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90 칼럼에서 홍치를 언급했었다. 중국 ‘국영’ 제일자동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다. 1958년 출범한 역사와 달리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다. 중국 내 관용차에 벗어나 이제는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브랜드 자체의 라인업 구성이나 존재감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비해 뒤진다. 판매대수도 당장에는 내 세울 정도는 아니다. 제일자동차그룹은 홍치의 판매 확대를 위해 새로운 기술 전략을 발표했다. 아직은 시장의 존재감이 약하다. 하지만 다른 중국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시장을 배경으로 세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뒷배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궁금하다. 이번에는 홍치 브랜드에 대해서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홍치는 제네시스보다 출범은 훨씬 빨랐다. 1958 년에 중국 최고 지도자를 위해 만든 리무진과 퍼레이드 자동차로 시작했다. 1953 년 길림성의 수도 인 장춘시 북동부에서 설립 된 FAW 그룹은 홍치 외에도 5 개의 브랜드에 112 개의 모델을 라인업하고 있다. 또한 59개 모델이 개발 중이고 43개가 계획되어 있다. 홍치 브랜드가 주력은 아니다. 아직은 스토리가 빈약하다. 헤리티지를 거론할 수준도 아니다. 중국시장의 관용차는 아우디가 장악했었고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각각의 독창성을 무기로 중국 고급차 시장을 휩쓸었다. 중국 시장은 양산 브랜드는 폭스바겐, 프리미엄은 아우디가 주도해 왔었다.
불과 5년 전인 2021년 중국시장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는 2020년보다 8.9% 증가한 84만 6,237대를 기록한 BMW로 2.0% 감소한 75만 8,863대를 판매한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치고 2020년에 이어 1위 자리를 고수했다. 3위는 아우디로 3.6% 감소한 70만 1,289대였다. 모두 미국 시장의 판매 대수보다 세 배 가까운 실적이다.
그것이 2025년에는 BMW가 전년 대비 12.7% 감소한 69만 2,000대, 아우디가 5% 감소한 61만 5,000대, 메르세데스 벤츠는 19% 줄어든 57만 5,000대였다. 양산 브랜드에 비해 하락폭은 적었지만 기세가 꺾인 상황이다.
비슷한 시기에 홍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홍치는 당초 2020년 10만대, 2025년 30만대, 2035년 50만대의 판매 목표를 세웠었다. 그러나 2019년에 10만대를 돌파했고 2020년 20만대, 2021년에는 30만대를 돌파했다. 2022년에는 45만~50만대에 달하리라 전망했었다. 그런데 2025년 46만 63대를 판매했다.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8년 연속 증가세다. 올 해 상반기에도 중국시장 내 가격 경쟁과 내수 소비 둔화로 13만 7,700대에 그쳤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 변동 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와 중국 내수 생태계의 재편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자산 효과가 감소하면서 고가 제품 소비 계층의 가계 자산 가치가 하락했다. 고가 내구재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교체 주기 연장 및 소비 심리 위축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신에너지차 스타트업 브랜드들이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전통 럭셔리 브랜드의 대안으로 부상한 것도 배경이다. 샤오미와 샤오펑, 리오토, 화웨이 연합(HIMA) 등은 초고속 충전 시스템, 고성능 자율주행, 최첨단 인포테인먼트를 무기로 프리미엄 SUV 및 세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과거 독일 3사 엠블럼이 제공하던 신분 상징 효과보다 스마트 디바이스로서의 기능성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가장 크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의 본질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자체 기술 및 첨단 편의 사양을 앞세운 중국계 스타트업 브랜드들의 거침없는 저가 및 고 사양 밀어붙이기 전략으로 인해 프리미엄 세그먼트 전반의 출혈 가격 경쟁이 심화되었다. 신차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지금 구매하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신규 수요층의 관망세가 짙어진 것도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시행해 온 신에너지차 취득세 감면 한도 축소 및 자동차 보조금 요건 강화 등 제도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구매 보조 혜택 감소로 상류층의 프리미엄 전기차 구매 동기부여가 약화되었다. 전통 럭셔리 브랜드들은 엔진 기반 플랫폼 중심의 기존 전동화 라인업에서 탈피하고, 중국 현지 빅테크 기업들과의 소프트웨어 및 지능형 솔루션 합작을 대폭 강화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홍치도 이런 시장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동화와 고급화 앞세워 유럽을 비롯한 중동, 동남아 주요 거점에서 공격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25년 전기차 판매대수는 14만 9,000대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홍치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브랜드 특유의 화려한 디자인과 대형 세단 H9 및 오프로드 라인업을 앞세워 현지 부호층을 공략 중이다. 2021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진출했다. 사우디의 3 대 주요 도시인 제다, 리야드 및 다맘 등 전략적 영업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홍치 라인업 중 H9와 같은 고급 모델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노르웨이 등 전동화 선도국을 시작으로 대형 전기 SUV E-HS9과 차세대 전동화 라인업 EH7, EHS7을 선보이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유럽 관세 장벽 극복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스페인 현지 공장 및 스텔란티스 부지를 활용한 위탁 생산을 추진하는 등 2028년까지 유럽 내에만 10여 종 이상의 신규 전동화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초 고급 서브 브랜드 진쿠이화(황금 해바라기) 라인업과 초고가 모델을 바탕으로, 중동 및 동유럽 등 해외 고소득층 수요를 적극 흡수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 및 우핸들(RHD) 시장 대응을 위해 RHD 전용 전동화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태국과 싱가포르 시장에 진출했다. 한편, 중국 리프모터와의 전기차 플랫폼 공유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현지화 모델을 개발 중이다.
