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Lincoln)이 2027년형 노틸러스(Nautilus)를 공개했습니다. 새로운 노틸러스의 크기는 전장 4,907mm, 전폭 1,946mm, 전고 1,733mm, 휠베이스 2,900mm로서, 현대 싼타페의 전장ⅹ전폭ⅹ전고, 4,830ⅹ1,900ⅹ1,780(mm) 휠베이스 2,815mm보다는 100mm가량 길고 46mm넓지만 현대 펠리세이드의 전장 5,060~5,065mm, 전폭 1,980mm, 전고 1,805mm, 휠베이스 2,970mm 보다는 100mm가량 짧고 36mm 좁습니다.
이렇게 치수를 나열하면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하자면 싼타페와 펠리세이드 사이의 차체 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틸러스는 4기통 2,000cc 터보 가솔린 엔진과 가솔린 하이브리드 두 종류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정도 차체 크기라면 당연히 6기통에서 8기통 엔진에 배기량은 3,500 ~ 4,000cc 엔진이 탑재됐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시기에 심지어 가장 작은 하드코어 4륜구동 차량 랭글러 2도어 모델도 8기통 4,000cc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었습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40년대의 링컨 브랜드에서는 V형 8기통 엔진이 가장 작은 엔진이었습니다. 보통이 10기통에서 12기통이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랬던 미국차가 달라진 것입니다. 에너지 효율성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따른 것입니다. 물론 과거에 미국에서 8기통 이상의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선호했던 이유는 부드러움과 높은 토크가 주는 여유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노틸러스의 차체는 전체적으로 곡선과 곡면으로 구성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붕도 뒤로 갈수록 낮아지면서 뒤 유리의 각도도 경사져 있어서 역동적 이미지이면서 그다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 볼륨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교적 긴 후드 길이와 경사진 앞 유리로 인해 차체 옆면에서 본 부피감은 오히려 싼타페 보다도 더 날렵해 보이기도 합니다.
전면에는 링컨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진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돼 있지만, LED를 이용한 슬림 헤드램프가 적용돼 있고, 테일 램프 역시 LED로 두 줄의 그래픽을 가진 가로형 테일램프와 피니셔가 적용돼 있습니다.
차체의 측면 디자인에서는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도어 핸들을 벨트라인 몰드와 같은 위치에 배치하고, 차체의 도어 패널은 매끈하게 면을 연결했습니다. 벨트 라인에 도어 핸들을 설치하는 것은 최근에 링컨 브랜드에서 나오는 컨티넨탈 세단 등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적인 기능 요소입니다.
사양에 따라 휠의 디자인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접시처럼 매끈한 면을 적용해 주행 중의 와류 형성을 줄여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성능을 가진 22인치 규격의 휠과 타이어가 적용돼 있습니다. 사실 과거에는 22인치 규격은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크기였지만, 이제는 GV90이 24인치 규격을 달고 나와서인지 22인치도 그런가보다 하는 크기가 돼 버린 느낌입니다.
실내로 오면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가로 방향 전체를 두 장의 48인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패널로 연결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디스플레이 패널을 썼습니다. 여기에는 속도와 내비게이션 지도, 날씨, 오디오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표시한다고 합니다.
이와는 별도로 센터 패시아에는 11.1인치의 터치 스크린이 따로 설치돼 있어서 터치 조작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편 앞 콘솔에는 좌우에 손잡이 역할을 하는 난간 형태의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SUV의 본래 기능이 비포장 도로 주행이었기에 초기의 4륜구동 차량들은 조수석 크러시 패드나 센터 콘솔에 보조 손잡이를 설치하는 것이 오히려 보편적이었지만, 최근의 SUV는 대부분 도심지용 크로스오버 콘셉트이다 보니 이런 손잡이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그렇지만 승용차 대비 전고가 높은 SUV에서는 이와 같은 보조 손잡이는 매우 유용한 게 사실입니다. 좌석에 앉아 팔을 앞쪽으로 자연스럽게 뻗을 때 닿는 위치가 바로 앞 콘솔 쪽인데 거기에 설치된 그립은 주행 중에 잡을 수 있는 편리한 보조 도구입니다. 노틸러스의 1열 좌석 사진을 보면 앞 콘솔의 손잡이가 바로 그 위치에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열 좌석도 뒤로 경사진 등받이와 착좌면과 레그룸 등이 가족들과 함께 여행할 때 알맞은 크기로 보입니다.
공식 자료에 의하면, 노틸러스는 차량이 정차한 상태에서 앞쪽 파노라마 디스플레이 패널에 화면 그래픽과 음향, 조명 등등이 좌석의 열선이나 마사지 기능 등과 연동돼 변화된다고 하니, 공간의 경험을 중시하는 모빌리티의 개념을 반영한 요소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차들이 드넓은 미국 대륙이라는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차’라는 성격이 강했기에, 그에 맞는 대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미국 차들은 본래 추구했던 사용성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가진 성격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링컨의 노틸러스 역시 그러한 변화된 성격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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