙소 검색량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일본인의 한국 여행 수요도 높다. 올해 5월 골든위크 기간 한국에서 사용된 일본 비자 카드 결제액은 직전 1년 주간 평균보다 약 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익스피디아의 일본발 한국행 항공편 검색은 전년 대비 15%, 호텔스닷컴의 한국 숙소 검색은 30% 늘었다.
대도시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소도시
여행지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를 제외한 일본 지역에서 한국인의 비자 카드 결제액은 약 40% 증가해 세 도시의 성장률인 약 30%를 웃돌았다. 시즈오카와 야마구치 등 일부 지역은 약 55% 급증했다.
숙소 검색에서는 변화가 더욱 선명하다. 올여름 우쓰노미야와 구와나의 검색량(호텔스닷컴 기준)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00%, 1,700% 늘었다. 비자의 일본 여행 설문에서도 한국인 응답자의 58.1%가 ‘소도시 힐링 여행’, 57.7%가 ‘대형시설보다 로컬 골목상권 여행’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국을 찾는 일본인 역시 서울을 넘어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도권에서의 결제액이 전년 대비 약 55% 증가한 가운데 부산·제주·강원 등 해안 및 섬 지역에서는 약 145% 증가했다. 일본발 청주행 항공편 검색량(익스피디아 기준)도 전년 대비 780% 늘었다.
여행 소비는 ‘가성비’보다 취향과 경험
여행지뿐 아니라 돈을 쓰는 방식도 바뀌었다. 한국인 여행객은 할인점이나 전자제품 매장 등 전통적인 가성비 소비를 줄이는 대신 백화점과 의류, 액세서리 등 개인 취향이 반영된 소비를 늘리고 있다.
방한 일본인은 K-컬처와 미식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었다. 골든위크 기간 일본인 여행객의 쇼핑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5% 증가했으며, K-뷰티와 K-패션 수요에 힘입어 백화점 등 고급 소매점 결제도 약 60% 늘었다. 외식에서도 1회 평균 결제금액이 약 25% 상승했다. 야식과 공연, 클럽 등 한국의 밤 문화를 즐기는 수요가 늘면서 심야 시간대 결제액도 약 70% 증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프리미엄 카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에서 한국 프리미엄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75% 증가해 일반 카드보다 3배 빠르게 성장했고, 한국에서 일본인의 프리미엄 카드 결제액 역시 약 95% 늘었다.
방일 한국인 여행객 70%가 컨택리스 결제 경험
소도시와 골목 여행이 확대되면서 결제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비자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의 약 70%가 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컨택리스 방식인 ‘탭투페이(Tap to Pay)’를 한 번 이상 이용했다. 한국인 여행객의 일본 내 컨택리스 결제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5% 증가했다.
현금 중심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일본이지만 현재 일본 내 비자 대면 결제의 약 65%는 컨택리스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방한 일본인의 컨택리스 결제 규모가 전년 대비 약 80% 증가해 접촉식 결제 성장률인 약 55%를 웃돌았다. 특히 노점과 개인 카페 등 중소상점에서 일본인의 결제 증가율이 약 80%를 기록하며 대형 가맹점의 약 55%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여행지 교통도 ‘카드 한 장’으로
해외에서 별도의 교통카드를 구입하지 않고 자국 카드를 대중교통 단말기에 대는 개방형 교통결제 시스템 ‘오픈루프’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오픈루프가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방일 한국인의 컨택리스 교통 결제가 약 40% 증가했다.
다만 비자의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51.3%는 일본 대중교통에서 오픈루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해당 방식을 안내한 이후에는 대중교통 이용 의향자의 48.6%가 다음 일본 여행에서 오픈루프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은 도입 초기 단계다. 방한 일본인의 대중교통 컨택리스 결제 이용률은 방일 한국인의 약 4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비자코리아 패트릭 스토리 사장은 “대도시 랜드마크를 벗어나 소도시 골목상권을 찾고, 취향에 맞는 경험에 지갑을 여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가 결제 데이터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며 “여행객의 이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대중교통부터 동네 식당까지 익숙한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결제 환경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균 기자 sage@trave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