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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열두섬길이 시작되다

2026.09.22. 11:00:19
조회 수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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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의 섬을 걷는 새로운 길, ‘군산열두섬길’이 첫발을 뗀다. 시범 개통 코스로 선정된 어청도길·고군산섬잇길·관리도길, 세 길을 먼저 걸었다.

약 15년 전부터 조금씩 놓이기 시작한 데크가 최근 하나로 이어졌다. 층층바위 해안길이다

흩어진 길에 하나의 이름을
군산열두섬길

군산의 섬에는 이미 길이 있었다. 주민들이 집과 포구를 오가던 마을길, 산을 넘던 숲길, 바다를 바라보며 걷던 탐방로와 해안산책로다. 군산열두섬길은 새로운 길을 내는 대신 14개 유인도에 흩어진 기존 길을 찾아 12개 코스로 묶었다. 각기 다른 섬의 길에 하나의 이름과 표식, 기록 방식을 더해 군산을 대표하는 걷기여행 브랜드로 만든 것이다.

2026년 9월에는 1코스 어청도길과 5코스 고군산섬잇길, 11코스 관리도길이 먼저 시범개통됐다. 이후 2027년 연도·개야도·비응도·비안도 코스, 2028년 신시도·무녀도·선유도 1·2코스와 장자도 코스를 차례로 개통해 총 12개 코스를 완성할 예정이다. 모든 길을 이으면 약 80km에 이른다. 낯선 섬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 방식도 통일했다. 시설물에 붙은 빨간색 화살표는 정방향, 파란색 화살표는 역방향을 가리킨다. 나뭇가지에 묶인 두 색 리본은 방향과 관계없이 코스가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군산항 1981 여객터미널에 마련된 군산열두섬길안내센터에서는 코스와 섬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여객터미널의 두 번째 항해
군산항 1981 여객터미널 (군산열두섬길안내센터)

1981년 문을 연 옛 여객터미널이 여행자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났다. 군산열두섬길안내센터에서는 코스와 교통편, 숙박 정보를 안내하고 완주 기록을 확인해 완보배지를 내 준다. 코스마다 이용하는 터미널과 선착장이 달라 출발 전 교통편을 확인하기에도 좋다. 레트로 분위기의 1층에는 여행안내데스크와 굿즈마켓, 엽서존 등이 있다. 2층에는 K-관광섬 전시공간과 워케이션룸, 독립영화관을 갖춘 복합라운지가, 3층에는 군산의 바다와 도심을 조망하는 루프톱이 자리한다.

군산항 1981 여객터미널에서는 군산열두섬길 완보인증배지를 받을 수 있다

섬길 따라 하나씩 완보배지
군산열두섬길을 완주하면 해당 코스의 실물 완보배지를 받을 수 있다. 12개 코스의 배지는 코스 번호와 각 길을 대표하는 풍경을 담아 서로 다르게 디자인했다. 어느 섬의 어떤 길을 걸었는지 배지만 봐도 알아 볼 수 있어 코스를 하나씩 완주하며 모으는 재미가 있다. 먼저 열린 세 코스를 모두 걸으면 ‘베이비 완보배지’를, 향후 12개 코스를 완주하면 전체 완보배지와 완보인증서를 받는다. 실물 배지와 완보인증서는 군산항 1981 여객터미널의 군산열두섬길안내센터에서 직접 수령해야 한다.

섬 트레킹의 필수템 군산열두섬길 앱
초행길이라 섬 트레킹이 어렵다면? 군산열두섬길 앱부터 다운로드 받자. 앱에서 각 코스를 선택하고 ‘걷기기록 시작’을 누르면 현재 위치와 이동 경로, 진행률이 기록된다. 코스 정보와 화장실 위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이탈 알림과 SOS 기능도 제공한다. GPS를 계속 사용하므로 휴대폰을 충분히 충전하고 보조배터리를 챙기는 게 좋다. 완보 인증은 전용 앱 기록이 원칙이다. 다른 GPS 앱을 이용했다면 코스의 90% 이상을 걸은 기록을 가지고 안내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MINI INTERVIEW
군산문화관광재단 윤문기 팀장

Q 군산열두섬길은 무엇인가.
사람이 사는 곳에는 다 걷는 길이 있다. 군산열두섬길은 없던 길을 새로 낸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오가던 마을길과 기존 탐방로·산책로를 걷기여행길로 정리한 것이다. 섬이 간직한 길을 최대한 그대로 활용하면서 여행자가 따라 걸을 수 있는 코스로 만들었다.

Q 어청도를 1코스로 정한 이유가 있나.
어청도는 군산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유인섬이자 우리나라 영해의 범위를 정하는 영해기점 섬이다. 군산의 섬을 걷는 길인 만큼, 가장 바깥에 자리한 어청도에서 열두섬길의 첫 번호를 시작했다.

