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전망을 찾아 도시를 헤매는 대신, 도시가 가장 선명히 보이는 곳에서 머문 이야기.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와이탄과 푸둥의 시간.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과 ‘더 상하이 에디션’에서의 하루.
PUDONG & THE BUND
푸동과 와이탄, 그 사이의 황푸강
상하이(上海, 상해)를 직역하면 ‘바다의 위’라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 상하이는 바다보단 강에 더욱 맞닿아 있다. 양쯔강 하구의 지류, ‘황푸강(浦江)’이 도시의 정중앙을 가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왜 ‘상하이’일까. 황푸강의 옛 물길 중 일부 구간의 이름이 ‘상하이푸(上海浦)’였고, 남송 시대에 들어서 이곳 일대를 ‘상하이진(上海鎭)’이라고 부르며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상하이 황푸강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강폭만 놓고 보면 한강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좁은 물줄기가 상하이를 완전히 다른 두 시간대로 나눈다. 강의 서쪽은 1920년대 영국과 프랑스가 남기고 간 석조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강의 동쪽에는 21세기의 중국이 세운 마천루가 높이 솟아 있다. 단 몇 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무려 100년의 시차가 마주보고 있는 셈이다.
‘와이탄(外灘, The Bund)’은 황푸강의 서쪽 강변이다. 청나라 말기 상하이가 개항하며 열강의 조계지가 들어섰던 자리. 1.5km 남짓한 산책로에는 네오클래식, 고딕,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 여러 채가 나란히 서 있다. HSBC 은행 건물의 돔 지붕, 시계탑, 옛 상하이 클럽의 대리석 기둥. 이 모든 역사는 20세기 초 서구 자본이 동양에 새긴 흔적들이다.
와이탄의 맞은편에 ‘푸동(浦東, Pudong)’이 자리한다. 푸동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논밭과 낡은 공장지대였는데 ‘루자쭈이(陸家嘴) 금융지구’가 개발되며 상하이타워, 진마오타워, 상하이세계금융센터, 동방명주가 드높이 솟았다. 3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세계에서 손꼽히는 스카이라인이 푸동에 들어선 셈이다. 와이탄이 과거를 전시한다면, 푸동은 미래를 전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풍경이 서로를 완성시킨다는 점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는, 상하이라는 도시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The Ritz-Carlton Shanghai, Pudong
동방명주와 가장 가까운 호텔
“대주소주락옥반(大珠小珠落玉盤).” 중국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장편 서사시 <비파행(琵琶行)>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비파의 맑고 영롱한 연주 소리가 옥쟁반 위로 구슬이 구르는 듯 아름답고 생생히 울려 퍼지는 모습을 비유한 표현인데, 이 시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건축물이 ‘동방명주(東方明珠, 동방의 진주)’다. 크기가 제각각인 거대한 구체가 높이를 달리하며 이어지는 모습은, 옥쟁반 위로 흩어지는 진주 알을 연상케 한다.
상하이의 저녁이면 수많은 이들이 동방명주를 바라보기 위해 강 건너 와이탄에 모여든다. 그런데 사실 동방명주는 푸동에서 바라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거대한 구체가 시야를 가득 메웠을 때, 현실보단 잔상에 가까운 그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은 동방명주를 가장 가까이서, 자세히 두고 관찰할 수 있는 호텔이다. 동방명주는 지금의 푸동을 만든, 한 시대의 첫 장면에 가까운 건축물이다. 1990년 4월,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푸동 개발을 결정한 후, 이듬해 동방명주가 착공됐다. 1994년, 468m 높이의 탑이 완공됐을 때까지만 해도, 주변은 허허벌판이었다. 이후 차례로 진마오타워가 들어서고, 상하이세계금융센터와 상하이타워가 그 옆을 채워 갔다.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은 루자쭈이 금융무역지구의 IFC에 자리한다. 상하이 IFC는 세계적인 건축가, ‘시저 펠리(Cesar Pelli)’의 작품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1998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던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있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사옥도 그의 작품이다. 상하이 IFC는 2개의 타워로 구성된 복합단지다. 유리와 금속으로 마감한 외관은 위로 갈수록 날렵해지며, 상부의 각진 형태가 빛을 받을 때마다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인다.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은 IFC 사우스 타워(South Tower)의 최상층부 18개 층에 총 285개의 객실을 갖췄다. 내부는 1930년대 상하이의 아르데코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묵직하면서도 풍요로운 분위기를 재현했다. 이는 호텔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와이탄의 아르데코 건축물과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객실 면적은 50m2부터 410m2까지 선택지가 다양하다.
