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커이자 유튜브 채널 제이레이저비디오를 운영하는 제이크 레이저가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4족 로봇 기반 이동 보조기기를 제작했다. 영상 제목은 ‘아버지에게 로봇 다리를 제작해 드렸습니다’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계가 신경을 감싼 보호막을 공격해 뇌와 근육 사이 신호 전달을 방해하는 질환이다. 레이저의 아버지는 20년 넘게 이 병을 앓았고, 발병 전에는 마라톤과 등산을 하던 화학공학과 교수였다.
일반 휠체어는 계단과 연석, 자갈길 앞에서 사실상 멈춘다. 레이저가 베이스로 고른 것은 유니트리의 산업용 4족 로봇 B2다. 다리 끝마다 구동 바퀴가 달려 있어 매끄러운 바닥에서는 바퀴로 주행하고, 장애물이나 고르지 못한 지면을 만나면 다리로 걷는 구조다.
사람이 탈 수 있게 개조하는 작업은 좌석을 고정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레이저는 배치를 여러 차례 바꾼 끝에 로봇 등판 중앙에 레이싱용 버킷 시트를 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탑승자의 다리를 앞으로 곧게 뻗게 하면 로봇 다리의 움직임과 부딪히지 않으면서 자세도 안정된다. 좌석에는 중하중용 안전 하네스를 달았다.
소프트웨어도 손봤다. 이 로봇은 무거운 짐을 나르도록 설계됐지만, 사람처럼 무게중심이 계속 움직이는 하중은 상정하지 않았다. 레이저는 안정화 시스템을 재보정해 자이로 센서와 모터가 추가된 무게와 달라진 무게중심을 보상하도록 조정했다. 조종은 무선 듀얼 조이스틱 송신기로 한다. 전진과 후진, 좌우 이동, 회전이 가능하고 차체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어 승하차가 쉽다.
외장은 1940년대 부가티 자동차를 참고한 곡면 패널에 카본 파이버 장식과 빈티지풍 크롬 헤드라이트, 언더바디 LED, 스피너 휠커버를 더했다.
시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초기 주행에서는 균형을 잡지 못해 몇 차례 넘어졌다. 조정과 반복 시험을 거친 뒤에야 높은 턱과 사다리 가로대, 계단, 자갈 강바닥을 통과했다. 아버지가 처음 탑승해 오른 곳은 가파른 언덕과 바위 지대, 그리고 계단이었다. 20년 동안 접근하지 못하던 구간이다.
이 기기는 상용 의료기기가 아니라 개인이 제작한 일회성 결과물이다. 해커스터는 레이저가 쓴 로봇을 10만 달러(약 1억 3,500만 원)가 넘는 산업용 장비로 설명했다. 개인이 그대로 따라 제작하기는 어려운 금액이다. 다만 평지에서는 바퀴로 움직이고 장애물에서는 다리로 넘는 구조가 실제로 사람을 태우고 작동한다는 것은 확인됐다.
기존에도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는 있었지만 대부분 바퀴나 궤도를 변형하는 방식이었다. 4족 로봇을 그대로 이동 장치의 다리로 쓰는 접근은 보행 제어 기술이 상용 로봇 수준에 올라오면서 가능해졌다.
자세한 내용은 제이레이저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유니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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