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인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든다. 특수학교 교사 출신인 김인환 찬솔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발달장애 학생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고자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제조, 카페, 친환경,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직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친환경 조립교구 '늘품'도 개발했다. 늘품은 발달장애인의 손 기능 강화와 창의력 향상을 돕는 교구로, 페트병 뚜껑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제품이다. 김인환 대표는 발달장애인 특화 교구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7년 이상 연구 및 테스트하면서 개발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늘품을 활용해 발달장애인 교육, 강사 육성, 일자리 창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늘품의 케이스와 패키지를 새롭게 디자인했고, 이를 계기로 오는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 디자인 전시회 ‘메종&오브제(Maison&Objet)’에도 참가한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메종&오브제 현장에서 늘품을 선보이며 발달장애인 특화 교구의 장점과 사회적 가치, 친환경성을 알릴 예정이다.
김인환 찬솔사회적협동조합 대표를 만나 찬솔사회적협동조합과 늘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인환 대표는 200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울산시에 위치한 특수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당시 청소년 단체 지도자로 활동하며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특수학교 교사들과 함께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발달장애 학생 진로 고민 해소 위해 특수교사들이 뜻 모아 설립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계기는 무엇인가?
발달장애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는 그들의 가족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가족이 직접 돌봐야 하기 때문에 경제 활동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학생들의 졸업식 날이면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는 가정을 적지 않게 만났다. 특히 울산시는 중공업, 제조업 기반 기업이 많다 보니 발달장애 학생들이 졸업 후 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고, 공공기관이나 복지시설의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이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직접 일자리를 만들고, 증상이 심한 발달장애 학생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마음으로 2018년 특수학교 교사들과 함께 출자해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한다면?
찬솔은 '속이 알찬 소나무'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발달장애인들이 튼튼한 소나무처럼 자라 사회적 자립을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발달장애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한 직업 모델을 발굴하고, 단순 보조 업무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 사업 분야는 제조, 카페, 친환경, 교육이다.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특수학교 교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발달장애 학생에게도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발전시켜 직업으로 연결하면 빠르게 적응하면서 생산성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바리스타 업무를 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중에는 현재 매장을 관리하는 매니저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강점을 보이는 분야를 발견하면 관련 사업부를 신설한다. 이것이 다양한 사업부를 운영하는 이유이며, 다른 사회적기업과의 차별점이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사업 운영으로 발생한 수익은 전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 확산에 사용하고 있다. 학생마다 강점을 보이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 영역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사업부에 대해 소개한다면?
제조 사업부에서는 위생 물티슈와 화장지를 생산한다. 120평 규모의 생산 공장에서 발달장애인 근로자 9명이 근무한다. 생산한 제품은 울산시청, 북구청, 교육청,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공공기관과 대학교 40~50곳에 고정 납품하고 있다. 연 매출은 4~5억 원 수준이다. 공장 옆에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원두도 생산한다. 생두를 수입한 뒤 자체 레시피로 로스팅한 것으로 이 역시 발달장애인이 주도한다.
카페 사업부에서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지관서가, 울산학생교육문화회관 소소한카페, 울산과학관 별빛카페, 울주도서관 울주갤러리카페 등 공공형 카페 4곳을 운영한다. 이들 카페는 비장애인 없이 발달장애인 매니저, 바리스타 11명이 매장을 운영한다. 카페 사업부에서는 연 5~6억 원의 매출을 거두고 있다.
친환경 사업부는 롯데케미칼의 자원순환 지원 사업 ‘프로젝트 루프’를 계기로 시작했다. 카페에서 많이 나오는 페트병 뚜껑을 활용한 굿즈 제작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지역 축제인 울산쇠부리축제에서 키링 제작 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시 아이들과 외국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를 사업화하면 일자리 창출과 원가 절감, 환경적 가치 확보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겠다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 굿즈 제작의 경우 병뚜껑을 수거해 색깔별로 분류하고 가루로 만든 뒤 틀에 넣고 누르면 완성품이 나올 만큼 과정이 간편해 최중증 장애인과 초고령 어르신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교육 사업부는 늘품을 활용해 발달장애인 강사와 디자인 개발자를 양성하고, 늘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구와 프로그램을 모두 직접 개발했으며, 발달장애인과 초고령 어르신을 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다. 발달장애인 강사도 양성한다. 늘품 활동 중 진도가 빠른 학생이 뒤처지는 학생을 자연스럽게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일반 교과가 아니라면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강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 과정을 거친 발달장애인 3명이 특수학교와 노인 시설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 사업부의 경우 늘품 교구 생산, 강사 육성, 교육 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일자리를 파생시킬 수 있는 사업 구조여서 최근 이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손 기능과 창의력 키우는 친환경 조립교구 ‘늘품’
친환경 조립교구 늘품은 어떤 제품인가?