49층에 자리한 클럽 라운지, 53층의 인피니티 풀, 그리고 호텔 최상층인 58층에 자리한 플레어 루프톱 바(Flair Rooftop Restaurant & Bar)까지.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이 내세우는 럭셔리는 높은 층수도, 화려한 시설도, 완벽한 전망도 아니다. 상하이라는 도시가 스스로 정의하는 바로 그 풍경 속에 머물고 있다는 감각. 와이탄의 과거와 푸동의 현재를 한 장면으로 압축해 바라볼 수 있는 경험. 상하이의 그 어떤 곳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여행이, 이곳에 있다.
■A Journey to Pudong
Pudong Art Museum
푸둥 미술관
푸동미술관은 황푸강 건너 와이탄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장 누벨(Jean Nouvel)이 설계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고래 두 마리가 시선을 압도한다. 콜롬비아 출신 작가, ‘카롤리나 카세도(Carolina Caycedo)’의 ‘고래에 대한 경의(Salute of the Whales)’다. 실물 크기의 혹등고래를 재현해 해양 생태와 공존이라는 문제를 다뤘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특별 전시도 눈여겨볼 만하다. 200여 점의 작품을 모은 이번 전시는 21세기 들어 열린 모란디 전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Jin Xuan
진쉬안
진쉬안은 상하이의 가장 상징적인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 53층에 자리하며, 미쉐린 1스타 광둥식 레스토랑이다. 홍콩 출신 디자이너, ‘스티브 렁(Steve Leung)’이 디자인한 진쉬안은 높은 궁륭형(穹形, 아치형) 천장 덕분에 시원한 개방감이 일품이다.
Scena di Angelo
세나 디 안젤로
세나 디 안젤로는 미쉐린 스타 셰프, 안젤로 알리아노(Angelo Aglianó)가 이끄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리츠칼튼 상하이 푸동 52층에 자리한다. 동방명주는 여름 기준으로 대략 오후 7시 전후에 조명이 켜진다. 해 질 무렵에서 야경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고 싶다면 저녁 6시 30분대의 예약을 추천.
FLAIR Rooftop Restaurant & Bar
플레어 루프톱 레스토랑 & 바
플레어는 상하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루프톱 바.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어 황푸강을 사이에 두고 동방명주와 와이탄, 그리고 푸둥의 초고층 빌딩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유리창 너머로 야경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이의 밤공기와 소음까지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매력. 토마토 워터와 시트러스에 은은한 짭짤함을 더한 토마토 베르무트(Tomato Vermouth), 클래식 네그로니에 열대과일과 코코넛의 풍미를 더한 티키 네그로니(Tiki Negroni)를 추천.
■The Shanghai Edition
더 상하이 에디션
부티크 호텔, 그 존재의 이유
상하이 조계지는 1842년 맺어진 난징 조약에 의해 형성되기 시작했다. 조계지(租界地)는 ‘외국에 임대된 구역’을 뜻한다. 상하이의 경우 영국, 미국, 프랑스가 각각 조계지를 만들었고, 이후 여러 열강의 조계지를 정리한 공공 조계지와 프랑스 조계지로 개편되었다. 초창기에는 여의도의 1/5 크기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인 확장을 거듭하며 1914년 무렵에 강남구 전체와 맞먹는 거대한 구역으로 성장한다. 이 시기 상하이 조계지에는 은행, 호텔, 백화점, 영사관, 고급 주택 등이 빼곡하게 들어서게 되는데, 그것이 오늘날 상하이를 대표하는 와이탄, 유럽풍 도시 경관의 기반이 된 것이다. 한때 중국 근대사의 굴욕을 상징했던 공간은 시간이 흐르며 역설적으로 상하이의 가장 강력한 미학적 자산으로 재탄생했다. 실로 이 일대의 건축물 중 역사적인 순간을 품지 않은 곳은 하나도 없다. ‘더 상하이 에디션’도 마찬가지다.
