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9월 3일 GPT-6 아스트라를 공개하면서 내세운 것은 컴퓨터 사용과 긴 작업 수행이었다. 모델이 브라우저와 파일, 연결된 프로그램을 직접 조작하고, 한 번의 지시로 여러 단계를 이어서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공식 발표문에는 온라인 양식 작성과 CRM 기록 갱신, 일정 정리 같은 사무 작업이 예시로 적혀 있다.
그런데 출시 뒤 나흘 동안 이용자들이 공개한 결과물은 사무 작업과 거리가 있었다. 게임과 3D 도시, 유튜브 영상, 신시사이저 음원처럼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공개된 사례를 종류별로 정리했다.
짧은 지시로 완성한 유튜브 영상
크리에이터 네이트 허크는 아스트라에 짧은 지시를 주고 완성된 유튜브 영상을 받았다. 아스트라 출시를 다루는 영상을 만들되 자신의 음성 복제본과 아바타를 쓰고, 초안이 아니라 그대로 업로드할 수 있는 버전으로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스트라는 먼저 컴퓨터 사용 기능으로 다른 크리에이터들이 게시한 원본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직접 열었다.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맨해튼 규모의 공간, 두 시간가량 플레이한 콜 오브 듀티 형식의 슈팅 게임, 오래된 기차 그림을 블렌더에서 편집 가능한 개체 3,000여 개로 변환한 작업 같은 사례를 화면으로 확인한 뒤 대본에 넣었다. 어떤 크리에이터가 자기 결과물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다고 밝힌 대목은 내레이션에서 그대로 언급했다.
대본을 쓴 다음에는 문장을 짧은 구간으로 나눠 각각을 헤이젠 아바타 V5로 보냈고, 내레이션은 일레븐랩스 음성 복제본으로 생성했다. 편집은 하이퍼프레임스라는 타임라인 도구 안에서 처리했다. 카메라 움직임과 낱말, 클립, 전환의 시점을 직접 조정하고 긴 움직임 아래에 음악을 깔거나 인터페이스가 바뀌는 지점에 짧은 효과음을 배치했다.
렌더링이 끝난 뒤에는 자기 결과물을 검사했다. 완성 파일의 프레임을 확인하고 출력된 음성을 다시 받아 적어 원래 대본과 대조하는 방식이었다. 제목 자막이 잘리거나 효과음이 대사를 덮는 문제를 찾기 위한 절차다. 허크는 작업 전체에 50분이 걸렸고 API 표준 요금으로 계산하면 약 60달러(약 8만 700원)라고 밝혔다. 실제로는 속도가 빠른 대신 요금이 높은 모드로 실행했다.
네이트 허크가 공개한 결과물. 아스트라가 리서치부터 렌더링까지 처리한 영상이다.
90분 만에 나온 GTA 형식의 운전 게임
개발자 메훌 모한은 아스트라와 클로드 페이블 5.1에 GTA 형식의 운전 게임을 만들라는 같은 지시를 주고 결과를 나란히 비교해 게시했다. 두 모델 모두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들었고, 아스트라 쪽은 약 90분, 페이블 쪽은 약 2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아스트라가 만든 결과물에는 도로와 건물, 차량, 보행자와 함께 미션 인터페이스가 있었다. 다만 모한 본인은 완성도에서 페이블 쪽이 더 낫다고 평가했고, 아스트라 결과물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비교는 통제된 조건에서 진행한 검증이 아니라 개인이 공개한 결과다.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3D 게임도 여러 건 올라왔다. 개발자 시카르는 스리제이에스로 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게임을 만들면서 차량 모델링은 블렌더에서 처리했다고 밝혔다. 스리제이에스는 웹 브라우저 안에서 3D 그래픽을 그리는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다.
매슈 버먼은 폴 가이즈 형식의 장애물 게임을 요청해 회전하는 막대와 흔들리는 장애물, 결승선 탈락 규칙이 들어간 시제품을 받았다. 게임 방식에 관한 의견을 담은 추가 지시 한 번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테사나 게임 메이커와 함께 쓴 사례에서는 지도와 무기, 팀 전투와 멀티플레이 처리까지 들어간 헤일로 형식의 10대 10 슈팅 게임이 나왔다.
가장 특이한 것은 매트 슈머의 언리얼 엔진 실험이다. 생존이라는 단순한 목표를 준 AI 조종 캐릭터들을 세계 안에 배치했더니, 개발자가 대사를 하나하나 적어 두지 않았는데도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시작했다. 통제된 시뮬레이션이므로 자율적인 사회가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세계와 조건만 정의하고 순간순간의 행동은 캐릭터에 맡기는 방식의 게임 설계에 해당한다.
5일 동안 생성한 심시티형 도시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는 도시 건설 게임 뉴 헤이븐은 초기 테스터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주거 지역과 사무 지역을 지정하고 건물을 배치하면 공사가 진행되며, 범죄 신고나 긴급 경찰 출동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 인터페이스에는 보건과 인구, 도시 상태가 표시된다.
다른 제작자는 같은 형식의 별도 작업을 더 확장했다. 소방서와 경찰서, 병원, 원자력 발전소, 대학 자산을 하나씩 생성하도록 5일 동안 계속 실행했고, 생성이 끝나기 전에 중단하고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공개했다. HTML과 자바스크립트로 브라우저에서 실행되며, 프레임 속도 최적화를 요청하는 지시를 한 차례 준 뒤에는 차량 통행과 보행자 이동, 지역 지정에 따른 인구 증가가 끊김 없이 표시됐다.
