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네시스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 GV90이 공개됐습니다. 육중한 존재감과 높은 품질을 가진, 그야말로 울트라 럭셔리(ultra luxury)의 초특급 고급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국산 차량이 등장한 것입니다.
GV90의 차량 세그먼트는 롤스로이스나 벤틀리 같은 브랜드의 차량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로써 현대자동차는 가장 작은 경승용차 A-세그먼트부터 B, C, D, E의 양산형 모델과 F-세그먼트, 즉 제네시스 G90의 대형 고급세단, 그리고 오늘 살펴보는 GV90이 자리잡은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이 차지하고 있는 등외(?)의 최고급 차량까지 그야말로 풀 라인(full-line)을 갖춘 메이커가 됐습니다.
여기에 대형 버스와 대형 트럭 등…. 그런데 이런 정도의 모든 차종 라인업을 갖춘 메이커는 세계적으로 벤츠, 토요타 등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현대자동차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GV90의 육중한 중량감의 차체는 우리나라 조선시대 백자의 하나였던 달 항아리를 모티브로 디자인됐다고 합니다. 달 항아리의 특징은 고려청자의 상감 기법 무늬 같은 장식적 성향의 조형보다는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순수한 감성을 지향하는 것이 대표적 특징입니다.
백자의 형태는 우리나라 산맥의 완만한 침식 지형의 능선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은 후지산의 뾰족한 능선의 느낌 조형이 많고, 중국은 장가계나 쿤룬 산맥과 닮은 비교적 직선적 형태가 많이 보인다는 특징으로 구분해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새롭게 등장한 GV9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B-필러가 사라진 듯한 구조의 코치도어(coach door) 입니다. 이것은 현대자동차와 같은 양산 기업에서는 최초로 개발하고 특허를 낸 것으로, 앞, 뒤의 문을 모두 열었을 때 B-필러가 없이 탁 트인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코치도어의 대표적 차량이라고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는 B-필러가 존재합니다.
물론 GV90은 B-필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도어 구조 내부에 존재하므로, 문을 닫은 상태에서는 오히려 두 개의 B-필러가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GV90은 전장 5,285mm, 전폭 2,030mm, 전고 1,825mm, 휠베이스 3,245mm로 그야말로 국산 차량 중 가장 큰 크기를 보여줍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가장 컸던 GV80이 전장 4,945mm, 전폭 1,975mm, 전고 1,715mm에, 휠베이스 2,955mm로 큰 차체였지만, GV90과 같이 놓고 보면, 마치 중형 SUV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수입 SUV의 최고급 대형 모델 중 하나인 최신형 5세대 레인지로버(L460)의 전정ⅹ전폭ⅹ전고 5,052ⅹ2,003ⅹ1,870(mm), 휠베이스 2,997mm의 크기와 비교해도 제네시스 GV90이 전체 높이는 35mm 낮지만, 길이는 233mm 길고 폭도 27 mm 더 넓습니다.
그리고 GV90에 장착된 휠과 타이어의 규격도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가장 클 것입니다. 22인치 사양이 285/45R22 이고, 24인치 사양이 285/40R24로, 휠 규격만으로 보면 과거에 경승용차나 1세대 프라이드에 적용된 12인치 규격의 딱 두배 크기로, 국산 차량에서 지금까지 적용된 일이 없는 크기입니다. 휠 자체도 단조 공법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GV90은 코치 도어가 적용되지 않은 일반적인 경첩을 사용한 도어의 차체 모델도 존재합니다. 외관 상의 특징은 코치 도어 모델이 뒤 펜더의 캐릭터 라인 볼륨이 더 튀어나온 것에 비해 일반 도어 모델은 펜더가 매끈하고 B-필러와 C-필러에 알루미늄 아노다이장(anodizing) 즉, 금속 표면 내구성을 높이는 산화피막 처리의 은빛 필러 가니시를 부착한 것과 다르게 B-필러에는 검은색 마감재를 쓰고 C-필러에만 알루미늄 아노다이징 마감 가니시를 적용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은빛 질감 가니시는 벤츠 마이바흐 B-필러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한 이후 최고급 모델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고, 현재 제네시스 G90의 리무진 모델의 B-필러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실내의 질감 역시 최고급 모델임을 보여주는 재료로 코치도어 모델 좌석에는 세미 아닐린 나파 가죽, 일반 도어 모델에도 최고급 프리미엄 나파 가죽이 사용됐습니다.
