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에 응한 금융사 10곳 가운데 7곳 가까이가 AI를 도입해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 AI가 매출을 늘려줬다고 답한 곳은 5곳 중 1곳도 되지 않았다. 딜로이트가 2026년 9월 발간한 보고서 ‘규모의 경쟁에서 우위의 경쟁으로: 아시아태평양 금융서비스 산업의 미래’는 이 간극을 한 장(章) 전체를 들여 다룬다. 보고서가 남겨 둔 질문은 하나다. 앞으로 10년, AI로 실질적인 경쟁우위를 만든 금융사가 승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의존하는 AI 모델을 운영하는 기술 기업이 그 가치를 가져갈 것인가.
금융권 AI 생산성 68%, 매출 18%의 간극
금융권 AI 생산성 개선은 이미 숫자로 확인되지만, 그것이 매출로 이어졌다는 응답은 아직 소수에 머문다. 딜로이트의 ‘기업 AI 도입 현황'(The State of AI in the Enterprise) 조사에 응한 전 세계 금융서비스 업계 응답자 573명 가운데 68%가 AI를 도입해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다. 아태 지역 4개 주요 시장에서도 이 비율은 66%였다. 이 조사에서 아태 응답은 호주, 인도, 일본, 싱가포르 4개국 91개 기업의 답변을 묶은 것이다.
효과가 나타난 영역은 비교적 뚜렷하다. 전 세계 응답 기업의 48%는 의사결정이 개선됐다고, 40%는 비용이 줄었다고 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I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고 답한 기업은 18%에 그쳤다. 반면 앞으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한 기업은 75%에 달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은 같은 일을 더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처리하게 됐다는 사실이고, 새로운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증거는 아직 대부분 기대의 영역에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 차이는 은행 창구나 보험 청구 업무를 떠올리면 쉽게 잡힌다. 상담 내용을 요약하고 서류를 자동으로 읽어 들이면 직원 한 사람이 처리하는 건수는 늘어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새로운 고객이 오거나 새 상품이 팔리지는 않는다. 보고서가 짚는 지점도 여기다. AI로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는 데 그치면 미래의 성장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
아태의 41%와 전 세계의 41%, 같은 숫자가 뜻하는 정반대 상황
AI를 중심으로 핵심 업무 절차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아태가 41%로, 전 세계 평균 28%를 크게 앞섰다. 상품과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을 아울러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도 아태가 34%로 전 세계 31%보다 높았다. 적어도 의지와 속도 면에서 아태 금융사는 뒤처져 있지 않다.
주목할 대목은 같은 조사의 나머지 한 칸이다. 전 세계 응답 기업의 41%는 AI를 도입하고도 기존 프로세스에 변화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아태에서 같은 답을 한 비율은 25%였다. 앞 문단의 41%는 아태 기업이 핵심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있다는 뜻이고, 이 41%는 전 세계 기업이 기존 방식을 사실상 그대로 뒀다는 뜻이다. 같은 숫자지만 가리키는 상황은 정반대다. 전 세계 기준으로는 10곳 중 4곳이 AI를 도입해 놓고 일하는 방식은 거의 바꾸지 않은 셈이고, 아태에서는 그 비율이 4곳 중 1곳으로 줄어든다.
그림1. 금융서비스 기업의 AI 기반 혁신 추진 현황 (자료: 딜로이트 보고서 그림 7)
정리하면 아태 금융사는 AI를 업무 보조 도구로 두기보다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더 적극적이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아직 투자 규모나 실질적인 수익 창출에서 뚜렷한 경쟁우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에비던트 AI 지수 속 아태 은행 4곳, 보험사 0곳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아태의 자평과 외부 평가 사이에는 거리가 있다. 금융 분야 AI 전문 분석기관 에비던트(Evident)가 주요 금융기관의 AI 인재, 혁신, 리더십, 투명성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에비던트 AI 지수'(Evident AI Index)에 이름을 올린 아태 본사 은행은 단 4곳이다.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
투자 규모를 보면 격차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 지수의 은행 부문 1위인 JP모건체이스는 AI에 연간 약 20억 달러를 투자한다. 보고서는 이 금액이 상당수 아태 금융기관의 전체 기술 투자액보다 많다고 지적한다. 한 회사의 AI 예산 하나가 다른 회사의 IT 예산 전체보다 크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20억 달러조차 더 큰 판에서는 작은 액수다.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대규모로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업계의 AI 인프라 투자액은 2026년 한 해에만 7,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체이스가 1년에 쓰는 AI 예산의 350배를 넘는 규모다. 연산 능력의 분포도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미국은 전 세계 고성능 AI 컴퓨팅 역량의 약 74%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의 비중은 14%로 추정된다. 나머지 모든 나라가 12% 남짓을 나눠 갖는 구조다.
