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x IT동아 공동기획]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가 추진하는 '모두의 창업 2차'는 창업에 관심 있는 국민 누구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모두의 창업 2차'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창업가와 다양한 창업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창업을 떠올리면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뛰어난 기술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소비자가 정말 필요로 하는 제품인지 확인해야 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 반응을 살펴야 한다. 사업모델을 세우고 투자자를 만나 자금도 확보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 과정에서 길을 잃어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근형 인하대학교 창업지원단장은 대학이 바로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청년과 연구자가 가진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이를 시장에서 작동하는 사업으로 연결하는 역할이다.
인하대 창업지원단은 예비창업자 발굴부터 법인 설립, 제품 개발과 투자, 판로 확보까지 창업 전 과정을 지원한다. 모두의 창업을 비롯해 예비·초기창업패키지,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사업, 창업보육센터, 앵커사업 등 다양한 창업지원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예비창업패키지 평가에서는 일반 분야와 딥테크 분야 모두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근형 단장은 “이미 만들어진 기업의 성장을 돕는 기관은 많지만,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청년 창업 인재를 만나고 대학의 연구와 기술을 실제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일은 대학이 특히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제조·물류·바이오·반도체 한곳에…“인천은 검증과 실행이 빠른 도시”
이근형 단장은 인천이 초기창업자에게 유리한 이유로 다양한 산업 기반이 한 지역 안에 모여 있는 점을 꼽았다.
인천에는 남동·주안·송림·서구 등을 중심으로 제조 기반이 형성돼 있어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하거나, 소량 생산으로 연결하기 비교적 용이하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라는 물류 인프라가 있어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사업모델을 검토할 여지도 크다.
송도를 중심으로 성장한 바이오와 반도체 산업 역시 기술창업에 중요한 기반이다. 관련 기업이 모이면 새로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는 관련 인재와 기술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근형 단장은 “인천은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드는 제조와 제품을 고객에게 내보내는 물류, 기술을 고도화하는 바이오·반도체 기반을 한 도시 안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창업자 입장에서는 문제와 시장, 파트너가 가까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도 이러한 지역 산업 기반을 창업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교수와 연구자뿐만 아니라 실제 창업 경험이 있는 선배 기업인과 전문가를 멘토로 연결하고, MVP(최소기능제품) 제작에는 학교의 장비와 공간을 활용한다. 인하대병원 등 교내 인프라를 활용한 바이오·의료 분야로의 연계도 진행한다.
실제 인하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발굴한 학생창업기업 로비고스는 AI를 활용한 물류 현장 관제 솔루션을 개발했고, 화물차 상하차 자동화 기술을 개발한 스피드플로어는 미국 물류 플랫폼과 제휴해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물류 현장을 가까이서 접하고 문제를 파악한 것이 사업 아이템 발굴과 검증으로 이어진 사례다.
하지만 산업 기반이 풍부하다고 모든 창업기업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근형 단장이 현장에서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지원의 단절’이다.
창업 아이디어 하나를 검증하는 데에도 수개월이 걸리지만, 지원사업이나 보육기간에는 끝이 있다. 사업화 지원이 끝난 뒤 민간 투자를 받기 전까지 자금 공백이 생길 수도 있고,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시제품으로 구현할 기술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근형 단장은 “지원사업 참여자는 늘었지만, 이들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실제 사업을 이어가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창업지원 사업이 끝나면 지원도 함께 중단되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간 연계를 통해 지원 단절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교 장비와 공간을 활용해 시제품 제작을 돕고, 대학 자체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초기기업 투자도 연계한다. 지원사업이 끝난 기업에는 후속 프로그램인 ‘인하케어플러스’를 활용, 경영·기술 분야의 애로사항 해결과 선후배 창업기업 간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사업은 다르다…누가 제품을 살지 고려해야”
이 같은 문제의식은 ‘모두의 창업’ 지원 방식에도 반영됐다.
모두의 창업은 완성된 사업계획이나 팀, 시제품 등을 갖춘 창업자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국민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춘 사업이다. 아이디어를 검증한 뒤 단계별 라운드를 거치며 이를 구체화한다.
인하대는 모두의 창업 멘토기관으로 참여해 창업자 발굴부터 교육, 보육, 후속 연계를 맡고 있다.
