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자율주행이 부상했을 때처럼 지금은 인공지능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도 새로운 미래로 등장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생각은 지역과 나라에 따라 차이가 있다. 중국과 미국, 한국 등이 가장 적극적이다. 다른 점이라는 각 나라의 경제구조와 사회 시스템이다. 그것이 자동차산업에서 피지컬 AI와 맞물려 더 화제가 됐다. 이번 주제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식당에서 식탁으로 옮겨주거나 대형 몰 등에서 사용자들의 안내를 돕는 굴러다니는 로봇이다. 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우리나라는 그때문에 오해할 수도 있다. 지금 부상하고 있는 것은 산업 현장에서 인간 노동자를 대신하는 로봇을 말한다. 사람의 손가락 관절 등의 움직임과 같지 않다는 것은 당연하다. 과연 그 관리를 어떻게 하고 수리 비용 등이 과연 경제성이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미 그에 대한 데이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역으로 인간 고용을 늘리고 있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사무직도 마찬가지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한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국제로봇연맹(IFR)이 지난 4월 8일 발표한 로봇지수에서 한국은 1만 명당 1,220대로 2019년 이후 연평균 7% 증가했다. 전자 산업과 자동차 산업이 산업용 로봇의 최대 수요처로 자리잡은 결과다. 2위는 싱가포르로 818대, 3위는 독일 449대, 4위는 일본 446대 가 뒤를 이었다. 이어 스웨덴 377, 덴마크 329, 슬로베니아 315, 미국 307, 대만302, 스위스 294 등의 순이었다. 전 세계 로봇밀도 평균은 근로자 1만명당 132대였다.
절대적인 운영 대수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가동 대수는 약 200만 대로, 2위인 일본의 약 4.5배에 달했다. 2024년 전 세계에 설치된 로봇의 54%인 29만5000대가 중국에 투입됐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산업용이나 전기전자 분야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자동차회사의 조립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가 늘고 있다. 2025년 3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휴머노이드는 아니지만 컨베이어 벨트 대신 자동운송로봇과 AI 구동 로봇을 배치했다. 공장 안에는 팔형 로봇과 자동 운송 시스템 등 총 1,400대의 로봇이 배치돼어 있다. 작업자 대 로봇 비율이 미국 자동차 업계 평균 7:1을 압도하는 1:2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의 미국 메타플랜트 공장은 용접 및 도장 등 고강도 작업뿐만 아니라 기존에 자동화가 어렵던 조립 공정까지 자동화율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의 라인 중 프레스와 차체, 도장 공정은 90~100% 자동화가 되어 있지만 마지막 의장라인은 10~30% 수준이다.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에 이어, 2028년까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의장라인을 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는 공장에 설치된 고정형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인공지능을 통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비 구조적인 상황에서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부터 센서 등 물리적인 제품에 이르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자율주행이 정형화된 규칙 기반의 중속 환경을 다루는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비구조화된 환경에서 초고속, 중속, 저속 모델의 동시 전신 동작 제어가 필요해 개발 난이도가 자율주행 대비 최소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56개의 관절이 온전하게 작동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무겁기 때문에 작업장에서 인간 노동자와 충돌하면 손상이 크다. 로봇끼리 충돌하면 고가의 수리비가 필요하다.
공장의 첨단화는 노사 관계와 고용 시장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지난 7월 현대차 노동조합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이유로 파업을 벌이며, 자동화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시에도 소득을 보장하는 고정 월급제 전환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로봇이 인간 노동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 최종 책임과 의사결정은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생산 능력 확대에 맞춰 현지 채용 인원을 8,500명까지 늘리는 등 상생안을 추진 중이다.
공급망 부문에서는 자동차와 로봇 간 약 70%에서 최대 85%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모터, 센서, 칩,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약 80% 이상을 전동화 차량 시스템에서 재활용함으로써 스타트업 대비 우월한 비용 경쟁력과 대규모 양산 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강도 반복 작업이 이루어지는 차량 생산 공장은 로봇 기술의 실시간 검증 및 피드백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2027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의 약 24%가 자동차 공장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내 차량 한 대당 조립 및 생산 인건비가 1,341달러로 중국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높은 노동비용을 극복하기 위한 로봇 투자는 필수 불가피한 선택으로 꼽았다.