그리고 또 눈에 띄는 건 LG전자에서 개발한 롤러블 디스플레이 패널(rollable display panel)로서, 필요에 따라 위쪽으로 90mm 확장돼 펼쳐져 많은 내용을 표시하고 운행 중에는 말려 내려가 높이를 90mm 낮추어 시야를 확보하는 유기 다이오드 디스플레이(OLED) 패널이 적용된 센터 페시아입니다.
게다가 크리스탈 질감의 물리 버튼과, 중앙 환기구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원형 노브 속의 시계는 아날로그 시계와 디지털 시계, 그리고 다양한 정보 표시의 이미지와 기능을 볼 수 있습니다.
1열 좌석은 회전 기능이 있어서 2열과 마주 보고 앉는 배치도 가능하며, 2열 좌석은 바닥에 별도로 원목과 난방이 적용된 구조를 적용하는 옵션의 실내 난방 장치에는 우리나라의 온돌과 같은 개념을 바탕으로 해서 바닥이 따뜻하게 온도가 오르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한국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새로운 GV90은 차체 외형으로만 본다면 대형 SUV라고 할 수 있겠지만, 차체 구조는 객실과 화물실이 격벽으로 구분된 3박스 구조로, 기존에 객실과 화물실이 연결된 공간으로 만들어진 2박스 구조 SUV와 다른 세단과 같은 구조입니다.
그래서 뒷좌석 이후에 트렁크 공간을 나누는 별도의 격벽과 유리창이 존재하고, 그 뒤에 다시 뒤 유리창이 달린 테일 게이트가 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즉 차체는 세단과 같이 독립된 객실을 확보한 3박스 구조이면서, 트렁크가 돌출된 노치백(notch back) 형태가 아닌 테일 게이트(tail gate)를 가진 해치백(hatchback) 유형인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기존의 상자형 SUV 형태를 탈피해 쿠페형 SUV가 개발됐듯이, GV90의 등장은 세단과 같은 3박스 구조의 차체구조를 가진 SUV의 등장이라는, 이러한 유형의 세계 최초의 시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 차량을 기준으로 GV90의 차체 공간을 살펴보면 2열의 바닥은 온돌 개념의 난방 설계로 높아져 있으면서 승객의 힙 포인트, 즉 좌석의 착좌면도 1열보다 더 높게 설정돼 있는 등 2열 승객의 쾌적성과 시야 확보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10년 전에 독립을 선언한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진 브랜드이지만, GV90은 공간 거주성과 쾌적성을 중심으로 물리적 요인을 충족시킨 모습으로 차량의 경험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편 현존하는 최고급승용차들은 물리적 요인 이외에도 공통적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위상의 국가와 브랜드에서 만들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즉 단지 물리적 요인의 충족 여부만이 아니라 브랜드와 그것이 속한 국가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2026년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과거와는 다른, 세계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K-컬쳐’와 우리의 기술적 역량을 가진 선진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오늘의 GV90은 최고급승용차로 받아들여질 바탕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새로운 GV90은 이미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선 현대자동차가 최상위권(top tier) 기업의 위상을 굳히는 출발점이 될 것임은 물론이고, 제네시스 브랜드의 길지 않은 역사보다는 새로운 최고급 브랜드로의 성장에서 보여주게 될 디자인의 혁신성과 독자성으로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