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에 내놓은 다양한 종류의 콘셉트 카 중에는 오프로드 차량도 몇 종류 있습니다. 그들 중의 하나가 지금 살펴볼 크레이터(Crater)라는 이름의 차량입니다. 크레이터 라는 말은 분화구, 또는 운석 충돌구 등의 의미로 쓰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분화구는 대부분 화산이 용암을 분출해 생긴 지형의 형태이며, 운석 충돌구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지구에서는 쉽게 보기는 어렵지만, 달 표면이나 기타 다른 행성의 표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그 형태는 분화구와 거의 같은 지형 구조물입니다.
이러한 지형 구조를 모티브로 크레이터 콘셉트의 차체 형태 아이디어가 발전됐다고 합니다. 전반적인 조형 특징은 최근의 현대자동차의 차체 조형에서 다루는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는 금속성의 질감과 형태가 주된 특징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곡률이 매우 큰 평면에 가까운 기하학적 곡면 조형에 의해 이들이 서로 만나면서 생기는 직선적이고 날이 선 모서리로 구성된 차체와 전체 지름 24인치-약 61cm-에 이르는 커다란 바퀴에 의한 차체 스탠스입니다.
이에 따라 크레이터 콘셉트의 전후면 뷰에서는 차체보다 더 튀어나온 바퀴와 그것을 커버하는 넓은 차체 폭에 의해 마치 삼각형 구도를 이루는 차체 자세, 그리고 측면 뷰에서 보이는 차체 앞쪽의 높은 접근각(approach angle)과 뒤쪽의 높은 이탈각(departure angle)에 의한 전천후 성능을 암시하는 비례를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어 피니셔에 있는 네 개의 정사각형 LED 픽셀은 현대자동차의 알파벳 머리글자 ‘H’의 모스 부호를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전에 아이오닉 3 콘셉트의 글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모스 부호는 전신기술의 초기에 고안된 것이지만, 2진수의 개념이기에, 0과 1의 디지털 개념과 유사한 측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한편 크레이터 콘셉트 카의 차체는 프레임 구조(body on frame)가 아닌 일체구조(monocoque) 라고 합니다. 대체로 일체구조는 차체의 경량화에 유리한 승용차 지향의 구조이기에 비포장 도로용 차량으로는 불리한 점도 있겠지만, 그걸 보완하기 위해 크레이터 콘셉트 카는 캐빈에 롤 케이지(roll cage)가 설치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롤 케이지에는 B-필러까지 일체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측면 출입문은 좌우로 펼쳐져 열리는 코치도어 구조입니다. 바로 최근에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초특급 럭셔리 SUV 인 GV90에서 보여준 그 도어 구조가 크레이터 콘셉트에도 적용돼 있는 것입니다. 이제 현대자동차의 SUV에서 코치도어를 보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크레이터 콘셉트에는 롤 케이지의 구조물의 일부로써 파이프로 만든 B-필러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출입구를 막는 구조물이기보다는 둥근 파이프로 만들어져 있어서 타고 내릴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의 역할을 할 수 있어서 사실상 기능적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걸로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휠 디스크의 형태는 완전한 6각형으로 설정돼 있고, 그 형태가 둥근 휠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이 형태는 육각형 모양의 소행성이 금속으로 이루어진 지형에 충돌해 만들어진 분화구-크레이터-를 상상해 디자인된 것이라고 합니다.
전조등에는 LED가 사용된 파라메트릭 픽셀로, 역시 기하학적 성향의 정사각형 셀처럼 디자인돼 있습니다. LED 사각형 셀 형태의 램프는 앞문에 설치된 리어 뷰 카메라의 앞쪽에도 설치돼 있습니다.
물리적인 리어 뷰 미러 대신 카메라에 의한 리어 뷰 화면이 실내에 표시되는 기능입니다만, 크레이터 콘셉트에서는 이 카메라를 떼어 내서 휴대용 플래시로 쓰거나 또는 휴대용 디지털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프로드 차량의 사용성에 부합하는 기능적 아이디어로 보입니다.
이러한 기능적 조형은 실내 디자인에서도 파이프 이미지와 반광택 검은색 마감, 그리고 무광 소재의 알칸타라 등과 조합되면서 거친 환경에서 내구성을 가진 사용성을 암시하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비포장 도로용 차량의 기능적 요구에 의해 주황색으로 마감된 견인 후크가 앞뒤 범퍼에 설치돼 있으면서, 앞 범퍼의 견인 후크는 ‘크레이터 맨’의 캐릭터 얼굴 표정으로 디자인돼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미래의 자동차가 단순히 달리는 기계이기보다는 경험과 공감이 동반된 모빌리티 개념으로 변화된다는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늘 살펴본 크레이터 콘셉트 카를 비롯해 최근에 나오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이 만드는 차량은 우리가 과거에 선진 기업이나 브랜드의 것을 벤치마킹 하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생각과 가치를 반영해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속에는 21세기의 한국의 문화, 이른바 ‘K-컬처’ 라고 불리는 우리의 가치를 반영한 것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한 문화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방법은 얼마 전에 발표된 GV90에서와 같은 전통 문화 유산의 달항아리 일 수도 있고, 오늘 살펴본 크레이터 콘셉트처럼 21세기의 한국을 나타내는 활동적인 사용성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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