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배터리 전기차와 함께 그냥 전기차 데이터로 포함시켜왔다. 엔진과 모터가 있는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분류하는 게 옳다.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차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는 분리해서 배터리 전기차 데이터를 더 강조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서 이슈화된 것은 제법 시간이 흘렀다. 실험실과 실제 도로 테스트의 수치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의 수요 정체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연비의 차이를 대략적으로 비교해 보고 주요 자동차회사들의 움직임을 정리한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유럽연합이 발표한 2024년 데이터에 따르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실제 도로 주행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공식 실험실 테스트 수치보다 평균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실제 배출량 측정이 시작된 이래 카탈로그 표기상 배출 수치와 실제 환경 오염 사이의 격차는 매년 벌어지고 있다.
환경단체 T&E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완성차 업체들의 탄소 규제 완화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E는 공식 테스트 수치와 실제 배출량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기후 목표 달성 과정에서 PHEV가 오염 물질 배출 저감 차량으로 과대평가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기존 규정 개정안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유럽연합 신차 판매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유럽자동차제조협회를 통해 실제 배출량 기준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2027년 규제 개정안을 약화하려는 로비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집행위원회가 2035년 이후에도 플러그인 내연기관차 판매를 일부 허용하는 한시적 양보안을 제시했음에도, 제조사들은 규제 완화를 지속 요구하는 상황이다.
유럽환경청(EEA)이 22만 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탑재된 실제 연료 소비 모니터링 장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4년 등록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실제 평균 배출량은 km당 145g에 달했으나 공식 테스트 측정값은 24g/km에 불과했다. 전년도인 2023년 등록 차량의 경우 실제 배출량 138g/km, 공식 테스트값 28g/km로 약 5배의 격차를 보였으나, 불과 1년 만에 배출 격차가 6배 수준까지 확대됐다.
자동차회사들은 2023년 이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친환경 성능이 개선되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카탈로그상 배출량이 28g/km에서 24g/km로 15% 감소하는 동안 실제 배출량은 오히려 5% 증가했다. 실제 도로를 달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배출량 145g/km은 일반 내연기관 차의 169g/km보다 불과 14% 적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년도 내연기관차와의 17%의 배출량 차이보다 줄어든 수치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실제 오염도가 기존 가솔린 및 디젤차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입증한다고 T&E는 강조했다..
이 같은 심각한 오차는 현실 운전 조건을 반영하지 못하는 표준화된 실험실 테스트 프로토콜에서 비롯된다. 유럽연합은 2025년과 2027년에 걸쳐 차량의 전기 주행 비중을 산정하는 유틸리티 계수를 현실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서류상 수치 조작으로 탄소 배출 규제를 회피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꼼수를 차단하고, 내연기관 수준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실질적인 기술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알아야 할 부분도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거주지나 직장에 충전 인프라가 확보되어 있고 일일 주행거리가 전기 모드 범주 내에 들어올 경우 운행 비용을 최대로 절감할 수 있다. 반면 충전 여건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운행할 경우, 중량이 큰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특성상 일반 하이브리드 전기차보다 휘발유 소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구조적으로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달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부 전원을 연결해 대용량 배터리를 직접 충전할 수 있다. 완충 시 엔진 개입 없이 순수 전기 모드로만 약 40~8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출퇴근 등 단거리 이동 시에는 배터리 전기차처럼 작동한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하이브리드 모드로 전환되어 엔진과 모터를 함께 구동한다. 물론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주행거리는 더 늘어난다.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충전의 번거로움이 없고 내연기관 수준의 편의성을 바탕으로 내수 및 글로벌 시장에서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보조금 축소 경향 속에서도 배터리 전기차 전환기의 유연한 대안으로서 자동차회사들은 항속거리 연장형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기술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전기차 대비 4~10배 이상 큰 배터리와 온보드 차저 등 추가 전력 장치를 탑재하므로 자동차 가격이 비싸고 공차 중량이 무겁다.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및 글로벌 연구 기관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중국, 인도 등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실제 도로 운행 배출량은 정부 인증 수치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 생산은 물론, 배터리 생산, 전력망 구성, 운행 및 폐기 포함한 전 생애주기 평가(LCA)를 바탕으로 한 배터리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주요 지역별 비교 데이터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 대비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를 비교한 결과, 전력망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지만 모든 주요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차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보다 우수한 친환경성을 보인다. 물론 나라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다. 그 이유는 각기 다르다.
