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마틴이 DB12 S, 밴티지 S, DBX S 세 모델을 국내에 동시 공개하며 고성능 라인업 재편을 완료했다. 세 모델은 각각 슈퍼 투어러, 스포츠카, 슈퍼 SUV로 성격이 다르지만, S라는 하나의 배지 아래 출력과 응답성, 섀시와 공력 성능, 경량화라는 공통된 방향성을 공유한다.
DB12 S는 장거리 주행 성능과 역동성을 함께 갖춘 슈퍼 투어러로, 운전자 중심의 순수한 주행 감각을 추구하는 밴티지 S와 성격을 구분한다. DBX S는 럭셔리와 압도적인 성능을 결합한 슈퍼 SUV로 자리매김했다. 애스턴마틴 측은 브랜드 최초 SUV였던 DBX부터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밴티지, DB12, 뱅퀴시까지 2024년과 2025년 사이 전면 리프레시된 플랫폼이 S 모델 개발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애스턴마틴은 S 배지를 단순한 트림 명칭이 아닌, 브랜드 헤리티지의 한 축으로 설명한다. 시작점은 1953년 등장한 DB3S 레이스카다. 당시 르망 24시 등 주요 내구레이스에 투입됐던 DB3S는 이후 도로용 모델에 S라는 이름을 붙이는 전통의 출발점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뱅퀴시 S 1세대(2004년)와 2세대(2016년)가 뒤를 이었고, V8 밴티지 S(2011년)와 V12 밴티지 S(2013년), 4인승 스포츠 세단 라피드 S(2013년)까지 S 배지는 세대를 거치며 애스턴마틴의 퍼포먼스 역량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2015년 구세대 밴티지 라인업을 통해 V8과 V12 밴티지 S가 이미 소개된 바 있어, S라는 이름 자체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애스턴마틴 관계자는 발표에서 S 배지 활용의 역사가 70년에 이르렀으며, 초기 레이스카부터 최근 뱅퀴시와 밴티지를 거쳐 현재 라인업까지 깊이 있게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도로 주행에 초점을 맞춘 고성능 모델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라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DB12 기준으로 판매 물량의 상당수가 S 트림에 쏠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형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주력 트림은 S가 맡고 있다는 뜻으로, DBX 역시 707 등장 이후 기본형이 단종되며 고성능 트림 중심으로 재편된 전례가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DB12 S・밴티지 S・DBX S 3종 동시 공개는 서로 다른 세 개 차급에서 벌어지고 있던 S 중심 전환을 한자리에서 정리해 보여주는 자리에 가깝다.
제원을 살펴 보면 DB12 S는 최고출력 700마력, 최대토크 800Nm,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3.5초, 최고속도 325km/h를 발휘한다. 밴티지 S는 680마력, 800Nm 토크로 정지가속 3.4초, 정지에서 200km/h까지는 10.1초가 걸리며 최고속도는 동일하게 325km/h다. DBX S는 727마력, 900Nm 토크에 정지가속 3.3초, 최고속도 310km/h로 세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출력을 낸다. 특히 순수 내연기관으로 구동되는 SUV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출력이라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애스턴마틴 관계자는 발표에서 출력 상승 폭보다 경량화와 섀시 튜닝에 훨씬 많은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DBX S는 카본 파이버 루프로 약 18kg, 23인치 마그네슘 휠로 최대 19kg을 줄여 옵션 적용 시 DBX707 대비 최대 47kg의 경량화가 가능하다. 애스턴마틴은 SUV 차급에 마그네슘 휠을 적용한 최초의 완성차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밴티지 S는 솔리드 마운트 리어 서브프레임을 적용해 차체 비틀림 강성을 5퍼센트 높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섀시 세팅 상당 부분이 포뮬러원 세이프티카로 다년간 활약한 밴티지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캠버와 캐스터 지오메트리까지 실제 F1 세이프티카 세팅값을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DB12 S는 ZF 8단 자동변속기 변속 시간을 기존 대비 43퍼센트 줄인 0.12초로 단축했으며,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기본 적용해 현가하질량을 27kg 줄였다. 애스턴마틴 측은 댐퍼 세팅을 무조건 딱딱하게 만드는 대신, 노면과 더 유연하게 반응하도록 조율해 오히려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헤드토스 억제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세 모델 모두 자사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 울트라를 표준 탑재했다. 애스턴마틴은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이 시스템을 도입한 유일한 곳이라 밝혔으며, 인포테인먼트부터 계기판까지 카플레이 생태계로 통합해 개인화 기능을 강화했다.
세 모델의 해외 주요 매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평을 보였다. 출력 증가 폭 자체는 14마력에서 20마력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체감 성능 차이는 스티어링과 섀시, 사운드 튜닝에서 나온다는 평가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밴티지 S는 전륜엔진 후륜구동 차량 중 역대급 가속 기록을 세웠다는 평가와 함께, 배기음과 사운드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두드러졌다. DB12 S는 장거리 그랜드투어링 성격과 스포츠성을 함께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세 모델 중 섀시 변경 폭이 상대적으로 절제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DBX S는 슈퍼 SUV 세그먼트에서 감성적인 주행 경험을 완성했다는 호평이 이어졌으며, 톱기어 선정 2026 슈퍼 SUV 오브 더 이어에 오르기도 했다.
애스턴마틴은 서로 다른 세 개 차급에 걸쳐 S 배지를 동시에 앞세우는 전략을 국내에서도 그대로 재현했다. 슈퍼 투어러, 스포츠카, 슈퍼 SUV라는 각기 다른 영역에서 하나의 퍼포먼스 철학을 관통시키려는 시도가 국내 럭셔리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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