문자로만 이뤄진 3D 도시도 있다. 건물과 비, 보행자를 모두 아스키 문자로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동하면 그에 맞춰 도시가 계속 새로 생성되는 방식이다. 반 고흐 그림을 돌아다닐 수 있는 3D 공간으로 변환한 사례, 샌프란시스코 팰리스 오브 파인 아츠를 블렌더에서 재현한 사례도 공개됐다.
파이널 컷 프로 안에서 처리한 편집 작업
테스터들은 아스트라에 파이널 컷 프로를 주고 범위가 정해진 편집 작업을 맡겼다. 지정한 파일을 가져오고, 색 보정을 적용하고, 화면 녹화본이 인물 촬영본과 맞도록 여러 클립의 시점을 정렬하라는 내용이었다. 튜토리얼이나 교육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매번 반복하는 절차다.
아스트라는 가져오기 단계에서 지시하지 않은 폴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정리했고, 정렬은 정확히 처리했으며 색 보정도 쓸 만한 수준으로 마쳤다. 여러 개의 음성 트랙 가운데 품질이 가장 좋은 것을 골라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하기도 했다. 어떤 장면을 남기고 어디서 끊을지 같은 판단은 요청 대상이 아니었으므로, 창작에 해당하는 편집을 대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T세포를 다루는 6분짜리 교육 영상은 짧은 지시만으로 생성했다. 테스터들은 AI가 만든 설명 영상에서 흔히 눈에 띄는 렌더링 오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포켓몬 파이어레드 18시간 완주
게임을 만드는 것과 게임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아스트라는 포켓몬 파이어레드를 18시간 12분 만에 완주했다. GPT-5.6 솔은 같은 시험에서 96시간 35분이 걸렸고, GPT-5.5는 218시간이 지나도 끝내지 못했다. 사람이 완주하는 데는 방식에 따라 25시간에서 100시간이 걸린다.
아스트라는 전체 메모리 정보나 공략집, 사람의 계속되는 지시 없이 주로 화면 캡처만 참고해 진행했다. 화면을 읽고, 지도를 파악하고, 경로를 고르고, 전투하고, 실수를 되돌리고, 다음 행동을 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작업이다. 다만 이 기록은 공개된 그래픽 자료에 근거한 것이고 작성자와 측정 방법이 명시돼 있지 않다.
블렌더와 에이블톤, 코덱스
피에트로 스키라노는 코덱스 대화 기록을 확인하는 3D 아이팟 형태의 맥 인터페이스를 15분 만에 만들었다. 같은 인물이 에이블톤을 아스트라에 맡긴 사례에서는 신시사이저 음색을 만들고 파트를 나눠 편곡까지 마쳤다. 전용 음악 모델에 오디오 파일 하나를 요청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제작 프로그램 안에서 프로젝트 전체를 다루며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부동산 매물 사진에서 시작한 작업에서는 아스트라가 사진을 참고해 집을 3D로 재구성하고 홍보 영상까지 제작했다. 정확도가 완벽하지는 않았고 한 번에 나온 결과지만, 참고 자료를 살피고 빠진 형태를 추정하고 가구를 배치해 발표용 자산을 산출하는 절차 자체는 실무와 형태가 같다.
데리아 우눗마즈는 스리제이에스로 병 속의 배를 요청했다. 17세기 범선이 파도에 맞춰 움직이고 갈매기가 돌며, 작은 항구와 산호초까지 들어간 장면이 나왔다. 피터 고스테프는 SVG로 공작을 그리게 했는데 깃털 질감과 조명, 펼치는 동작이 함께 구현됐다.
기본 배색과 API 요금
색이나 디자인을 따로 지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 관련 없는 프로젝트 대여섯 건을 만들게 하면, 아스트라는 비슷한 평면 디자인과 진한 초록 계열 배색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한 테스터는 이를 두고 글과 디자인 모두에서 AI 티가 난다고 표현했다. 다른 모양을 요구하는 지시를 주면 결과가 달라지므로, 기본값이 그렇다는 뜻에 가깝다.
비용도 확인이 필요하다. 오픈AI가 공개한 API 요금은 입력 100만 토큰당 10달러(약 1만 3,450원), 출력 100만 토큰당 50달러(약 6만 7,250원)다. 토큰은 모델이 글과 코드를 처리하는 최소 단위이며 요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속도가 두 배 빠른 패스트 모드는 요금도 두 배다. 제3자 추산으로는 터미널벤치 4.0 과제 하나에 평균 800만 토큰 안팎, 요금으로는 약 17달러(약 2만 2,900원)가 들었다. 5일 동안 이어 간 게임 작업이라면 수천만 토큰 단위가 되므로 청구액도 그만큼 커진다.
짧은 지시로 보이는 작업 뒤에서는 화면 캡처와 도구 호출, 코드 수정, 렌더링, 실패한 시험과 재시도가 반복된다. 허크도 결과물을 얻기까지 사용량 제한을 여러 차례 소진하며 실험했다고 밝혔다.
정리
지금까지 공개된 사례는 대부분 한 사람이 자기 계정에서 얻은 결과이고, 독립적인 검증을 거친 것은 아니다. 같은 지시를 넣는다고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오픈AI의 접근 권한 배포가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어 이용 조건도 계속 바뀐다.
그래도 이 사례들에 공통점이 있다. 아스트라가 혼자 답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블렌더와 언리얼 엔진, 에이블톤, 파이널 컷 프로, 브라우저 같은 기존 프로그램 안에서 작업했다는 점이다. 결과물은 열어 보고, 실행해 보고, 고쳐 볼 수 있는 파일로 남았다. 채팅창의 답변보다 판단하기 쉬운 형태다.
자세한 내용은 오픈AI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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