미국은 내연기관차 대비 배터리 전기차의 온실가스 감축률이 60~68%다. 그에 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26~42%이다. 이는 장거리 비중이 높고 충전 빈도가 낮아 엔진 개입 빈도가 높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배터리 전기차가 37~4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15%26%다.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 미국과는 편차가 크다. 그럼에도 배터리 전기차의 전력 효율성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가솔린 소모보다 우수하다.
석탄 발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인도는 배터리 전기차가 19~3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8~17%로 유의미한 차이가 난다고는 할 수 없다.
미국 환경청(EPA) 인증 수치와 실제 도로 운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소비자의 운행 습관에 따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배출량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EPA 기준에서는 미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주행의 약 50~60%가 전기 모드로 이루어질 것으로 추정하지만, 실 운행 데이터 분석 결과 실제 전기 주행 비중은 25~40% 수준에 불과하다.
중형 SUV를 기준으로 배출량을 비교하면 배터리 전기차는 약 80 ~ 100 g CO₂/km를 배출한다. 실 도로 운행 기준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약 150 ~ 190 g CO₂/km. 내연기관차는 약 240 ~ 280 g CO₂/km다. 미국 시장 특성상 가속 시 내연기관 엔진이 즉각 개입하는 출력 세팅과 먼 출퇴근 거리로 인해 배터리 소모 후 엔진 전용 주행 구간이 길어진다.
중국 시장에서는 EREV(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및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비중이 높다. 중국 도시지역 사용자는 빈번한 충전을 통해 높은 전기 주행 비중을 보이지만, 지방 및 장거리 운행 시에는 엔진 가동률이 급증한다.
중국의 경우 전력 생산의 석탄 의존도가 높아 배터리 전기차의 초기 제조 및 충전 단계 탄소 배출이 높게 산정되지만, 10만 km 이상 주행 시점부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대비 총 탄소 배출량이 약 20~30% 이상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산화탄소 외에 질소산화물, 입자상물질, 일산화탄소 등 국지적 유해 배기가스 측면에서의 비교도 필요하다.
배터리 전기차는 주행 중 배기가스 배출이 0 다. 이에 비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배터리 전량이 소모되거나 급가속이 필요할 때 엔진이 갑작스럽게 개입한다. 이때 배기 가스 저감 장치, 즉 촉매가 충분히 가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엔진이 가동되므로, 순간적인 질소산화물 및 미세먼지 배출 농도가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높게 측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유럽 외 지역에서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공식 인증 기준 대비 실제 배출량이 1.5배에서 3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확인된다. 반면 배터리 전기차는 차량 제조 단계의 탄소 배출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가 누적됨에 따라 모든 국가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대비 월등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보인다.
전기차 수요 정체 현상이 길어지고 충전 인프라의 한계가 부각됨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전기차 단일 추진 전략에서 벗어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특히 엔진을 배터리 충전용 발전기로만 활용해 전동화 특유의 주행감과 장거리 운행의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EREV가 전기차 전환기의 핵심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전략 전환을 주도하는 곳은 중국이다. BYD와 리오토, 샤오미 등 중국 주요 제조사들은 40kWh급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 모드로만 200~400km 이상 주행하고, 전체 복합 주행거리가 1,000~1,400km에 달하는 3세대 PHEV 및 EREV 모델을 보편화시켰다. CATL 등 현지 배터리 기업들 역시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전용 배터리를 공급하며 생태계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빅3 제조사를 중심으로 대형 차종에 EREV 및 PHEV 도입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포드와 스텔란티스, GM 등은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 SUV의 무거운 견인 하중과 장거리 운행 특성을 고려해, 모터 구동의 강력한 출력 성능은 유지하되 배터리 방전 우려를 완벽히 해소할 수 있는 발전용 엔진 탑재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 역시 소비자의 전기차 구매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유연한 플랫폼 전략을 펼치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과 르노, BMW 등은 차세대 유연 플랫폼을 활용해 전기 주행거리를 100km 이상으로 대폭 늘린 차세대 PHEV와 EREV 라인업을 차종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동화 스펙트럼을 확장 중이다. 토요타와 혼다 는 차세대 전용 차체를 기반으로 고효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늘리며 과도기 시장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닛산은 직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파워를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을 노린 EREV 체계로 대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북미 및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전용 EREV 파워트레인 개발을 공식화했다. 대형 SUV와 제네시스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이러한 완성차업계의 동향에 발맞춰 EREV 및 차세대 PHEV 전용 고성능 배터리 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전히 나라와 지역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지켜 볼 일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곧 기술이라고 하는 명제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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