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 출시되는 신작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스팀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올해 스팀에 출시된 게임은 이미 1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 2016년만 해도 연간 출시작이 4천여 개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2만 개를 돌파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게임 제작 도구가 발전하고 생성형 AI까지 개발 과정에 활용되면서 게임을 만드는 진입장벽 자체가 낮아진 영향도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수많은 인디게임의 목적지가 유독 스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앱마켓과 콘솔 등 다른 선택지도 있는데, 왜 인디 개발사들은 스팀에 도전장을 내밀까.
현재 게임을 개발 중인 한 인디게임 개발자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래도 스팀에서는 가끔 ‘대박’이 터지잖아요. 최근에는 ‘피크(PEAK)’, ‘메챠 카멜레온’, ‘빅 워크’ 같은 게임이 크게 화제가 되면서 몇백만 장씩 팔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다른 곳에서 인디게임이 크게 흥행했다는 이야기는 최근 들어본 기억이 없네요.”
실제로 스팀에서는 작은 개발사의 게임이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세계적인 흥행작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꾸준히 등장한다. 모든 게임이 이런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인디 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의 재미’만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스팀을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는 수익모델이다. 스팀에서는 인디게임도 완성된 게임 하나에 1만~3만 원가량의 가격을 붙여 판매하는 패키지 방식이 자연스럽다. 개발사는 게임을 완성한 뒤 판매하고, 이용자는 한 차례 비용을 지불한 뒤 대부분의 콘텐츠를 즐기는 구조다.
반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무료 다운로드 후 인앱결제와 광고로 수익을 내는 부분유료화 방식이 중심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유료 게임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용자가 처음 보는 게임에 선뜻 돈을 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다.
실제로 국내 앱마켓 유료 게임 순위를 살펴보면 ‘마인크래프트’, ‘스타듀 밸리’, ‘불과 얼음의 춤’ 등 PC나 콘솔에서 이미 인지도를 쌓은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 상위권에 자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규 IP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 인디게임사 입장에서는 모바일 유료 게임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료 게임으로 출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인앱결제 상품과 재화 구조를 설계해야 하고, 광고를 넣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용자가 계속 게임에 접속하도록 이벤트와 콘텐츠를 추가하는 라이브 서비스까지 고려하면 작은 개발팀이 감당해야 하는 업무가 크게 늘어난다.
인디게임사가 게임 개발과 동시에 모바일 시장에 맞는 사업모델까지 만드는 데에는 인력과 시간, 비용이 부족하기 쉽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이용자를 게임까지 데려오는 과정이다. 스토어에 게임을 등록한다고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도 추천 게임, 인기 게임, 신규 게임 등을 노출하는 영역은 존재하지만 수많은 앱 가운데 이름 없는 신규 인디게임이 이용자에게 발견되고 다운로드까지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이용자 확보(User Acquisition·UA)를 위한 광고 경쟁이 치열하다. 모바일 측정·분석 업체 앱스플라이어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게임 앱의 UA 지출은 약 250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게임 광고 노출량도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게임을 알리려는 업체와 광고물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용자의 관심은 한정돼 있다는 의미다. 마케팅 비용과 전문 인력이 부족한 작은 개발사에는 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패키지 게임 판매가 익숙한 콘솔은 어떨까.
콘솔 역시 인디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작은 개발팀의 첫 출시 플랫폼으로는 PC보다 진입 부담이 크다.
우선 개발 환경에 대한 접근성부터 차이가 있다. PC 게임은 유니티나 언리얼 엔진을 비롯해 개발 도구와 관련 강의, 문서, 커뮤니티 자료를 인터넷에서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콘솔은 플랫폼별 개발 환경과 세부 자료 가운데 개발자 등록이나 별도 승인을 받아야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 닌텐도만 해도 개발자 등록 이후 비밀유지계약(NDA)에 동의해야 플랫폼 SDK와 개발 지원 자료를 이용할 수 있고, 닌텐도 스위치 개발 정보에는 별도의 접근 신청이 필요하다.
콘솔별 환경에 맞춰 게임을 포팅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PC에서 완성된 게임이 있다고 해서 그대로 모든 콘솔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각 기기의 성능과 입력 방식, 시스템 기능 등에 맞게 게임을 손봐야 하고 여러 콘솔을 지원한다면 각각에 대응해야 한다.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 등 멀티플랫폼 개발을 지원하는 도구가 발전하면서 과거보다 부담은 줄었지만, 관련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1인 개발자나 소규모 팀에는 여전히 추가 작업이다.
때문에 작은 개발팀이 처음부터 콘솔까지 동시에 노리기보다 우선 PC 버전을 완성해 스팀에서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 성과가 나온 뒤 콘솔 버전으로 확장하는 방식도 많이 활용된다.
물론 스팀이라고 게임을 올려놓기만 하면 이용자가 알아서 찾아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해 2만 개가 넘는 게임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아무런 홍보 없이 출시한 작품은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스팀에는 작은 게임이 이용자에게 발견될 수 있는 경로가 비교적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맞춤 대기열(Discovery Queue)이다. 이용자가 기존에 플레이했거나 관심을 보인 게임, 선호하는 장르와 태그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게임을 추천한다. 여기에 주목받는 신규 게임, 인기 제품, 장르별 페이지, 할인 행사, 스팀 큐레이터, 친구 활동 피드 등 게임이 이용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존재한다.
특히 인디 개발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찜 목록(Wishlist)’이다. 게임이 완성되기 전부터 스팀 상점 페이지를 열어 관심 있는 이용자를 모을 수 있고, 게임이 출시되거나 일정 수준 이상 할인되면 찜 목록에 등록한 이용자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출시 전 게임을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도 있다. 개발사는 데모 버전을 공개해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고, 방송이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 게임을 알리면서 찜 목록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스팀에서는 게임 출시 전부터 상점 페이지와 데모를 공개하고, ‘스팀 넥스트 페스트’ 등에 참가하면서 찜 목록을 확보한 뒤 정식 출시하는 비교적 명확한 마케팅 흐름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모든 인디게임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기에 이용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다면 추천과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이용자에게 게임이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작은 개발사에는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올 수 있다.
지금도 제2의 ‘메챠 카멜레온’을 꿈꾸며 스팀에 도전장을 내미는 인디게임사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