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를 한 번도 치지 않았다. 오픈AI 코리아 엔지니어가 음성으로만 지시해 3D 매장 영상과 홈페이지, 신제품 제안서를 꺼내 보였다.
심대열 오픈AI 코리아 코덱스 엔지니어가 9월 9일 한국 오피스 출범 1주년 기자회견에서 GPT-6 아스트라 시연을 진행했다. 광고 영상에 나온 장면이 실제로 되는지 궁금했을 것이라며 시작한 데모다.
데모 방식 변경
심 엔지니어는 시연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화면을 띄워 코드가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작업이 이뤄지는지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아스트라가 나온 뒤로는 짧은 시간에 그 과정을 보여주기 어려워졌다. 모델이 더 오래, 더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은 과정 대신 결과물 위주로 제시했다.
소재로 고른 것은 가상의 창업 시나리오다. 전날 3시간을 들여, 온라인 가젯 매장 ‘블러썸 컴퍼니’의 창업 멤버로 3개월간 일한 기록을 미리 축적해 뒀다. 데모에서는 그 기록을 챗GPT 워크로 다시 불러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보이스챗 하나로 실행하는 여러 에이전트
화면에 띄운 것은 챗GPT 워크다. 로컬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작업하는 에이전트다. 심 엔지니어는 작동 구조를 이렇게 설명했다. 앞단에 음성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모델이 있고, 뒷단에서 그 모델이 더 높은 지능의 모델이나 텍스트 기반 에이전트를 계속 띄워 활용한다.
화면에는 대화창이 여러 개 열려 있었는데, 사람이 쓰는 것은 보이스챗 하나뿐이다. 심 엔지니어가 말로 지시하면 그 창이 다른 대화창을 열어 일을 배분하고 보고를 받는다. 그는 대화창을 하나하나 열어 직접 입력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3시간 만에 쌓인 3개월치 산출물
시연에서 꺼낸 결과물은 창업 과정 전체를 훑는다.
매장 투어 영상은 블렌더로 3D 공간을 구성하고 카메라 움직임을 설계한 뒤 영상으로 완성한 것이다. 블렌더는 무료로 배포되는 3D 제작 도구다. 로고와 화면 전환을 넣고 피아노 음악도 새로 작곡했다. 공간과 카메라, 음악 원본이 남아 있어 나중에 수정할 수 있다.
임대 당시 빈 매장 사진은 GPT 이미지로 생성했다. 인테리어 시공협의 기본계획서와 발표자료는 코덱스로 제작했다. 심 엔지니어는 브랜드 로고 시안 3개를 받아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홈페이지도 시안 3개를 받은 뒤 최종본으로 다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홈페이지에는 ‘7월 10일 연남동 개장’ 문구와 함께 앞서 만든 매장 투어 영상이 들어갔다. 매출은 6월부터 8월까지 합계 7,260만 원으로 정리돼 있었고, 8월은 7월보다 11.5% 증가한 것으로 제시됐다.
신제품도 있었다. 코덱스 마이크로라는 소형 키보드에서 착안해 ‘블러썸 마이크로’ 키보드를 기획하고 블렌더로 디자인했다. 제안서에는 발주 방법과 OEM 벤더 조사 결과가 포함됐다. OEM은 다른 회사 상표를 붙여 제품을 대신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심 엔지니어는 이 제안서가 앞서 만든 발표자료와 같은 톤으로 작성됐다는 점을 짚었다.
10초짜리 제품 광고 영상도 블렌더 원본과 함께 제시됐다. 그는 렌더링 작업에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회의록을 만들고 그 회의록을 근거로 다음 제안 자료를 작성하는 흐름, 문의 내용을 정리해 해결 방안을 담은 발표자료도 함께 제시됐다. 작업 내용은 구글 드라이브에 정리해 뒀다.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
심 엔지니어는 아스트라가 강조하는 능력으로 컴퓨터 조작을 들었다. 사람보다 빠르게 컴퓨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역량이며, 광고 영상의 렌더링도 선을 하나하나 넣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 대표도 같은 행사에서 아스트라 개발의 방점이 일을 끝까지 스스로 해내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사람이 목표를 설정하면 그 목표를 계속 염두에 두고 앞선 작업을 기억하면서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AI에게 일을 맡겨도 사람이 중간에 개입하거나 검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더 어려운 일을 맡길 수 있는 단계가 됐다고 말했다.
오픈AI가 지난 4일 공개한 아스트라는 컴퓨터 사용과 전문 업무, 과학, 코딩, 사이버 보안에서 성능이 향상됐고 ARC-AGI-3에서 99.9점을 기록했다. API가 없는 레거시 시스템의 화면 인터페이스까지 다룰 수 있어, 기업이 기존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지 않고도 자동화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오픈AI의 설명이다.
비전문가가 제작할 수 있는 범위
심 엔지니어는 데모를 마치며 일할 때 실체감이 필요한데 그동안은 외주를 맡겨야 했다고 말했다. 전문 영역이 없어도 취향을 설명하면 실체화할 수 있고, 3D 업체에 출력을 맡겨 목업을 받아 보는 일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재무 분석과 발표자료, 제안서, 업무 협의, 견적을 내 관계사와 소통하는 초안까지 맡길 수 있는 시대라고 정리했다. 준비한 내용을 다 보여주지 못한 채 시연은 끝났다. 시연 도중 아스트라가 묻지 않은 것까지 답하는 장면이 몇 차례 있었고, 심 엔지니어는 그때마다 질문에만 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자세한 내용은 오픈AI 코리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오픈A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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