성과를 공개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도 이 간극을 확인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태 금융사 대다수가 여러 방식으로 AI를 쓰고 있지만 실제 수익에 미친 영향을 밝히는 곳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예외가 싱가포르의 DBS다. DBS는 AI와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으로 창출한 경제적 가치가 2024년 약 7억5,000만 싱가포르달러에서 2025년 약 10억 싱가포르달러로 늘었다고 밝혔다. 1년 만에 약 3분의 1 늘어난 수치이자 성과가 계속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지만, 보고서는 그룹 전체 수익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매달 청구되는 전기요금이 된 AI 추론 비용
AI 비용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과거 금융사의 IT 투자는 시스템을 한 번 구축하면 몇 년을 쓰는 구조였다. 반면 AI가 실제로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추론에 드는 비용은 쓰는 만큼 늘어나는 변동비다. 보고서는 이를 기업이 계속 부담해야 하는 새로운 전기요금에 비유한다. 관리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갉아먹는다.
여기서 토큰이라는 단위를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토큰은 AI가 글을 읽고 쓸 때 쪼개서 세는 최소 단위로, 한국어에서는 대략 한 글자에서 몇 글자 사이에 해당한다. AI 사용료는 이 토큰 수로 계산된다. 문제는 토큰 하나당 단가가 내려가더라도 쓰는 양이 훨씬 빠르게 늘면 총비용은 오히려 커진다는 점이다. 통화료가 싸졌는데 통화량이 더 크게 늘어 요금 고지서 총액이 올라가는 상황과 같다.
그래서 AI 운영의 경제성 관리가 핵심 재무 과제로 떠올랐고, AI 역량을 자체 구축할 것인지 외부에서 가져다 쓸 것인지의 선택도 무거워졌다. AI 연산 설비를 직접 갖추는 이른바 AI 팩토리는 충분한 규모를 확보해야 경제성이 나오기 때문에, 상당수 금융사는 하이퍼스케일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고서에 실린 한국 딜로이트 금융산업통합서비스그룹의 진단은 이 지점을 더 실무적으로 짚는다. 관리해야 할 것은 토큰 단가가 아니라 고객의 업무 하나를 끝내는 데 든 완결 비용이라는 것이다. 실패와 재작업, 반복 호출, 사람이 다시 처리하는 일이 많다면 토큰 값이 아무리 싸도 실질적인 비용 우위로 이어지지 않는다.
경쟁의 동질화, 차별화 요소가 아니게 된 개인화
보고서가 새롭게 부상하는 위험으로 지목한 것은 경쟁의 동질화다. AI 역량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금융사들이 같은 모델과 같은 인프라를 쓰게 되면서 차별화를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금융사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춘 상품과 경험을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개인화 자체는 더 이상 눈에 띄는 강점이 되지 못한다.
자체 기술 시스템의 가치도 달라졌다. 소프트웨어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다양한 기술 역량을 외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직접 구축한 독점 시스템의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여러 기업이 공통으로 쓰는 AI 모델 위에 세운 자체 역량은 과거와 같은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주지 못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회사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데이터와 사업 맥락에 대한 이해, 전문성은 여전히 중요한 자산으로 남는다.
경쟁 상대의 범위도 넓어졌다. 디지털과 AI 기반으로 출발한 기업들이 상품과 고객 경험의 기준을 올리고 있고, 고객들도 자기 금융생활을 관리하는 데 AI를 점점 더 적극적으로 쓴다. 사람의 지시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AI 프로그램을 뜻하는 AI 에이전트는 결제 단계와 지급결제에서 기계끼리 주고받는 거래까지 이미 참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에이전트가 디지털 화폐로 직접 거래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준비하지 않은 금융사는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거래가 자기 생태계 바깥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공급자를 고르는 기준에도 국적이 끼어들었다. 금융사의 80%가 AI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해당 기업이나 기술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고려하고 있으며, 아태에서는 그 비율이 87%다. 가트너는 각국 정부의 65%가 2028년까지 기술 주권 관련 요건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 금융권, AI를 쓰는 회사와 AI로 가치를 만드는 회사
