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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브랜드 경험] AI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관계를 만드는가

2026.08.28. 12:27:27
조회 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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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광복절 캠페인으로 읽는 브랜드 경험의 진화

광복절은 지났다.
그러나 어떤 브랜드의 행동은 그날 이후에도 남는다.

많은 브랜드가 광복절을 전후해 태극기를 사용한다. 어떤 브랜드는 기념 할인 행사를 열고, 어떤 브랜드는 애국심을 담은 광고 문구를 만든다.

빙그레는 조금 다른 일을 해왔다.

2023년에는 독립운동으로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들에게 늦은 졸업식을 열어주었다.
2024년에는 옥중에서 순국한 독립운동가에게 AI로 한복을 입혀주었다. 2025년에는 AI로 광복의 함성을 되살렸다. 2026년에는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끝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독립유공자들에게 명예여권을 만들었다.

졸업식, 한복, 함성, 여권.

이 네 가지는 모두 빼앗겼거나 닿지 못했던 것을 되돌려주는 상징이다. 빼앗긴 학창 시절, 죄수복으로 남은 마지막 모습, 들을 수 없었던 광복의 소리,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귀환.

이 캠페인들은 제품을 설명하지 않는다.
바나나맛우유도, 메로나도, 투게더도 전면에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빙그레라는 브랜드를 다시 본다.

이것은 광고일까.
사회공헌일까.
브랜드 경험일까.

그리고 이때 브랜드와 오디언스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빼앗긴 것을 되돌려주는 경험

빙그레의 광복절 캠페인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빙그레는 광복절을 전후해 독립운동가의 삶과 기억을 다루는 캠페인을 이어왔다.

2023년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은 독립운동으로 부당한 징계를 받아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를 위한 명예졸업식 캠페인이었다. 대상자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 내 퇴학 기록과 복원 가능한 사진이 남아 있는 학생 독립운동가 중 후손 동의를 받은 94명이었다.

2024년 ‘처음 입는 광복’은 옥중에서 순국해 죄수복을 입은 마지막 사진으로 남은 독립운동가 87명의 모습을 AI 기술로 복원해 한복 입은 모습으로 재현한 캠페인이었다. 국가보훈부는 이 캠페인이 옥중 순국 기록이 있고 일제 감시 대상 인물카드 등에 수형 사진이 마지막 모습으로 남은 독립유공자 87명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처음 듣는 광복’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1945년 광복 당시의 함성을 AI 기술로 구현한 캠페인이었다. 빙그레는 구현된 광복의 소리를 백범김구기념관에 기증하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시민들이 이를 감상할 수 있는 팝업 전시를 운영했다. CGV와 함께 8분 15초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했고, 관객 6,798명을 통해 총 5,540,370원의 기부금이 조성됐다.

2026년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은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치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해외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유공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국가보훈부는 빙그레, 외교부와 함께 독립유공자 30인을 위해 대한민국 명예여권을 제작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표 1] 빙그레 광복절 캠페인의 흐름

연도 캠페인 핵심 내용 브랜드 경험 관점
2023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학생 독립운동가 94명을 위한 명예졸업식 빼앗긴 학창 시절을 늦은 존중의 경험으로 복원
2024 처음 입는 광복 독립운동가 87명의 마지막 사진을 AI로 복원해 한복 입은 모습으로 재현 AI를 존엄 회복의 경험 장치로 사용
2025 처음 듣는 광복 1945년 광복의 함성을 AI로 구현하고 전시·상영·기부로 확장 들을 수 없었던 역사를 시민이 경험할 수 있는 소리로 전환
2026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 해외에서 생을 마감한 독립유공자 30인에게 대한민국 명예여권 헌정 돌아오지 못한 사람에게 상징적 귀환 경험 제공

주: 빙그레, 국가보훈부, CGV 및 관련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필자가 정리했다. 캠페인별 참여 수치와 영상 조회수는 확인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본 표에서는 보도자료로 확인 가능한 사실 중심으로 정리했다.

사진: [빙그레 유튜브]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 캠페인 영상 캡처

사진: [빙그레 유튜브] 「대한의 가장 빛나는 여권」 캠페인 영상 캡처



제품을 팔지 않았는데 브랜드가 남는다

빙그레의 광복절 캠페인이 흥미로운 이유는 제품을 전면에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브랜드 캠페인은 제품의 기능, 가격, 혜택, 차별점을 말한다. 그러나 이 캠페인에서 빙그레는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한 장의 사진을 바꾸고, 들리지 않던 소리를 들려주고, 돌아오지 못한 사람에게 상징적 여권을 건넨다.

여기서 브랜드는 판매자가 아니라 기억을 연결하는 주체가 된다.
오디언스는 소비자가 아니라 함께 기억하는 사람이 된다.

이것이 단순한 사회공헌과 브랜드 경험의 차이다. 사회공헌은 좋은 일을 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경험은 그 행동이 오디언스에게 어떤 장면으로 남는가까지 포함한다. 사람들이 그 행동을 보고, 느끼고, 기억하고, 다시 공유할 때 브랜드와 오디언스 사이에는 새로운 관계가 생긴다.

빙그레가 만든 것은 제품의 장점에 대한 설득이 아니다.
브랜드가 무엇을 기억하고, 누구를 존중하며,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가에 대한 경험이다.

그래서 이 사례는 “좋은 캠페인”을 넘어 브랜드 관계의 사례가 된다.

관계는 구매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브랜드는 종종 고객과의 관계를 충성 고객, 잠재 고객, 이탈 고객, 팬, 구독자, 구매자 같은 말로 설명한다. 물론 이런 구분은 필요하다. 그러나 충분하지는 않다.