롤랜드버거 차이나는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아직 초기 상업화 단계에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로봇은 여전히 테스트 및 프로토타입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대규모 보급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노동 수요 증가와 산업 비용 하락으로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7,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술 발전, 공급망 성숙도, 그리고 응용 분야 확장이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이 분야는 2050년까지 4조 달러를 넘어 현재 세계 자동차 산업 규모에 필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고난도 조립 과정의 자동화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2027~2028년을 기점으로 상용 휴머노이드 로봇의 본격적 양산 적용을 목표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크게는 현 상황은 적어도 자동차산업 부문에서는 산업용은 이미 충분히 설치됐고 사족 보행 로봇 등이 설치되는 단계다. 정밀 제조 기술, 공급망, 모터•전력 제어 시스템을 로봇 개발에 재활용하면서 스마트 모빌리티와 피지컬 AI 간 기술적 경계가 모호해지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외에도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인건비 절감과 정밀 품질 확보, 인력 부족 해소를 목표로 생산 현장에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미국 텍사스 기가팩토리에 투입해 배터리 셀 적재 및 물류 작업을 시험 수행하고 있다. 외부 판매와 자체 공장 전면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자율 판단 및 정밀 조작 구현의 기술적 난관으로 인해 본격적인 대량 양산 및 적용 속도는 조율 중이다.
BMW는 스타트업 피규어 AI와 협력하여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시리즈를 파일럿 투입했다. 차체 판금 공정에서 부품 정밀 조작 및 시퀀싱 물류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실제 차량 양산 검증을 마쳤고,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를 도입해 조립 라인 작업자에게 부품을 전달하는 물류 공정 등에 활용하고 있다.
물량 공세는 역시 중국이다. 20여개 회사가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 본격 진출했다. 샤오펑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을 2026년 말 양산해 2027년부터 글로벌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BYD는 8월 초 자체 개발 기술 비중 80% 이상인 첫 상용 로봇 샤오디를 공개하고 전시장 매장 안내 및 대 고객 응대에 투입하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로봇 전담 사업부인 아이모가 로보틱스의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리프모터는 제일자동차그룹과의 협력을 로봇 분야로 확장했고, 니오는 자율주행 부문 임원이 설립한 AI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발표했다. 지리자동차도 스타트업과 협력해 엔진 공장 물류 이동 및 차체 검사 공정에 휴머노이드 로봇 시범 운영을 대폭 늘리고 있다.
복잡한 공정을 스스로 판단하고 자율 수행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산 및 현장 적용에는 기술적 난관이 여전히 존재해 실제 상용화 속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언론은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공장 투입에 사측의 혁신 대 노조의 수구 구도를 부각시키고 있다. 사측의 일방적 투입에 우려를 표한 노조를 러다이트라 비판했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은 로봇 도입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사전 합의 없는 일방적 투입에 대한 반발이었다. 역사 속 러다이트 운동 역시 단순한 기술 거부가 아닌, 노동자의 생존권과 공동체를 위협하는 권력관계 및 제품 품질 저하에 대한 저항이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2028년 현장 투입이라는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자동차 생산공정의 대부분은 이미 고정형 로봇으로 자동화되어 있다. 현재 인력이 필요한 마지막 의장 공정은 섬세한 손재주가 필수적이다. 현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공중제비나 쿵푸 자세 같은 몸 동작 위주의 시연을 선보이는 이유는 시뮬레이션 학습이 쉽기 때문이며, 나사 조이기나 전선 설치 같은 섬세한 손 작업 데이터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성형 AI가 10만 년 분량의 인터넷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한 반면, 로봇의 3차원 손 동작 데이터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옵티머스 로봇의 수천 대 배치를 공언했으나 결국 연구개발 단계임을 인정한 바 있다. 실제 정밀 조립 공정에서 사람을 대체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비용적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관리 및 운영비용이 높아 수익성을 낼 수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대 아틀라스는 현재 제작비가 15억원 정도이며 2~3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공지능 붐을 일으킨 미국의 인공지능업체들은 투자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담당 부사장은 인공지능 컴퓨팅 비용이 직원 인건비를 넘어섰다고 했다. 우버도 1년치 인공지능 예상이 네 달 만에 소진됐다고 했다. 그 외에도 여러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의 경제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AI 인프라 전략으로 더 속도를 내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라서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다만 인공지능의 기술발전과 경제성이 다르다는 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웨이모가 2025년 운영 회수의 폭발적인 증가에도 75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강인규 교수는 오마이뉴스 기고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공지능 산업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비용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존 산업의 경험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에너지 비용 상승, 상수도 고갈, 소음, 고열 등 사회적 비용에 대한 갈등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경우, 거주지 인근에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데 반대한다는 여론이 70%가 넘습니다.”
하지만 인류는 언제나 불가능을 해쳐 발전했다. 자율주행과 인공 지능,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은 여러 어려운 점이 많다. 이 중 어느것이 지금 바람대로 될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을 어떻게 넘어서느냐, 언제 가능하느냐가 핵심이다. 산업혁명시대와는 다른 전기 시대의 산업이지만 전력 생산과 그를 위한 물 공급이 간단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도전 과제다. 지켜 볼 일이다. 몇 년 내로 해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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