Q 군산열두섬길은 어떻게 관리할 예정인가.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한 ‘열두섬길 지킴이’를 운영할 예정이다. 섬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간이 안내 사인 유지 보수와 코스 점검을 맡고, 배가 들어오면 출발점이나 표식을 보는 방법 등 기본적인 안내도 제공한다. 걷기길을 꾸준히 관리하는 동시에 섬 주민의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유한순 지사장
Q 군산열두섬길 관련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는 군산문화관광재단과 협업을 통해서 상품화와 온라인 홍보를 위한 팸투어 등 군산 열두섬길 관련 다양한 홍보마케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을철에는 이를 테마로 한 여행상품(어청도길, 고군산섬잇길)을 운영할 예정으로, ‘여행가는 달’ 국내여행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서해를 지키는 푸른 섬
어청도

리본이 이끄는 길

군산항에서 배로 두 시간, 어청도에 닿았다. 중국 제나라의 전횡이 바다에서 섬을 발견하고 “아, 푸르다”라고 감탄한 데서 ‘어청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긴 뱃길 끝에 마주한 바다는 그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느껴질 만큼 맑고 푸르다.

서해 먼바다에 자리한 어청도는 우리나라 영해의 범위를 정하는 영해기점 유인섬이다. 철새들에게는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오가는 길목의 쉼터이기도 하다. 걷기여행길이 생기기 전부터 이름난 탐조지로, 이동이 활발한 4~5월이면 새를 보기 위해 며칠씩 섬에 머무는 이들도 있다.

군산 열두섬길 안내 리본은 눈에 잘 띄도록 보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을  사용했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화살표를 붙여 정방향(붉은색 화살표)과 역방향(파란색 화살표)을 안내한다
군산 열두섬길 안내 리본은 눈에 잘 띄도록 보색인 빨간색과 파란색을 사용했다. 그리고 손바닥만 한 화살표를 붙여 정방향(붉은색 화살표)과 역방향(파란색 화살표)을 안내한다

코스 출발점은 따로 있지만 찾기는 어렵지 않다. 벽과 표지판에 붙은 손바닥만 한 화살표가 길을 잇는다. 빨간색은 정방향, 파란색은 역방향이다.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출발점으로 돌아오지만, 처음이라면 정방향을 권한다. 대표 풍경인 한반도지형이 진행 방향 앞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숲길에서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빨간색과 파란색 리본이 길잡이가 된다. 두 색이 한 쌍으로 달려 있어 수풀 속에서도 눈에 잘 띈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원추형 돌탑을 닮은 봉수대가 불쑥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의 어청도봉수대는 상징적으로 재현한 것으로, 실제 봉수대는 당산 정상의 군부대 안에 있다. 고려 의종 3년(1148)에 서해에서 들어오는 외적을 감시하기 위해 처음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외연도와 녹도, 원산도를 거쳐 보령 연안으로 이어지는 봉수 신호체계의 일부였다고 전한다. 과거 봉수 신호가 오가던 당산에 지금도 군사시설이 자리한다는 사실은 어청도가 예나 지금이나 서해의 중요한 길목임을 보여 준다.

어청도길을 걷다 보면 바다 위로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청도길을 걷다 보면 바다 위로 한반도를 닮은 지형이 모습을 드러낸다

등대에서 한반도지형, 층층바위까지

섬 끝에 선 어청도등대는 놓칠 수 없는 꼭짓점이다. 1912년 3월 1일 처음 불을 밝힌 뒤 100년 넘게 서해를 지나는 배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 왔다. 흰색 원통형 등탑 위로 전통 한옥의 서까래를 재구성한 장식이 어우러진다. 건립 당시 형태가 비교적 잘 남아 있어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현재도 등대원이 근무하는 유인등대다. 등대에 서면 기암괴석의 해식애와 해송, 바다가 한 장면에 들어온다. 코스에서 유일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청도길에서 내려다본 어청도 마을과 포구의 풍경
어청도길에서 내려다본 어청도 마을과 포구의 풍경

능선에 오르면 한반도를 닮은 해안선이 펼쳐진다. 특히 한반도 북쪽을 빼닮은 모습이 놀라울 만큼 선명하다. 사진보다 실제 풍경이 훨씬 인상적이어서 한 장에 온전히 담기지 않는 게 아쉬울 정도다. 조망점부터는 데크 계단이 이어지므로 풍경에만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주의하자.