좋아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복 구매하지만 애착은 없는 사람이 있다.
불만은 있지만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제품은 사지 않지만 브랜드의 이야기를 자발적으로 퍼뜨리는 사람도 있다.

빙그레의 광복절 캠페인을 접한 사람 역시 단순한 소비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기억하는 사람이고, 공유하는 사람이며, 감사의 감정을 다시 확인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에게 빙그레는 익숙한 식품 브랜드였지만, 이 캠페인을 통해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는 브랜드”로 다시 보일 수 있다.

바람 프레임워크(BARAM Framework)에서 관계(Relationship)는 단순한 호감도나 충성도로만 보지 않는다. 관계를 읽으려면 세 가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이 관계는 어떤 규칙으로 작동하는가. 지금 이 관계의 감정과 행동 상태는 어디에 있는가. 이 관계를 지탱하는 재료는 무엇인가.

빙그레 캠페인의 관계 규칙은 거래가 아니다.
쿠폰도, 가격도, 구매 유도도 전면에 없다.
대신 기억과 존중이 관계의 규칙이 된다.

관계의 상태는 긍정·적극에 가깝다. 사람들은 캠페인을 단순 광고가 아니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전시, 영상, 기증, 후손 참여는 캠페인을 보는 경험에서 참여하고 기억하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관계의 재료는 제품 기능이 아니다.
감정, 공동체, 신뢰, 그리고 기억이다.

이 관점에서 빙그레의 광복절 캠페인은 자발적으로 확산하는 관계이자, 감정과 공동체에 기반한 기억의 관계에 가깝다.

AI는 기억을 대신하지 않는다

이 사례가 AI Matters에 중요한 이유는 AI의 쓰임에도 있다.

AI는 여기서 광고 제작을 빠르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더 화려한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도 아니다.

2024년 ‘처음 입는 광복’에서 AI는 마지막 사진이 죄수복으로 남은 독립운동가에게 한복을 입혀주는 장치가 되었다. 2025년 ‘처음 듣는 광복’에서 AI는 지금은 직접 들을 수 없는 광복의 함성을 다시 경험하게 하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AI가 역사를 대신할 수는 없다.
AI가 기억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어디에 쓰였는가다. 빙그레의 캠페인에서 AI는 기억을 대체하지 않는다. 기억해야 할 대상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다. 남아 있지 않은 표정과 들을 수 없던 함성을 복원해, 오늘의 오디언스가 과거의 사람들과 다시 관계 맺을 수 있는 경험을 만든다.

AI는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경험의 관점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다르다.

AI로 무엇을 더 빨리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AI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다시 열 것인가다.

오래된 브랜드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법

빙그레는 오랫동안 익숙한 식품 브랜드였다.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투게더처럼 많은 사람의 일상과 연결된 제품을 가진 브랜드다.

그런데 광복절 캠페인에서 빙그레는 다른 관계를 만든다. 제품을 소비하는 관계에서, 기억에 참여하는 관계로 이동한다. 익숙한 브랜드에서, 존중과 감사의 태도를 보여주는 브랜드로 확장된다.

이것은 모든 브랜드가 역사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 기억을 캠페인의 소재로 사용하는 일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대상에 대한 이해, 지속성, 진정성, 협력 기관, 후손의 동의, 구체적인 행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억은 쉽게 장식이 되고, 캠페인은 쉽게 소비가 된다.

빙그레 사례가 비교적 강한 이유는 광복절이라는 시점, 독립운동가라는 대상, AI 복원이라는 기술, 후손 참여와 기증이라는 행동이 하나의 경험 흐름 안에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흐름이 한 해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바람 프레임워크는 소비자와 오디언스가 이미 남긴 말과 반응 속에 숨어 있는 관계의 신호를 읽고, 그것을 브랜드가 이해할 수 있는 전략 언어로 번역하는 방식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빙그레 광복절 캠페인의 의미는 더 선명해진다. 이 캠페인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구매 관계가 아니다. 브랜드가 오디언스와 함께 기억할 이유를 만들 때, 제품 밖에서도 관계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관계는 붙잡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기억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AI 시대의 브랜드는 더 많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더 많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으며, 더 개인화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는 메시지의 양으로 깊어지지 않는다.
관계는 브랜드가 오디언스를 어떤 존재로 대하는가에서 깊어진다.

소비자로만 대하는가.
구매자로만 대하는가.
데이터로만 대하는가.

아니면 함께 기억하고, 함께 참여하고, 함께 의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대하는가.

구매는 있지만 신뢰가 없을 수 있다.
호감은 있지만 행동이 없을 수 있다.
반복은 있지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반대로 구매가 없어도 기억과 감정의 관계가 생길 수 있다.

AI 시대의 브랜드 경험은 이 차이를 읽는 일에서 시작된다.

오래 남는 브랜드는 고객을 붙잡는 브랜드가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기억하고 싶어 하는 관계를 만드는 브랜드다.

제품은 소비된다.
캠페인은 지나간다.
그러나 잘 설계된 관계는 남는다.

빙그레의 광복절 캠페인이 보여준 것은 바로 그 가능성이다.

참고자료

  1. 빙그레.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관련 보도자료.
  2. 국가보훈부.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관련 자료.
  3. 빙그레. “처음 듣는 광복” 캠페인 관련 보도자료.
  4. CGV. “CGV·빙그레, ‘처음 듣는 광복’ 수익금 대한적십자사에 기부.”
  5. 연합뉴스. “보훈부·빙그레 ‘독립운동가에 대한민국 명예여권’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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