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오는 9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공동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이 세운 전략은 다름 아닌 '위안화 절상 압박'이다. 메르츠 총리는 위안화 가치가 오랫동안 25%가량 저평가되어 왔음을 지적하며 강한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유럽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 이 같은 대응은 당연한 수순처럼 보인다. 중국 세관 당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누적 무역흑자는 6,870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 흑자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 특히 순수전기차(BEV) 수출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과장이 아니다.
다만 위안화 절상이 과연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냉정하게 따져볼 문제다. 본래 시장에서는 수요가 늘어 수입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환율이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흐름이 정석이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고 해서 곧바로 내수 소비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중국 정부로서도 인위적인 환율 절상은 대단히 민감한 카드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겪은 장기 불황을 뼈아픈 반면교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엔화 절상을 수용했던 일본은 수출 경쟁력을 단번에 상실하며 1990년대 내내 장기 저성장 늪에 빠졌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경계심은 생각보다 깊다.
현재 중국 자동차 산업이 이토록 공격적인 글로벌 수출 확장에 나선 진짜 배경에는 '내수 시장의 심각한 침체'가 자리하고 있다. 2020년 시작된 부동산 개발사에 대한 강력한 부채 규제 이후, 부동산은 더 이상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가계 자산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자산 가치가 하락하자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대폭 늘렸다.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물가 상승률은 기대치를 대폭 밑돌았고,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위안화 약세는 이러한 내수 침체 흐름이 만들어낸 산물에 가깝다.
체감 실업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는 560만 명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수입이 불확실한 유연 고용 종사자 역시 올해 3억 2,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결국 전기차를 필두로 한 전략 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는, 중국 내부의 심각한 고용 불안을 상쇄하기 위한 방어책이었던 셈이다.
유럽 완성차 제조사들이 마주한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저평가된 환율과 내수 부진에 따른 중국 현지 공장의 과잉 생산 능력이 결합하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갈수록 위협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향해 상계관세(경쟁력이 높아진 해외 상품에 부가하는 추가 관세)라는 카드를 꺼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환율 조정만으로는 이 견고한 구조를 흔들기 어렵다. 중국 자동차 산업이 확보한 강력한 원가 경쟁력은 배터리 공급망의 내재화, 압도적인 생산 규모의 경제, 부품의 수직 계열화 등 환율 외적인 요소에서 비롯된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가 소폭 상승한다 해도, 유럽 시장 내 중국 전기차의 가격 우위가 단기간에 사라지기는 힘든 구조다.
유럽 협상단이 실질적인 지렛대를 갖기 원한다면, 환율이라는 1차원적 지표보다 중국 내부의 '고용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대규모 실업 파동이 사회 불안으로 번지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공식 실업률을 5% 안팎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이유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결국 유럽이 희망하는 강세 위안화와 균형 잡힌 무역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가 내수 경기 부양에 훨씬 더 파격적으로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는 정책이 대표적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도 부담스러운 결단이겠지만, 대규모 실업 발생이나 EU의 강력한 제재 조치를 마주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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