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규칙을 많이 부과할수록 활용이 느려진다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딜로이트가 전 세계 은행 고위 경영진 135명을 조사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규칙을 촘촘하게 갖춘 은행일수록 AI를 더 많이, 더 넓게 활용하고 있었다. 한국딜로이트그룹이 2026년 8월 펴낸 리포트 「금융 AX 성과 격차의 출발점, AI 거버넌스」는 이 차이를 만드는 열쇠로 ‘AI 거버넌스’를 지목한다. AI 거버넌스란 AI를 어디에, 어떻게, 누가 책임지고 쓸지를 정해 두는 조직의 관리 규칙과 통제 체계를 말한다. 이 글은 그 규칙이 왜 브레이크가 아니라 액셀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2026년 AI 기본법이 시행된 한국 금융권에는 어떤 의미인지를 풀어낸다.
AI 활용도를 가른 진짜 변수, 거버넌스 성숙도
같은 은행이라도 AI를 얼마나 잘 쓰는지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AI 거버넌스 성숙도에서 갈렸다. 딜로이트가 발표한 「금융 AX 성과 격차의 출발점, AI 거버넌스」에 따르면, AI 관리 체계가 잘 잡힌 은행일수록 실제 업무에 AI를 완전히 도입한 부서가 눈에 띄게 많았다. AI 거버넌스 성숙도란 조직이 AI를 관리하는 수준을 뜻하며, 딜로이트는 이를 임시 대응, 기초, 체계 구축, 최적화의 네 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가장 낮은 임시 대응 단계 은행은 AI를 완전히 도입한 부서가 평균 0.7개에 그쳤다. 반면 가장 높은 최적화 단계 은행은 5.5개에 달했다. 여덟 배 가까운 차이다. 규칙이 많으면 조직의 움직임이 둔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잘 만든 규칙을 갖춘 은행이 고객서비스, 마케팅, 재무, 인사 등 여러 부서에서 폭넓게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규칙이 있어야 오히려 안심하고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이 조사의 핵심 발견이다.
1년 만에 두 배, 그러나 최적화 단계는 13%뿐
금융권의 AI 도입 속도는 이미 실험 단계를 넘어섰다. 딜로이트의 금융 AI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기관에서 AI 도구를 쓰는 임직원 비중은 2025년 30%에서 2026년 62%로 1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열 명 중 여섯 명이 업무에 AI를 활용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안전장치다. 딜로이트의 AI 거버넌스 지수로 측정한 결과, 전 세계 은행의 87%는 AI 거버넌스를 대폭 손봐야 하는 상태였다. 성숙도별로 보면 임시 대응 10%, 기초 41%, 체계 구축 36%였고, 규칙이 조직 문화로 자리 잡은 최적화 단계는 13%에 불과했다. 열 곳 중 아홉 곳가량이 AI는 빠르게 들여왔지만 그것을 다룰 규칙은 아직 못 따라간 셈이다. 차를 시속 100킬로미터로 몰면서 브레이크 점검은 미뤄 둔 상황에 가깝다.
가드레일이 오히려 액셀이 되는 이유
좋은 AI 거버넌스는 혁신을 막는 벽이 아니라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발판이라는 것이 이 리포트의 핵심 메시지다. 여기서 가드레일이란 도로 옆 난간처럼 AI가 사고를 내지 않도록 잡아 주는 안전 통제 장치를 말한다. 난간이 튼튼해야 운전자가 마음 놓고 속도를 낼 수 있듯, AI도 통제 체계가 잘 갖춰져야 조직이 위축되지 않고 활용 범위를 넓힌다.
