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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넘어 우주로…우주 데이터센터 뜨는 이유는

2026.08.27. 08: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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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예지 기자] 인공지능(AI) 가속화로 지상 데이터센터가 물리적 한계에 봉착한 가운데, ‘스페이스 컴퓨팅(Space Computing)’이 차세대 데이터 인프라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지난 ‘AI 서밋 서울& 엑스포 2026(AISE 2026)’에서 중국 우주 플랫폼 기업 랜드스페이스 계열사 홍칭 테크놀로지(LandSpace HongQing Technology)의 숀 차오(Shawn Cao) 해외시장 총괄 디렉터는 차세대 우주 데이터 인프라의 이점과 도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AISE 2026에서 차세대 우주 데이터 인프라를 주제로 발표한 숀 차오(Shawn Cao) 해외시장 총괄 디렉터 / 출처=IT동아
AISE 2026에서 차세대 우주 데이터 인프라를 주제로 발표한 숀 차오(Shawn Cao) 해외시장 총괄 디렉터 / 출처=IT동아

스페이스 컴퓨팅이란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쏘아 올린다는 구상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F 영화 소재에 가까웠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의 가시적인 투자 행보가 이어지면서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로 인한 전력 소모량이 치솟자, 전력난, 냉각수 부족, 부지 매입 난항 등 한계에 직면한 기업들이 우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스페이스 컴퓨팅은 엔비디아의 최고 사양 GPU를 수만 개 이상 탑재한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궤도에 띄워, 우주 공간에서 AI 모델을 대규모로 학습시키는 개념이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가 제시한 개념도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이 가능한 수준의 GPU 클러스터를 우주로 이전하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 이미지 / 출처=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이미지 / 출처=엔비디아

우주 데이터센터의 핵심 목표는 ▲무한한 태양 에너지 확보 ▲전 지구적 커버리지 제공 ▲탁월한 열 관리다. 지상과 달리 대기의 방해가 없는 우주에서는 태양광 에너지를 24시간 내내 수집할 수 있다. 또한 영하 100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발열 관리에 소모되는 냉각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물리학적 이점이 존재한다.

숀 차오 디렉터는 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치를 제시했다. 인프라 구축과 GPU 비용을 더해 1GW급 지상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약 500억 달러(약 67조 원)가 투입된다면, 스타십 발사 단가를 기준으로 동일 규모의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비용은 약 370억 달러(약 49조 60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발사 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인 만큼, 향후 탑재체(페이로드) 수송 가격이 더 떨어지면 비용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이스X의 발사 비용이 목표치인 kg당 200달러 수준까지 낮아지면 우주 데이터센터의 전력 단가가 지상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구글의 분석도 있다. 물이 필요 없는 복사 냉각과 끊이지 않는 태양광 발전 덕분에 운영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다.

스페이스X의 독주, 중국의 추격

우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축이 될 위성 네트워크 / 출처=스타링크
우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핵심 축이 될 위성 네트워크 / 출처=스타링크

우주 기반 인프라의 선두주자는 스페이스X다. 스페이스X의 핵심 경쟁력은 로켓 발사부터 통신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 생태계에 있다. 데이터센터라는 두뇌를 우주 궤도에 두고, 테슬라 자율주행차나 로봇 같은 지상의 팔과 다리를 초고속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로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으로 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무한한 태양광과 극저온 환경에서 AI 연산을 수행한 뒤, 결과를 스타링크 망을 통해 지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X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우주 데이터센터 전용으로 최대 100만 기 규모의 태양광 위성망 배치를 신청했으며, 최근 태양광 패널 길이가 75m에 달하는 AI 전용 위성 ‘AI1’의 설계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2027년 말까지 1GW, 장기적으로는 1TW(테라와트)급 우주 AI 연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궤도상에서 H100 GPU 연산에 성공한 스타클라우드 / 출처=스타클라우드
궤도상에서 H100 GPU 연산에 성공한 스타클라우드 / 출처=스타클라우드

블루 오리진, 엔비디아, 구글 등 주요 기업들도 우주 컴퓨팅 시장 선점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구글은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통해 자체 TPU를 실은 위성 실증에 나섰고, 엔비디아가 투자한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Starcloud)는 지난해 H100 GPU를 실은 위성 ‘스타클라우드-1’을 궤도에 올려 구글의 경량 모델 젬마(Gemma)를 실행했다. 스타클라우드는 올해 기업가치 11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인정받았고, 5GW급 궤도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블루 오리진 역시 우주 데이터 인프라 사업 검토에 착수 중이다.