2018년 관용차 중심에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방향을 튼 홍치는 롤스로이스의 전 디자인 총괄 자일스 테일러를 영입한 데 이어, 2024년 부유층 전용 최상위 서브 브랜드 진쿠이화를 선보였다. 롤스로이스의 2025년 전체 판매대수는 5,664대였다. 중국 시장에서 롤스로이스의 판매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지만 1,500대에서 2,000대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중국 시장에서 700대 수준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롤스로이스를 대수 기준으로 추월했다.
홍치의 대표 모델인 과올리 스페셜 에디션은 가격이 1,088만 위안(약 2억 6,000만 엔)에 달한다. 차체 외장 및 실내에 전통 금실 조각과 100여 종의 비단실을 활용한 장인의 수공예 자수를 적용하는 등 중국 고유의 궁중 공예 기술을 결합해 차별화를 꾀했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홍치 진쿠이화의 중국 내 판매는 2024년 1,100대, 2025년 1,400대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와 자국 문화 및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자국산 소비 트렌드가 결합하면서, 전통 서구 럭셔리 브랜드를 선호하던 중국 부유층의 구매 패턴이 변화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제일자동차그룹은 최근 길림성 창춘에서 열린 기술 컨퍼런스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홍치의 차세대 기술 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안전성, 지능, 에너지 절약, 건강, 뷰티 등 5대 핵심 가치를 축으로 구성된다. 단일 기능 중심의 보호 및 지능화에서 벗어나 차량 전체의 능동형 지능 제어와 전 수명 주기에 걸친 저탄소 협력 체계로 진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뒷받침할 3대 핵심 기술 플랫폼도 구체화됐다. 고급 배터리 전기 및 지능형 제어를 담당하는 톈궁 플랫폼은 초고속 충전과 AI 섀시 기술을 포함해 향후 인휠 모터 및 구동•제동•조향•서스펜션 통합 제어를 추진한다. 효율적인 동력계에 초점을 맞춘 홍후 플랫폼은 주행거리 연장형 젙기차(EREV)와 탄소중립 엔진 대응을 준비하며, 주장 플랫폼은 자율주행과 AI 음성 기반 스마트 콕핏 대량 배치를 전담한다.
FAW 그룹은 저압 셀 및 열 버퍼 구조 설계를 완료하고 25MWh 규모의 전고체 배터리 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대용량 셀의 소규모 시범 도입과 수율 안정화를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지난 6년간 1,741개의 핵심 기술 돌파를 이뤄냈다. 향후 5년간 핵심 분야에 1만 명의 전문 인재를 추가 유치해 미래 모빌리티 기술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자동차업계 최초로 페로브스카이트 광전지 기술을 집약한 태양광 파노라마 선루프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전기 SUV EHS7(내수명 톈궁 08)에 탑재된 이번 기술은 깨지기 쉽고 효율이 낮은 기존 결정질 실리콘 대신 가볍고 유연하며 광전 변환 효율이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했다
홍치가 중국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연간 단일 브랜드 판매를 수치상으로 추월하거나 위협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그러나 브랜드의 실질적인 체급과 시장 구조 측면을 보면 넘어야 할 한계 역시 명확하다.
그럼에도 수입차와 독일 3사의 지속적인 입지 약화로 기회는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신에너지차 침투율이 60%를 넘어서면서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독일 3사의 연간 판매량은 2020년대 초반 70만~80만 대 수준에 육박하며 젼체 판매의 1/3을 넘나 들었다. 반면 홍치는 연간 40만 대 후반 라인을 유지하며 수치상 격차를 빠르게 줄였다.
그러나 서구 프리미엄 브랜드들과는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 라인업과 평균 판매 단가의 차이이다. 홍치는 최고급 라인업인 진쿠이화 세단부터 10만~20만 위안대 대중형 볼륨 SUV/세단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판매량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면 독일 3사는 30만 위안 이상의 프리미엄 세그먼트에 집중되어 있다. 단순 물량 추월이 곧 상위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주도권 역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신에너지차 및 지능형 기술 주도권의 문제다. 홍치 역시 전동화 비중을 급격히 높이고 있으나, 기술 인지도 및 스마트 콕핏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이들 신생 강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입장이다.
홍치가 단일 브랜드 판매대수에서 독일 3사 개별 브랜드를 개별 수치로 제치는 시나리오는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다만 30만 위안 이상 고가 시장의 실질적인 수익성과 프리미엄 주도권 측면에서는 독일 3사 및 테슬라, 화웨이 등 전기차 스타트업과의 경쟁이 쉽지는 않다.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다만 관용차로 많이 사용되는 특성상 중국 정부의 힘이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트렌드 변화가 그것을 수용할까 하는 질문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14억이라는 시장이 있다. 0,1%만 반응한다고 해도 140만이다. 중국인들은 그들만의 자부심과 애국심이 있다. 그것이 지속가능성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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