1라운드에서는 참여자별 책임멘토를 배정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차별화 요소를 찾는다. 시장과 기술·제도적 실현 가능성을 살핀 뒤 목표 고객과 수익구조를 정의하고 사업계획서 작성을 돕는다. 자율 프로그램인 ‘IN: Sight’를 통해 참가자의 비즈니스 역량과 아이템 준비도를 진단하고, 선행기술조사와 지식재산권 확보도 지원한다.
이후 라운드에서는 투자자를 만나는 과정에 대비한다. 예상 질의응답을 연습하고 10분 발표용 피치덱과 3분 발표자료, 1페이지 티저 등 상황별 IR 자료를 제작한다. MVP 품평회를 통해 실제 사용자와 투자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데모데이, 투자 미팅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인하대 창업지원단이 초기 창업자를 만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다. 이근형 단장은 ‘소비자’, ‘검증’, ‘비즈니스 모델’ 세 가지를 강조했다.
그는 “창업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기술과 기능부터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제로 돈을 낼 소비자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라며 “좋은 아이디어와 사업은 다르다. 누가, 얼마를, 왜 반복해서 지불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사업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제품을 모두 개발한 뒤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도 초기 창업자에게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하기 전에 적은 비용으로 잠재 고객을 만나 창업자가 생각한 문제와 고객이 실제 느끼는 문제가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이근형 단장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처음 아이디어와 사업 방향이 달라지는 ‘피보팅’도 빈번하다. 인하대는 이를 실패가 아니라 시장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예비창업기업이 4억원 투자 유치…“사업이 살아남아 다음 창업자를 돕는 구조 만들어야”
인하대 창업지원단의 지원 방식이 실제 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일례로 2025년 예비창업패키지에 참여한 제피로스는 에너지 저감용 스마트 EMI 필터 모듈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인하대 창업지원단의 비즈니스모델 검증과 팀빌딩, MVP 제작, 판로 개척과 투자 연계 과정을 거쳐 예비창업 단계에서 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김유선 제피로스 대표는 1차 모두의 창업 기술멘토로 참여해 후배 창업자를 돕고 있다.
1차 모두의 창업에 참여한 플럭서스 사례도 있다.
한희수 플럭서스 대표는 자신의 질병 경험과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제품 ‘Levitate’를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처럼 센서를 이용해 이용자의 움직임을 읽고, 이를 제어하는 기술을 사람의 다리에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다.
문제는 의료기기 특성상 인증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제품 인증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지만, 매출이 없으면 인증까지 버틸 자금과 투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인하대는 의료기기 인증 전에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사업모델을 다듬고 학교의 3D 프린터 등을 활용해 MVP를 제작하도록 지원했다. 사업모델과 시제품을 함께 구체화한 플럭서스는 모두의 창업 2라운드에 진출해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근형 단장은 대학 창업지원기관의 역할을 기업 대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찾지 않는다. 창업자가 보유한 기술이 시장에 도달할 때까지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사업화의 빈틈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대표보다 그 기술을 더 잘 알 수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이 세상에 나올 때까지 회사가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렇게 살아남은 기업이 다시 후배 창업자의 멘토로 돌아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역 창업기관 간 역할 분담과 연계도 필요하다는 게 이근형 단장의 생각이다. 대학은 청년·기술창업과 연구 기반 사업화에 강점을 살리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액셀러레이터 등은 각 기관의 전문 영역을 맡아 창업자가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에서 출발한 기업이 성장할 때마다 지원기관이나 사업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보다, 인천 안에서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근형 단장은 “한 번 인천에서 자리 잡은 기업이 계속 인천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적인 지원과 정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관별 사업을 따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기업의 성장 과정이 끊기지 않도록 이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차 모두의 창업’ 역시 이러한 창업의 출발점을 넓히는 사업이다. 인하대는 이미 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사람보다는 아이디어가 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예비창업자, 아이디어를 구현할 기술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적극 발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근형 단장은 “사업계획서를 써보지 않았거나, 팀이 없고 창업이 처음이어도 괜찮다. 필요한 것은 해결하고 싶은 문제 하나와 끝까지 시도해보려는 의지”라며 “화려하게 보이는 아이템보다 자신의 주변에 있는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는 창업자가 오히려 더 멀리 가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두의 창업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이라며 “여기서 검증된 창업자가 앵커와 스카우트,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창업보육센터, 투자 연계 등 다음 단계로 계속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2차 모두의 창업 접수는 9월 17일 오후 4시까지다. 모두의 창업 플랫폼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인하대 창업지원단의 지원을 희망하는 참가자는 신청 시 지역을 ‘인천광역시’, 기관을 ‘인하대학교’로 선택하면 된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