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검색과 콘텐츠, 업무를 넘어 일상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가전 시장에서도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기보다 주변 환경과 상태를 파악해 스스로 기능을 실행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과거 스마트 가전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 제어나 예약 등 ‘연결성’에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AI와 각종 센서, 데이터 기반 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가전 자체가 상황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반복적인 집안일에 필요한 사용자의 개입을 줄이는 데 있다. 냉장고는 내부 식재료를 인식해 보관을 돕고 레시피를 추천하며, 인덕션은 조리 상태를 감지해 화력을 조절한다. 로봇청소기는 공간과 장애물을 파악해 청소 경로를 설정하고, 세탁기는 세탁물의 무게와 오염도 등을 분석해 적합한 세탁 코스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자동화 기술의 적용 범위가 음식물 처리와 식재료 관리, 바닥 청소 등으로 넓어지면서 가전의 역할도 사용자가 지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수준에서 가사 과정 자체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음식물 상태 감지해 건조·분쇄 자동 조절…스마트카라 ‘블레이드X 그라나이트’
음식물쓰레기 처리 분야에서도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카라의 ‘블레이드X 그라나이트’는 투입된 음식물의 상태를 파악해 처리 과정을 조절하는 자동 처리 시스템을 탑재한 5L 용량 음식물처리기다.
스마트카라, ‘블레이드X 그라나이트’
음식물을 넣으면 제품이 무게와 상태를 감지한 뒤 처리에 필요한 온도와 시간을 계산해 건조와 분쇄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한다. 스마트카라가 축적해 온 음식물 처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입되는 음식물의 조건에 따라 처리 과정을 조절하도록 설계했다.
처리 후에는 음식물 부피를 최대 94%까지 줄일 수 있다. 건조·분쇄 기능을 통해 치킨 뼈와 전복 껍데기 등 단단한 부산물도 처리할 수 있으며, 고온건조 기술을 적용해 병원성 미생물을 99.9% 살균한다.
IoT 기반 전용 앱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에서 제품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거나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고, 음식물 중량과 전력 사용량 등 제품 이용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음식물을 넣은 이후 처리 과정뿐 아니라 제품 관리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냉장고 속 식재료 인식해 메뉴까지 추천…삼성전자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AI 기술은 냉장고 내부 식재료를 관리하고 식사 준비를 돕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6년형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내부 카메라와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한 ‘AI 비전(AI Vision)’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냉장고에 보관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인식하고 식재료 관리에 활용한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기존에 사전에 정해진 품목을 중심으로 식품을 인식하던 방식에서 기능을 확대해 포장 식품은 물론 사용자가 용기에 직접 작성한 라벨의 내용까지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인식된 식재료는 ‘AI 푸드매니저’를 통해 관리할 수 있다. 냉장고 이용 패턴을 분석해 추가 구매가 필요한 식재료를 안내하고, 현재 보관 중인 식재료를 기반으로 메뉴와 레시피도 추천한다. 식재료를 보관하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구매와 관리, 조리 준비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냉장고 전면에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사용자는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 내부 식재료 목록이나 추천 레시피 등을 확인하고 조작할 수 있다.
장애물 280종 이상 구분…샤오미 ‘로봇청소기 6 맥스’
바닥 청소에서는 주변 장애물뿐 아니라 오염 상태까지 인식해 청소 방식을 바꾸는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샤오미 ‘로봇청소기 6 맥스(Max)’는 ‘트리플 카메라 기반 AI 파노라마 장애물 회피 시스템’을 탑재해 케이블과 슬리퍼, 가구 등 280종 이상의 물체를 인식하고 회피한다.
샤오미, ‘로봇청소기 6 맥스(Max)’
직경 3㎜ 수준의 얇은 유선 이어폰 케이블과 같은 작은 장애물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해 청소 과정에서 물체에 걸리거나 사용자가 미리 장애물을 치워야 하는 불편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바닥 오염에 따라 청소 방식도 달라진다. 자체 개발한 ‘AI 오염 인식 기술’이 47가지 건식·습식 오염을 구분하고, 감지한 오염 유형에 따라 흡입력과 물청소 방식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샤오미 Home 앱을 이용한 원격 제어와 스마트 3D 맵 기능을 제공하며 음성 제어도 지원한다.
스마트 가전의 경쟁 축이 단순한 원격 연결에서 상황 인식과 자동 실행으로 이동하면서 주방과 생활 가전 전반에서 사용자의 개입을 줄이려는 기술 적용도 확대되고 있다. 음식물의 상태와 냉장고 속 식재료, 바닥의 장애물과 오염까지 가전이 직접 감지하고 처리 방식을 선택하는 형태로 자동화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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