난징동루(南京路)는 상하이에서 가장 붐비는 거리다. 인민광장으로부터 와이탄까지 이어지는 약 1.6km 길목 양옆으로 대형 쇼핑몰이 가득 들어서 있다. 더 상하이 에디션은 난징동루의 정중앙 지점에 자리한다. 외관이 특히 흥미롭다. 더 상하이 에디션 호텔은 서로 다른 시대에 지어진 두 개의 건물이 연결된 구조다. 하나는 1929년 지어진 상하이 전력회사 본사 건물이고, 다른 하나는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포스트모던 양식의 고층 건물이다. 과거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자리하고 있던 두 건물 사이에, 유리와 강철 구조의 아트리움을 삽입하여 두 건물을 호텔로 연결한 것이다. 호텔 입구로 들어서면 21m에 달하는 층고의 어반 로비가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골목을 연결한 아트리움이다. 아트리움 양편으로는 각 건물의 외벽이 보존되어 서로 다른 시간의 흔적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그 사이에는 풍성한 녹음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행잉 가든이 조성되어 있다.
호텔 내부로 들어서면 그윽한 조도 아래 황동과 목재가 은은한 광택을 드러내고, 과장된 장식 없이 재료의 질감과 비례가 공간의 품격을 높인다. 특정 시대에 머무르지 않는 영속적인 느낌은 이미 두 시대를 초월해 온 건축미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안 슈레거가 에디션이라는 브랜드를 구상하며 표방한 단 하나의 정체성은 이렇다. 세계 유명 도시에서 투숙객과 현지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호텔 같지 않은 호텔. 덕분에 객실을 제외한 대부분의 호텔 공간이 사교를 위한 장소로 꾸며져 있다.
더 상하이 에디션은 총 145개의 객실을 갖췄다. 참고로 객실은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고층 건물에 위치하고, 옛 상하이 전력회사 건물은 레스토랑, 스파 등 공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밝은 목재와 패브릭 위주의 객실은 외부와 로비에서 느낀 짙은 월넛의 강렬함과는 전혀 다른 인상이다. 장식미라고는 없는, 간결하고 지극히 단순한 디자인. 그 와중에 침대에 비스듬히 걸쳐 있는 ‘스로(Throw)’가 눈에 띈다. 이 털 담요는 에디션의 시그니처인데, 무심하게 툭 던져 놓음으로써 절제 속의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재미 요소다. 객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상하이 그 자체에 가깝다. 수많은 이들이 밤낮없이 오고 가는 난징동루, 그 길 끝에 이어지는 이전 세기의 아르데코 건물들, 황푸강 너머의 초현대적 마천루까지. 더 상하이 에디션은 모든 이의 취향에 맞춘 호텔은 아니다. 다만 부티크 호텔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하여,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한 답을 지닌 공간이다.
■A Journey to the Bund
Wukang Road & Anfu Road
우캉로 & 안푸로
우캉로와 안푸로는 프랑스 조계지 시절의 흔적이 남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이다. 오래된 아파트와 유럽풍 건축물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편집숍이 가득 들어서 있다. 우캉로와 안푸로를 함께 돌아보려면 넉넉히 1시간 정도가 걸린다.
Rockbund Art Museum
록번드 미술관
록번드 미술관은 1932년 지어진 아르데코 양식의 건물이다. 록번드 미술관은 과거 왕립아시아학회가 사용하던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미술관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영국의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가 리노베이션을 맡아 기존 건축의 역사성과 비례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현대적인 전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록번드 미술관은 2010년 개관 이래 상설 소장품 없이 실험적인 기획전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YONE Restaurant & Bar
요네 레스토랑 & 바
요네 레스토랑은 더 상하이 에디션 27층에 자리한다. 삼각형 모양의 창을 통해 와이탄과 푸동의 스카이라인을 조망할 수 있는 재패니스 레스토랑. 이곳은 ‘쌀’에서 영감을 받아 일본 각 지역과 현지에서 엄선한 프리미엄 쌀 요리를 선보인다.
Punch Room
펀치룸
펀치룸은 에디션 호텔의 시그니처 바다. 요네 레스토랑에서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이곳은 40석 규모의 아늑하고 작은 라운지 형식의 바 공간이다. 와이탄의 소란스러움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으면서도, 창 너머로는 푸동의 스카이라인을 만끽할 수 있다.
Tavern
태번
태번은 더 상하이 에디션의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1929년 지어진 상하이전력공사 건물의 옛 골조 위에 자리한다. 계절감을 살린 컨템포러리 ‘브라스리(Brasserie, 프랑스식 대중 레스토랑)’ 콘셉트를 추구한다.
ROOF
루프
루프는 더 상하이 에디션 최상층에 자리하는 루프톱 바다. 담쟁이덩굴이 얽힌 목재 트렐리스(Trellis) 아래 바와 좌석이 놓여 있어, 고층 빌딩의 옥상이라기보다 정원에 가까운 분위기다. 도시의 야경을 안주 삼아 칵테일 한 잔 즐기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