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걸을수록 매력적인 도시다. 바르베리니에 숙소를 잡고 직접 두 발로 걸었다.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계단을 지나 로마가 한눈에 보이는 핀초 언덕에 오르고, 현지인이 추천한 식당에서 마무리한 하루. 로마의 명소와 일상을 함께 만나는 도보 여행 코스다.
로마 여행의 영리한 출발점
바르베리니 지역
로마를 두 발로 여행하고 싶다면 바르베리니(Barberini)는 꽤 영리한 출발점이다. 지하철 A선 바르베리니역(로마 테르미니역에서 두 정거장 거리)이 있는 바르베리니 광장은 로마 역사 지구 ‘리오네 트레비(Rione II Trevi)’의 북쪽에 자리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베르니니가 교황 우르바노 8세 바르베리니의 의뢰로 만든 트리톤 분수(Fontana del Tritone)가 있고, 가까이에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바르베리니 궁전(Palazzo Barberini, 미술관으로 운영 중)도 있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비아 델 트리토네를 지나 트레비 분수까지 걸어서 닿고, 서쪽 비아 시스티나 거리를 따라가면 스페인계단, 북쪽으로는 비아 베네토와 보르게세 공원이 이어진다. 실제로 하루 동안 걸어보면 로마의 대표 명소와 쇼핑, 카페, 공원이 하나의 산책로처럼 연결된다.
글로벌 스탠더드 베이스캠프
알레프 로마 호텔,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
바르베리니 일대를 걸을 때 베이스캠프로 삼은 곳은 알레프 로마 호텔, 큐리오 컬렉션 바이 힐튼(Aleph Rome Hotel, Curio Collection by Hilton)이다. 과거 은행 본점으로 사용됐던 역사적인 건물을 호텔로 탈바꿈시켜 원래의 대리석 장식과 현대적인 객실을 함께 살렸다.
80개 객실을 갖춘 규모로, 무엇보다 위치가 탁월하다. 호텔 공식 안내 기준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계단, 보르게세 공원까지 모두 도보 약 10분이다.
로마에서는 하루 종일 걷게 되는 만큼 호텔의 휴식도 중요하다. 로마에서 흔하지 않게 루프톱 야외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장점. 5~10월에는 루프톱 풀과 바를 운영해 한낮의 더위를 식히거나 관광을 마친 뒤 칵테일 한 잔과 함께 쉬기 좋다.
지하의 옛 은행 금고 공간을 활용한 스파에는 핀란드식 사우나, 자쿠지도 있다. 아침에 문을 나서 로마를 걷고, 오후에는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식으로 여행의 속도를 조절하기 좋은 호텔이다.
이탈리아의 식탁을 소유하는 방법
지노리 1735 로마 플래그십 & 카페 지노리
스페인계단으로 향하는 비아 시스티나에서 이탈리아의 식탁을 만난다. 지노리 1735(Ginori 1735)는 1735년 토스카나 도차에서 카를로 지노리가 시작한 이탈리아 대표 도자기 브랜드다. 고급 호텔이나 파인다이닝을 즐겨 다닌다면 이미 낯이 익을 수 있다.
지노리는 약 3세기 동안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를 위한 테이블웨어를 제작해왔고, 현재도 여러 럭셔리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사용된다. 로마 플래그십은 오리엔테 이탈리아노를 비롯한 식기와 티·커피웨어, 오브제 등을 폭넓게 볼 수 있다. 그릇을 좋아한다면 에스프레소 잔이나 작은 접시처럼 여행 기념품으로 가져가기 좋은 아이템도 눈여겨보자.
쇼핑으로 끝내기 아쉽다면 바로 옆 카페 지노리(Café Ginori)에서 식사하는 것도 추천한다. 로코 포르테의 호텔 드 라 빌과 협업한 올데이다이닝 공간으로, 셰프 풀비오 피에란젤리니의 이탈리아 요리를 지노리 식기에 담아낸다.
성당에서 젤리까지
트리니타 데이 몬티 & 스페인계단
지노리 플래그십에서 조금만 걸으면 스페인계단 정상의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Trinità dei Monti)이 모습을 드러낸다. 1494년 프랑스 왕실의 지원으로 수도원이 세워졌고, 성당의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 부분은 1502~1519년에 건설됐다. 두 개의 종탑이 나란히 솟은 성당 앞에 서면 로마 도심이 펼쳐진다.
이곳부터 스페인 광장까지 내려가는 길 자체가 하나의 명소다. 1723~1726년 프란체스코 데 산크티스가 설계한 스페인계단은 핀초 언덕과 아래쪽 스페인 광장을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1개의 램프가 갈라졌다 합쳐지는 구조 덕분에 어느 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조금씩 달라진다.
여기서 분위기를 확 바꿔 간식 쇼핑을 해도 좋다. 스페인 광장 인근 ODStore는 초콜릿과 사탕, 젤리, 과자, 짭짤한 스낵까지 한꺼번에 모아 놓은 이탈리아 간식 전문 체인이다. 이탈리아 제품뿐 아니라 해외 과자와 한정판, 대용량 제품, 낱개로 고르는 초콜릿과 캔디까지 종류가 많아 구경하는 맛이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라 다른 지역의 슈퍼마켓이나 매장보다 가격이 조금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숙소에서 가볍게 먹을 간식이나 지인들에게 돌릴 부담 없는 선물을 한 번에 챙기는 곳으로 활용할 만하다.
로마 사람들의 일상과 풍경 사이
핀초 언덕 & 포폴로 광장
스페인계단에서 다시 북쪽으로 걸으면 로마 여행이 관광에서 산책으로 바뀐다. 빌라 메디치를 지나 나무가 우거진 길을 따라 도착하는 핀초 언덕(Terrazza del Pincio)은 로마 시민도 즐겨 찾는 산책로이자 전망대다. 난간 앞에 서면 발아래 포폴로 광장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멀리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돔과 로마의 지붕이 겹겹이 이어진다.
특히 해 질 무렵이면 사람들이 난간 주변에 모여 하루의 마지막 빛을 함께 기다린다. 관광지이면서도 조깅하고, 반려견과 걷고, 벤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로마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간이다.
테라스 아래로 내려가면 포폴로 광장(Piazza del Popolo)이 나온다. 중앙에는 이집트에서 온 플라미니오 오벨리스크와 사자 분수가 자리한다. 광장 남쪽의 쌍둥이 성당 사이로는 상점과 레스토랑이 늘어선 비아 델 코르소 거리가 뻗어 있다. 여기서 다시 로마 중심부로 걸어갈 수도 있다.
로마 사람이 알려준 저녁 식탁
오스테리아 델 템포 페르소 오카
마지막은 현지인이 알려준 식당에서 보내자. 포폴로 광장에서 가까운 오스테리아 델 템포 페르소 오카(Osteria del Tempo Perso Oca)는 비아 델로카 43에 자리한 로마 전통 요리 레스토랑이다. 편안한 오스테리아에 가깝고, 실내와 야외 좌석을 운영한다.
카르보나라와 그리차, 토나렐로 카초 에 페페부터 트리파 알라 로마나(내장 요리), 살팀보카 알라 로마나(송아지 고기 요리) 등 로마에서 한 번쯤 먹어볼 만한 음식이 두루 올라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9~10월이라면 실내보다 야외 테이블을 추천한다.
취향에 따라 메뉴를 고르면 되지만, 일단 로마에 왔으니 카르보나라는 필수. 그리고 해산물 스파게티(스파게티 아이 프루티 디 마레), 오징어 튀김(프리토 디 칼라마리), 카프레제 등은 한국인 입맛에도 비교적 친숙한 메뉴들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