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페디션을 조립하고 있는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켄터키 트럭 공장.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포드(Ford)가 중국 기업들과의 잇따른 기술·생산 제휴를 추진하자 미국 연방정부가 공개적인 경고에 나섰다. 국가 안보와 공급망 자립을 명분으로 대중(對中) 빗장을 걸어 잠그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전기차·하이브리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의 기술력을 빌려 쓰려는 포드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숀 더피(Sean Duffy) 미국 교통부 장관은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포드의 최근 사업 방향은 미국을 대표하는 핵심 브랜드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과 스스로 미래를 결합하는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직격했다.
미 행정부 내각 관료가 자국의 제조사를 향해 대중국 사업 전략을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질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뉴욕 증시에서 포드 주가는 4.2% 넘게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더피 장관이 포드를 정조준한 배경에는 국가 안보와 제조업 일자리 유출이라는 이중의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미 교통부는 크게 세 가지 사안을 집중 성토했다.
우선 포드가 미시간주 마셜에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 프로젝트 ‘블루오벌 배터리 파크(BlueOval Battery Park)’에서 중국 1위 배터리 기업인 CATL의 리튬인산철(LFP) 라이선스 기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이미 규제 대상으로 지정한 CATL의 노하우를 자국 핵심 공장에 끌어들이는 행위는 미국의 경제 안보와 공급망 독립 기조를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 현지 법률상 기업들이 자국 정부 요구 시 기술 및 고객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만큼 향후 심각한 데이터 유출과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포드가 유럽 스페인 공장에서 중국 지리(Geely)자동차와 추진 중인 합작 사업 및 중국 BYD와의 하이브리드 파츠 협력 논의도 도마에 올랐다. 전략적 경쟁 적대국 기업들이 서방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을 미국 대표 기업이 깔아주고 있다는 논리다.
또한 중국 항저우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는 링컨 노틸러스(Nautilus) 등 핵심 차종의 미국 내 리쇼어링 시점이 2030년으로 미뤄지고 있는 점을 두고도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외면한 채 수년간 중국 의존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포드는 즉각 공식 반박 입장문을 내며 맞받아쳤다. 더피 장관의 서한이 기본적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위한 잘못된 시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논란이 된 미시간 마셜 배터리 공장은 외국 자본이 투입된 합작 법인이 아니라 포드가 지분을 100% 소유 및 통제하고 미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순수 미국 공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포드는 이 공장이 수십억 달러의 투자와 약 1700개의 미국 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산 거점이며, CATL과의 관계 역시 지분 공유가 아닌 ‘제한적인 기술 라이선스 및 서비스 계약’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미국 제조업 기여도를 역설하기도 했다. 포드는 “경쟁사들이 멕시코나 한국, 일본 등 해외에서 만든 차량 수입을 늘리는 동안 미국 본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가장 많은 미국인 조립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백악관이 최근 마셜 배터리 투자를 자국 제조업 성과로 공식 홍보했고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 상무장관 역시 링컨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높이 평가한 점을 상기시키며 행정부 내부의 엇박자를 꼬집었다.
포드는 더피 장관이 서한을 언론에 먼저 공개하기에 앞서 기업 측에 사실 확인만 거쳤어도 이 같은 오해는 없었을 것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 연방 정부와 포드의 충돌은 미 의회가 중국 등 우려국(FEOC)이 제조한 차량의 수입과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커넥티드 핵심 기술의 진입을 차단하는 강력한 초당적 규제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터져 나왔다.
미 자동차혁신연합(AAI) 등 완성차 단체들 역시 중국산 차량의 영구적 퇴출을 요구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기차 캐즘과 치열한 가격 인하 전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저렴하고 안정적인 중국산 LFP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기술 확보가 절실한 업체와 안보를 앞세워 거센 탈중국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 행정부의 충돌로 미국 완성차 제조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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