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형 히든 도어 핸들을 적용한 테슬라 전기차. 디자인 완성도는 높지만 비상 상황에서 개폐가 어려운 구조가 안전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중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한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약 298만 대에 달하는 전 차종 리콜을 단행한다. 2020년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본격 인도되기 시작한 테슬라의 중국 누적 판매 대수가 2025년 기준 약 300만 대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테슬라가 중국에 진출해 판매한 차량 거의 전량이 이번 리콜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최근 테슬라 전동식 매립형 도어 핸들이 충돌 사고 시 저전압 배터리 전원 차단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아 탑승자 탈출과 외부 구조를 방해하는 치명적 결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샤오미와 지리 그리고 샤오펑 등 9개 완성차 업체의 총 430만 대를 포함하고 있어 중국 자동차 역사상 단일 결함 기준 최대 리콜 기록을 세웠다.
중국 정부가 이례적으로 초강수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연이어 발생한 사망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 전역에서는 테슬라를 비롯한 순수 전기차가 가드레일이나 구조물에 충돌한 뒤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문이 열리지 않아 탑승자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구조대원조차 진입하지 못하는 참사가 잇따랐다.
실제로 충돌 직후 매립식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화재 현장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최소 15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며 현지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이를 단순 개별 결함이 아닌 전기차 업계 전반의 ‘구조적 안전 위협’으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강제 리콜 조치를 단행했다.
테슬라는 충돌 감지 시 차창을 자동으로 내리도록 하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실내 비상 수동 레버 위치를 안내하는 경고 라벨을 부착하는 방법으로 리콜 시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무선 업데이트가 불가능한 초기 모델은 서비스 센터 입고를 통해 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근본적인 결함을 회피하려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강한 충돌로 저전압 배터리 선로가 단선되거나 전자제어장치(ECU)가 파손되면 창문을 내리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작동할 수 없다. 긴박한 화재 현장에서 당황한 탑승자에게 도어 포켓 깊숙이 숨겨진 수동 레버의 위치를 라벨로 확인하고 탈출하라는 처방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테슬라, OTA 해결에 '땜질 처방' 꼼수 지적도
테슬라가 소프트웨어 땜질 처방을 택한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하드웨어 수리 비용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만약 중국 당국의 추가 규제로 3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의 도어 메커니즘을 물리적 기계 구조로 전면 교체하거나 외장 핸들을 재설계해야 할 경우 대당 수십만 원의 공임과 부품비가 발생해 총 수리 비용만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려던 테슬라의 셈법과 달리 중국 당국이 2027년부터 물리적 기계 손잡이가 없는 완전 매립형 도어 핸들의 장착을 전면 금지하는 표준 개정까지 예고하면서 하드웨어 재설계에 따른 추가 비용 지출은 불가피해졌다.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매끄러운 미래지향적 외관을 뽐내던 매립식 도어 핸들은 이제 탑승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전락했다. 전자기판과 모터 구동에 100% 의존하는 구조적 결함 탓에 문이 열리지 않아 골든타임을 놓치고 인명 피해가 잇따르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철퇴를 내렸다.
중국 뿐만이 아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아직 미국 내 공식 리콜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발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도 도어 안전 기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과 전비라는 수식어 뒤에 기본 안전을 뒷전으로 미뤄둔 테슬라의 설계 철학이 결국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과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 그리고 브랜드 신뢰도 추락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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