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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부터 일상까지 파고든 로봇…배터리 화재 대비는?

2026.09.09. 1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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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동진 기자] 지난 7월 인천 쿠팡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당시, 소방당국이 특히 주시한 곳이 있었다. 발화 지점인 6층 바로 아래, 5층이다. 이곳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로봇 수백 대가 있었다. 배터리 규모만 전기차 약 20대 분량으로 파악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불길이 5층으로 번질 경우, 건물 전체로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층으로 화재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진화 역량을 집중했다.

물류로봇이 이번 화재의 발화 원인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화재는 6층에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배터리를 탑재한 로봇 수백 대가 모여 있는 공간 자체가 소방당국이 경계해야 할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된 셈이다.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 / 출처=동아일보
인천 서해구 쿠팡 물류센터 화재 현장 / 출처=동아일보

당시 화재 발생 61시간여 만에 큰 불길이 잡혔으며, 완전히 진화되기까지 109시간 40여분이 걸렸다. 내부에 보관된 다량의 가연성 물질과 복잡한 건물 구조 등이 진화에 어려움을 더했다.

이번 화재는 로봇이 산업현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로봇의 자율주행과 충돌 방지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로봇의 동력인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준비도 그만큼 이뤄지고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산업현장 곳곳으로 확산하는 배터리 기반 로봇

물류센터에서는 이미 자율이동로봇(AMR)과 무인운반차(AGV)가 상품과 부품을 운반한다. 제조공장뿐만 아니라 음식점의 서빙로봇, 호텔 배송로봇, 청소·순찰로봇 등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서비스로봇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 로봇 상당수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가 장점이지만 내부 단락이나 과충전, 외부 충격, 고온 노출 등의 이상이 발생하면, 열폭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나의 셀에서 발생한 열이 주변 셀로 전달되면, 화재가 연쇄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특히 물류센터처럼 수십~수백 대의 배터리 기반 로봇이 한 공간에서 움직이고 충전하는 환경이라면, 개별 로봇의 안전을 넘어 시설 전체의 화재 안전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소방당국이 로봇이 모여 있던 5층을 주요 방어선으로 설정한 것도 이런 위험 때문이다.

문제는 로봇의 활동 영역이 앞으로 더 넓어진다는 점이다. 공장과 물류센터처럼 통제된 산업현장을 넘어 병원과 호텔, 대형마트, 공항 등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으로 로봇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로봇의 활동 영역은 주차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운전자가 지정된 장소에 차량을 세우면, 주차로봇이 차량을 들어 올려 빈 공간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지하주차장은 차량과 각종 설비가 밀집한 데다 대피와 화재 진압에도 제약이 있는 만큼, 주차로봇의 충돌·이동 안전뿐만 아니라 배터리 화재 위험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출처=엔바토엘리먼츠

이에 따라 로봇 안전을 바라보는 기준도 단순히 ‘사람과 충돌하지 않는가’에서 ‘배터리를 포함한 시스템 전체가 안전한가’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충돌 중심 로봇 안전…배터리까지 범위 확대

국제적으로도 로봇 안전 기준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로봇의 배터리와 전기적 위험까지 제품 전체의 관점에서 평가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일례로 미국 안전인증기관 UL Solutions의 UL 3100은 산업용 자동이동 플랫폼과 AMR 등을 평가할 때 화재와 감전, 에너지 위험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능안전, 장애물 감지 등을 함께 살핀다.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서비스 로봇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UL Solutions는 올해 3월 미국 심베로보틱스의 매장용 자율주행 로봇 '탤리(Tally)'에 공공장소에서 운행하는 로봇으로는 처음 글로벌 안전인증을 부여했다. 로봇과 충전도크를 대상으로 화재와 감전 위험, 자율이동 안전 등을 평가한 후 이뤄진 조치다.

로봇이 산업현장에서 사람들의 생활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안전을 평가하는 범위 역시 이동·충돌 방지에서 배터리와 충전, 화재 위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건물 소방설비만으로 충분할까…로봇 내부로 들어가는 화재 대응 기술

배터리 화재 대응 기술도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현재 대규모 시설의 화재 대응은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방화구획 등 건축물에 설치한 소방설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와 함께 배터리관리시스템을 통해 이상 온도나 전압 등을 감지하고, 문제가 발생한 배터리의 작동을 중단시키는 방식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배터리 자체에서 발생한 초기 화재를 주변으로 번지기 전에 억제하려는 기술도 등장했다.

배터리 화재 안전 솔루션 기업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 'ANT'도 그중 하나다.

ANT는 배터리 셀 주변을 화재 감응형 소화 캡슐로 감싸는 구조를 지녔다. 배터리에 이상 발열이나 초기 화재가 발생해 일정 온도에 도달하면, 캡슐이 반응해 소화약제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별도의 전원이나 전기적인 화재감지 신호 없이 열에 반응하는 방식이어서 정전으로 로봇의 전원이 끊긴 상황에서도 독립적으로 작동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가 개발한 배터리 화재전용 소화시스템(ANT) / 출처=IT동아

파이어킴ES는 올해 1분기부터 ANT를 본격적으로 양산해 국내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모빌리티용 배터리팩 프로젝트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로보틱스 분야 고객사와 차세대 로봇용 배터리 시스템 적용을 위한 성능 검증과 적용성 평가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열 파이어킴ES 대표는 "앞으로 물류로봇뿐만 아니라 배송·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배터리를 사용하는 로봇이 늘어날 것"이라며 "로봇이 사람이나 장애물을 피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내부 배터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화재를 어떻게 초기 단계에서 억제할 것인지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봇 산업의 경쟁은 그동안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이고,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며, 사람과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배터리 기반 로봇이 수십 대에서 수백 대로 늘어나고 활동 공간까지 넓어진다면 또 다른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 정상적인 움직임뿐만 아니라 고장과 충돌, 화재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안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 배터리 탑재 로봇은 화재의 원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소방당국이 로봇 수백 대가 위치한 공간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크게 경계했다는 사실은 로봇 시대의 화재 안전이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로봇 활용 영역이 넓어질수록 성능과 자율성뿐만 아니라 배터리 이상 상황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지 여부도 로봇과 이를 운영하는 시설의 안전성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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