늘품은 손 기능 강화, 창의력 향상을 돕는 발달장애인 특화 친환경 조립교구다. 당시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는 발달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손 기능 강화 훈련용 교구가 없었다. 기존 교구는 유아용 제품을 조금씩 변형한 수준이다. 이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실제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테스트하면서 장단점을 확인해 제품을 계속 개선했다. 개발에만 7년 이상 걸렸다.
늘품은 훈련용 6종, 창의용 16종으로 구성된다. 볼트와 너트를 체결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초급부터 고급까지 단계별로 나눴다. 체결 방식을 다양화해 단계가 올라갈수록 조각이 작아지고 복잡해진다. 학생이 지루하지 않도록 작은 조각부터 큰 조각까지 10가지 조각을 제공한다.
훈련용은 손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분류하고 정확하게 규칙을 지켜 조립하도록 제작했다. 정확한 규칙을 지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생산 직무의 매뉴얼 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창의용은 10가지 조각으로 원하는 작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난이도에 따라 16단계로 구성되며 각 단계를 완료하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발달장애인에 특화한 교육 커리큘럼도 만들고, 발달장애인의 성취도를 측정, 비교, 분석할 수 있는 평가 프로그램까지 함께 개발했다.
늘품을 이용하면 일정 시간 집중하고 매뉴얼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덕분에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인지 속도가 저하되는 초고령 어르신, 손 기능이나 집중력을 키우고 싶은 어린이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손가락 발달이 느린 아이들에게도 유용해 초등학교 돌봄 시간에 활용하는 방안을 지방 교육청과 논의하고 있다.
늘품은 페트병 뚜껑을 활용해 생산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가치를, 발달장애인의 성장 및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이다.
늘품을 이용한 경진대회도 진행한다고 들었다. 어떤 대회인가?
2024년부터 매년 늘품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대회는 훈련용과 창의용으로 나눠 진행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장을 수여하고 찬솔사회적협동조합에 취업 기회도 제공한다. 창의용 부문에서는 전문가 심사를 거쳐 디자인적으로 우수한 작품을 선정한 뒤 디자인 상표권 등록까지 진행한다. 현재 2건은 등록을 마쳤고 3건은 출원 상태다.
온라인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앱을 개발 중인데, 앱을 통해 미션 수행 영상을 올려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올리고 다른 이용자와 경쟁하는 등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요소도 넣으려고 한다.
메종&오브제 참여로 유럽 진출 도전
현재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어떤 지원이 있었나?
지난해 늘품 교구 케이스 개발을 고민하던 중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여러 지원 사업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교구 케이스, 패키지를 새롭게 개발했다. 덕분에 기존의 투박했던 제품 디자인을 개선하면서 제품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메종&오브제 참가 기회도 제공받았다.
디자인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전문 영역이라 감히 접근하지 못했는데, 이번 지원을 계기로 좋은 디자인의 필요성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디자인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메종&오브제에 참가하는 이유는?
시장 조사를 해 보니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도 발달장애인에 특화된 교구가 없었다. 그래서 늘품을 각 나라와 지역 상황에 맞게 조금만 변형하면 글로벌 시장을 충분히 공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친환경, 사회적 가치에 관심이 높은 유럽 시장에 먼저 진입하고자 기회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통해 그 기회를 얻게 됐다.
메종&오브제에서는 어떤 제품을 선보일 계획인가?
메종&오브제에서는 늘품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유럽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고려해 현지 바이어와 미팅하면서 관계를 형성하고, 발달장애인과 취약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늘품의 사회적 가치, 발달장애인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 패키지, 페트병 뚜껑을 재활용하는 친환경 제조 방식을 적극 알리고자 한다. 이미 여러 기관을 통해 특수교육 시설, 노인 복지 시설, 관련 제품 유통사 등 현지 바이어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미팅을 제안하고 있다.
향후 계획과 목표는?
발달장애인은 늘 도움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 마음속에는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 찬솔사회적협동조합은 여러 사업과 늘품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이를 통해 발달장애인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기회를 얻고,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제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메종&오브제를 계기로 그 경험이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