보고서에 실린 한국 딜로이트 금융산업통합서비스그룹의 진단은 국내 금융권의 위치를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KB국민은행은 2025년 직원용 생성형 AI 상담 챗봇을 운영한 데 이어 2026년 AI가 서비스 기획과 개발, 테스트 전 과정에 참여하는 ‘KB AI Dev 센터’를 출범시켰다. AI의 쓰임이 업무 보조에서 개발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만2,600건, 45GB 이상의 금융 특화 한글 말뭉치를 제공했고 같은 해 말 금융권 AI 플랫폼을 개방했다. 말뭉치는 AI가 학습할 수 있도록 정리한 대량의 문장 자료를 뜻한다. 다만 공통 인프라가 넓어질수록 차별화의 원천은 오히려 각 회사 내부로 이동한다는 것이 이 진단의 요지다. 축적된 거래 데이터와 판단 경험, 그리고 그 결과를 다시 업무에 반영하는 피드백 체계가 남는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제시되는 전략이 선택적 내재화다. 고객 데이터와 의사결정 규칙, 접근권한, 판단근거 기록, 예외처리와 성과측정 역량은 내부에 두고, 범용 모델과 컴퓨팅 자원은 보안과 규제 요건에 맞춰 외부 생태계를 쓰는 방식이다. 거버넌스도 문서 심의에서 시스템 구현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직원에게 사번과 결재 권한 한도, 비용을 정산할 부서를 지정하듯 에이전트에게도 신원과 접근권한, 실행한도, 판단근거, 중단 조건과 사람에게 넘기는 예외 경로를 실제 시스템에 심어야 자율성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2025년 AI 윤리기준과 위험평가, 생애주기별 위험관리, 금융소비자 보호를 담은 자체 AI 거버넌스를 도입하고 AI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인력 문제도 남는다. AI가 절감한 업무시간은 그 자체로 가치가 아니라 다시 배치해야 할 업무용량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확보한 시간을 복잡한 판단과 예외처리, 고객관리, 새 상품과 서비스 개발로 옮겨야 비로소 고객가치와 손익으로 바뀐다.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첫 생성형 AI 혁신금융서비스에 신한은행의 AI 은행원, 카카오뱅크의 대화형 금융 계산기, 교보생명의 보장분석 AI 서포터가 포함된 것은 업권 전반에서 시도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승부처는 활용 사례의 개수가 아니라 이를 고객가치와 매출, 비용, 리스크 개선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이라는 것이 결론이다.
기대 75%와 실적 18% 사이에 남은 거리
보고서를 관통하는 긴장은 결국 한 문장으로 모인다. AI 도입의 필요성은 생산성이라는 경제적 효과가 이미 뒷받침하지만, 전략적 경쟁우위를 얻으려면 AI를 중심으로 사업 전반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18%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한 75% 사이의 거리가 그 재설계에 걸리는 시간일 수 있다.
비용을 줄이는 쪽에서는 경로가 비교적 분명하게 보인다. 아태 금융사는 규제 준수에 연간 1,500억 달러 이상을 쓰고 있는데, 보고서는 규제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AI로 생산성을 높이면 이 가운데 300억 달러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금융범죄 관련 규제 준수 한 항목에만 아태에서 연간 약 450억 달러가 들어가고 상당 부분이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절차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감의 여지는 실재한다.
다만 이 보고서의 성격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딜로이트는 이 문서가 구체적인 실행 지침서라기보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가 전략적 선택을 내릴 때 참고할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아태 수치의 표본도 호주, 인도, 일본, 싱가포르 4개국 91개 기업으로, 한국과 중국, 동남아 각국의 사정이 그대로 반영된 값은 아니다. 그럼에도 생산성은 올랐는데 매출은 아직이라는 구도 자체는 국내 금융권이 자사 AI 성과를 점검할 때 그대로 적용해 볼 만한 질문으로 남는다. 우리 회사의 AI는 지금 시간을 아껴 주고 있는가, 아니면 돈을 벌어 주고 있는가.
FAQ( ※ 이 FAQ는 본지가 리포트를 참고해 자체 작성한 내용입니다.)
Q1. 금융사들이 AI로 생산성이 올랐다면서 매출은 왜 늘지 않았나요?
딜로이트 조사에서 전 세계 금융서비스 업계 응답자 573명 중 68%가 AI로 생산성이 향상됐다고 답했지만,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곳은 18%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주로 기존 업무를 더 빠르고 싸게 처리하는 데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는 새로운 매출을 만들려면 AI를 중심으로 상품과 사업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Q2. 아시아태평양 금융사는 AI 도입에서 앞서 있나요, 뒤처져 있나요?
추진 의지 면에서는 앞서 있습니다. AI를 중심으로 핵심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있다는 응답이 아태 41%로 전 세계 28%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만 글로벌 AI 선도기업을 평가하는 에비던트 AI 지수에 포함된 아태 본사 은행은 4곳, 보험사는 없어 외부 평가와 투자 규모에서는 격차가 남아 있습니다.
Q3. AI 추론 비용이 전기요금 같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AI는 쓸 때마다 사용량만큼 요금이 붙는 구조라 한 번 사기만 하면 끝나는 설비와 다릅니다. 토큰 하나당 단가가 내려가도 전체 사용량이 더 빠르게 늘면 총비용은 오히려 커집니다. 그래서 금융사는 토큰 단가보다 업무 하나를 끝내는 데 실제로 든 총비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사에 인용된 리포트 원문은 딜로이트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리포트명: 규모의 경쟁에서 우위의 경쟁으로: 아시아태평양 금융서비스 산업의 미래 (Deloitte Asia Pacific Financial Services, 2026년 9월)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해당 기사는 챗GPT와 클로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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