숫자로도 드러난다. 이번 서베이에서 앞서 언급한 AI 거버넌스 지수가 10점 오를 때마다 매출은 최대 약 10%포인트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거버넌스가 단순히 사고를 막는 비용이 아니라 돈을 버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딜로이트는 “좋은 거버넌스는 규모가 크고 복잡한 체제일 필요가 없고, 조직의 특성과 목적에 맞는 적정 수준이 바람직하다”며 “우리가 설계해야 할 거버넌스 체계는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책임 있는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규칙을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잘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그림1. AI 거버넌스가 성숙할수록 AI 완전 도입 사업부가 늘어난다 (임시 대응 0.7개→최적화 5.5개). 자료: 딜로이트, 2026
도입 단계에선 엄격하다 운영에서 방치되는 AI
AI 거버넌스는 도입 전에는 강하게 작동하다가 정작 운영 단계에서 헐거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설계할 때는 72%가 필수 통제를 적용했지만, 도입 이후 성능을 계속 지켜보는 모니터링 단계에서는 그 비율이 55%로 떨어졌다. 새 기계를 들일 때는 꼼꼼히 점검하다가 막상 가동한 뒤로는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것과 같다. AI는 시간이 지나면 데이터가 바뀌어 판단이 흔들릴 수 있어, 오히려 운영 단계의 감시가 중요한데도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책임을 지는 사람도 성숙도에 따라 갈렸다. 성숙도가 높은 은행은 AI 거버넌스를 데이터 부서에만 맡기지 않고 최고AI책임자(CAIO)나 최고정보·기술책임자(CIO·CTO) 같은 전담 경영진이 책임지는 핵심 과제로 끌어올렸다. 반대로 기초 단계 은행은 절반이 이를 데이터 부서(최고데이터책임자·CDO 등)에 맡기고 있었다. 데이터 부서가 AI 기술에는 밝지만, AI를 어디까지 활용할지와 같은 사업 전반의 판단과 책임까지 지기는 어렵다. 결국 누가 최종 책임을 지느냐가 성숙도의 갈림길이었던 셈이다.
한국 금융권에도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이 조사가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규제 환경이 이미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5년 제정돼 2026년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축으로 AI 거버넌스 체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신용평가, 대출심사, 보험심사, 투자자문처럼 고객의 돈과 권리에 직접 영향을 주는 영역이 많아 대표적인 ‘고영향 AI’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고영향 AI란 사람의 생명, 안전, 기본권에 큰 영향을 미쳐 더 엄격한 관리가 요구되는 AI를 말한다.
쉽게 말해 내 대출이 승인될지, 내 신용점수가 몇 점일지를 AI가 판단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AI 기본법과 별도로 거버넌스, 합법성, 신뢰성, 보안성 등 금융권 AI 7대 원칙을 제시했고, AI의 판단 근거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이른바 ‘설명 가능한 AI(XAI)’ 도입도 과제로 올라와 있다. 딜로이트는 한국 금융사가 ‘AI 활용 확대’보다 ‘AI 통제 체계 구축’을 먼저 서둘러야 하며, 여기서 준비된 은행과 뒤처진 은행의 성과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모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
이번 리포트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AI를 얼마나 안전하고 책임 있게 다루느냐’로 옮겨 간다. 데이터가 보여주듯 규칙과 활용은 맞바꾸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가는 관계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매출이 늘어난 이유가 순수하게 거버넌스 덕분인지, 원래 앞서가던 은행이 거버넌스도 잘 갖춘 것인지는 조사 데이터만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두고 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AI를 빠르게 들이는 경쟁이 이제 AI를 잘 관리하는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며, 그 출발선이 어디인지 스스로 점검해 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 AI 거버넌스가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AI 거버넌스는 조직이 AI를 어디에, 어떻게, 누가 책임지고 사용할지 정해 두는 관리 규칙과 통제 체계를 말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운전면허와 교통법규처럼, AI가 사고 없이 제 역할을 하도록 잡아 주는 울타리라고 이해하시면 쉽습니다.
Q. 규칙이 많으면 AI를 쓰기 불편해지는 것 아닌가요?
딜로이트 조사 결과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관리 체계가 잘 갖춰진 은행일수록 AI를 완전히 도입한 부서가 평균 5.5개로, 관리가 허술한 은행의 0.7개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안전장치가 튼튼해야 조직이 안심하고 AI 활용을 넓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이 내용이 금융권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도 의미가 있나요?
있습니다. 은행이 신용평가나 대출심사에 AI를 쓰기 때문에, 은행의 AI 관리 수준은 곧 내 대출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는지와 직결됩니다. 한국은 이런 영역을 ‘고영향 AI’로 정해 더 엄격히 관리하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 보호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딜로이트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금융 AX 성과 격차의 출발점, AI 거버넌스 (딜로이트 인사이트, 2026년 8월)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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