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HD현대 상무(CAIO)가 9월 3일 마키나락스 ‘어텐션 2026’에서 ‘제조 AI를 향한 HD현대의 여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상무는 그룹 AX센터를 총괄하며 조선과 건설기계, 에너지에 이르는 제조 밸류체인 전반의 AI 적용을 담당한다.
척수가 아니라 친환경 고부가 선박
HD현대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누적 5,000척 수주를 달성했다. 다만 김 상무는 척수 자체가 기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벌크선처럼 기본적인 수송 선박은 중국 조선소가 훨씬 많이 수주하고 있고, HD현대는 LNG·LPG 운반선 같은 친환경 고부가 선박에서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이 겪은 문제를 5~10년 뒤 겪을 수 있다
김 상무가 제시한 첫 번째 과제는 인구 구조다. 국내 제조업은 지난 50~60년간 국가 경쟁력을 이끌어 온 기간산업이지만 대부분 지방에 자리 잡고 있고, 생산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제조는 물건을 제조해 파는 행위인 만큼 생산할 노동력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김 상무는 일본을 예로 들었다. 과거 일본 하면 떠오르던 것은 숙련공이 한 땀 한 땀 제작하는 고도의 기술이었는데, 지금은 그 장인들이 사라지면서 암묵지가 함께 소실되고 있다. 암묵지는 문서로 정리되지 않은 채 사람의 경험과 감각에 남아 있는 지식을 말한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도 5년에서 10년 안에 준비하지 않으면 동일한 길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과제는 환경 규제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탄소중립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어 친환경 선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배를 사는 기준도 달라졌다. 선박 가격 자체보다 운항 기간 전체의 연료비와 탄소 배출까지 합산한 총소유비용(TCO)이 더 중요한 관점이 됐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조선소에서 자율운영 조선소로
HD현대가 제시한 방향은 세 가지다. 첫째는 숙련공과 50년 노하우가 쌓인 공정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확보하는 작업이다. 둘째는 물리적인 작업을 대신할 피지컬 AI를 어느 영역에 먼저 적용해 안착시킬 것인가다. 셋째는 선박 자체의 차별화로, 자동차가 이동 수단에서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대상으로 바뀌었듯 선박도 자율 제어와 연비 최적화, 탄소 배출 저감을 소프트웨어로 다루는 방향이다.
이를 구현하는 청사진이 퓨처 스마트 야드다.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보유한 지식과 노하우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눈에 보이는 조선소’ 단계를 거쳤고, 현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정 간 연결과 예측이 가능한 ‘연결되고 예측 가능한 조선소’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이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다.
다만 김 상무는 자율운영이 무인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반드시 사람이 필요하다”며 각 공정 영역별로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장 3개 크기 구조물을 디지털 트윈으로
올해 초 CES에서 HD현대는 지멘스와 함께 선박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한 사례를 공개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설비나 제품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복제해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말한다. 선박은 사람이 제작하는 구조물 가운데 가장 크고, 축구장 세 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과거에는 도면을 손으로 그렸고 이후 캐드로 옮겨 갔다면, 지금은 3D 환경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AI 기반으로 설계 대안을 검토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소 안에서는 협동로봇과 산업용 로봇을 활용한 선박 자동화가 진행 중이고, 조달과 생산, 품질 영역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HD현대는 이러한 지식과 노하우를 집대성해 2030년까지 ‘조선 AI’를 구축하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설비와 생산, 품질, 안전으로 이어지는 제조 밸류체인 전반을 에이전트로 전환하고, 숙련도 이상의 판단이나 원장의 노하우까지 계승시키는 것이 목표다.
선박 쪽에서는 자율운항이 핵심이다. 디지털 연구 조직을 기반으로 항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스마트십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김 상무는 앞으로 암모니아 추진선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추진, 전기 추진까지 확장되면 항해와 자율화를 함께 다루는 통합 제어가 필요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장이 중요하다”
김 상무는 협업 파트너로 팔란티어와 지멘스, 구글을 언급하며 마키나락스와의 협업 이유도 함께 밝혔다. “피지컬 AI라는 것이 단순히 기술만 가지고 하는 개념이 아니라 현장이 중요하다”며 “AI 엔지니어들이 현장에서 직접 문제를 가지고, 용접 공정이나 크레인 제어, 생산 공정 시험을 함께 고민하면서 바로 AI 문제로 풀어 나갈 수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상무는 제조 AI를 선택 사항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AI에 대한 필수적인 요소가 없으면 비즈니스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며 “제조업 대부분이 지방에 있는 만큼 스타트업과 함께 제조 AX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마키나락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마키나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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