중국도 지난해 국가 차원에서 ‘삼체 컴퓨팅 위성군’ 프로젝트를 통해 첫 위성 12기를 쏘아 올렸고, 최종적으로 2800기까지 늘려 엑사급 우주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베이징시 정부도 24개 기업 컨소시엄을 구성해 1GW급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태양광 패널부터 GPU 방열 등 기술 난제

초대형 위성 구조물과 방사선 차폐 기술이 요구된다 / 출처=셔터스톡
초대형 위성 구조물과 방사선 차폐 기술이 요구된다 / 출처=셔터스톡

숀 차오 디렉터는 “스페이스 컴퓨팅은 항공우주, AI, 에너지 기술 등 최첨단 분야가 집약된 고난도 융합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무거운 하드웨어를 지구 궤도로 올리기 위한 ‘재사용 가능 로켓’, 우주의 가혹한 환경에서 초거대 연산을 수행할 ‘우주용 GPU 칩’, 태양 에너지를 24시간 수집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넘어야 할 수많은 난제가 존재한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전제는 스타링크급 통신위성군의 완비다. 지상 고객이 우주 데이터센터에 연산을 요청하려면 고성능 통신위성망을 거쳐야 하는데, 이 통신망 구축 자체부터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를 요구한다. 여기에 더해 그는 국경을 넘나드는 위성의 특성도 짚으며, “위성은 특정 국가 상공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지구를 계속 돌기 때문에 특정 영토에 머무는 시간은 짧다. 이에 비용과 기술적 부담을 여러 국가가 나누는 국제 협업 모델이 합리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구체적인 공학적 과제 중 하나는 태양광 패널의 대형화 문제다. 5GW급 데이터센터를 운용하려면 초대형 태양광 패널이 필수적인데, 이를 접힌 상태로 발사한 뒤 궤도에서 펼치는 작업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러한 초대형 구조물을 운송하기 위해 재사용 로켓을 수백 회 이상 반복해서 발사해야 한다는 점도 커다란 부담이다.

숀 차오 디렉터는 태양전지 자체의 내구성도 언급했다. 지상에서 쓰이는 실리콘 기반 패널은 우주의 고에너지 입자 환경에 노출되면 수명이 급격히 짧아진다. 이에 우주 환경에 견딜 수 있으면서 동시에 단가를 낮춘 전용 패널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우주에서는 지상처럼 유체를 활용한 냉각 방식을 사용할 수 없어 새로운 냉각 솔루션(열 관리 기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산소는 없지만 고에너지 입자가 GPU에 충돌하면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어, 칩과 하드웨어 아키텍처 자체를 우주 환경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

위성 간 연결성도 해결해야 한다. 지상에서는 GPU를 하나의 데이터센터 건물 안에서 묶을 수 있지만 우주에서는 위성마다 분산 배치할 수밖에 없다. 이들을 하나의 연산 클러스터처럼 묶으려면 고대역폭·고정밀 레이저 통신 링크가 필수적이다. 로켓과 위성, 데이터센터, 통신망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조율하는 대규모 엔지니어링 역량이 요구된다.

6G 통신망의 핵심 엔진 될까

6G와 우주 컴퓨팅 연동 비전을 발표한 홍칭 테크놀로지 / 출처=홍칭 테크놀로지
6G와 우주 컴퓨팅 연동 비전을 발표한 홍칭 테크놀로지 / 출처=홍칭 테크놀로지

숀 차오 디렉터는 스페이스 컴퓨팅을 ‘6G 통신망의 핵심 구성요소’라는 더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주 데이터센터와 이를 이어주는 통신위성군이 결합되면서 전 세계 어디서나 끊김 없는 초연결 접속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미국은 민간 주도로 시장을 선도하고 중국이 국가 주도형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랜드스페이스는 350kW급 위성을 개발해 향후 스페이스 컴퓨팅을 6G 통신망의 핵심 축으로 확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랜드스페이스는 지난 19일 자사의 재사용 로켓 ‘주췌 3호(Zhuque-3)’의 1단 추진체를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외 지역에서 나온 첫 사례이자,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다.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우주항공청은 올해 ‘K-문샷’ 프로젝트의 주요 미션으로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 핵심 기술의 실증 이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지만, 현재로서는 기초 연구 및 생태계 조성 단계 수준이다. 이미 상용화에 돌입한 글로벌 기업과는 격차가 뚜렷하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국이 반도체 강점과 발사체 기술을 결합해 우주 전용 반도체나 레이저 통신 모듈을 개발하는 등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스페이스 컴퓨팅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높아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시급한 시점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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