푸른 바다를 등지고 선 어청도등대는 어청도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푸른 바다를 등지고 선 어청도등대는 어청도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마을까지 1.5km 이어지는 층층바위 해안데크길은 약 15년 전 조성을 시작해 조금씩 길을 늘려 온 끝에 최근 완공됐다.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만큼 구간마다 데크 모양도 조금씩 다르다. 데크 곁에는 선캄브리아기 편암이 비스듬한 결을 드러낸 채 겹겹이 이어진다. ‘층층바위’에는 시루떡을 포개 놓은 듯하다는 뜻에서 ‘시루떡바위’라는 별명도 붙었다. 가까이에서 마주하면 사진보다 훨씬 크고 웅장하다.

바다 위로 이어진 해안데크길. 어청도의 푸른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바다 위로 이어진 해안데크길. 어청도의 푸른 바다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코스 밖에서 만나는 어청도
공식 코스 밖이지만 치동묘와 어청도초등학교는 마을에서 금세 둘러볼 수 있다. 군산시 향토문화유산인 치동묘는 중국 제나라의 전횡을 모신 사당이다. 주민들은 오랫동안 전횡을 재앙을 막고 풍어를 가져다주는 마을의 수호신으로 섬겨 왔다. 어청도초등학교 교문에는 두 그루의 향나무가 가지를 맞대 한몸처럼 이어진 연리지가 있다. 두 나무가 손을 맞잡은 듯해 ‘어청도 사랑나무’로 불린다.

Tip 하룻밤 묵는다면?
어청도에는 군산시에 등록된 농어촌민박 5곳이 있다. 평일에 등록 민박에서 1박 하면 어청도행 편도 승선권을 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숙박 확인 방식은 꽤 아날로그적이다. 민박 주인이 종이에 민박 이름과 숙박자 이름, 연락처를 적고 명함을 올려 찍은 사진을 보내 준다. 이 사진을 군산연안여객터미널 매표소에 보여 주면 된다. 할인 승선권은 온라인 예매가 불가능해 현장에서 발권해야 한다. 취재 당시에는 잔여석이 있었지만, 현장표는 매진될 가능성이 있다.

■바다 위를 걷는 길
고군산섬잇길

산책로가 아닌 트레킹 코스

섬과 섬 사이를 걸어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 ‘고군산섬잇길’이 열렸다. 말도·명도·방축도 세 유인도와 그 사이 무인도인 보농도와 광대도. 모두 다섯 섬을 네 개의 해상 인도교가 하나의 길로 잇는다. 바다 한가운데 놓인 다리 위에서 앞뒤로 우두커니 섬들이 서 있는 신비한 풍경을 만난다.

고군산섬잇길은 군산열두섬길의 다섯 번째 코스다. 공식 리플릿 기준 난이도는 별 4.5개, ‘조금 힘들어요’와 최고 난이도인 ‘힘들어요’의 중간이다. 따라서 자연경관을 편하게 감상하는 산책로로 여기고 들어가서는 안 된다. 총 8.6km에 100m 고지 구간만 5곳,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트레킹 길이다. 특히 물은 넉넉해야 한다. 종주할 생각이라면 더운 날씨 기준 500ml 얼음 생수 최소 3병은 챙기자. 그늘 없는 길이 꽤 있고 수풀이 우거진 구간도 있어 모자와 긴팔·긴바지, 트레킹화를 권한다.

방축도 서쪽 끝에 맞닿아 있는 독립문바위. 모양이 독립문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방축도 서쪽 끝에 맞닿아 있는 독립문바위. 모양이 독립문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마지막 점검은 장자도에서

준비를 다 못 마쳤다면 마지막 기회는 장자도다. 이름은 섬이지만 육지와 다리로 이어져 있고, 섬잇길로 드나드는 여객선도 장자도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한다. 간식과 음료, 필요한 장비는 이곳에서 꼭 챙기고 가는 게 좋다.

제3교 끝 광대도를 바라보면 책바위가 보인다. 책을 펼친 듯한 모습이라 예부터 그렇게 불렸다
제3교 끝 광대도를 바라보면 책바위가 보인다. 책을 펼친 듯한 모습이라 예부터 그렇게 불렸다

여객선 표는 현장에서도 살 수 있지만 헛걸음하기 쉽다. 취재 당일에도 매진 사실을 모른 채 발권하러 온 이들이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예매는 KSA 웹사이트나 앱에서 가능하다. 배편은 하루 3번, 오전 2번과 오후 1번 운항한다(8월 기준). 기상에 따라 운항 시간과 출항 여부가 바뀌니 당일 최신 정보도 꼭 확인해야 한다. 시간표와 선사 공지는 네이버 밴드 ‘대원선기’, 출항·결항 정보는 ‘군산운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군산섬잇길의 유일한 출렁다리, 제4교는 광대도와 방축도를 잇는다
고군산섬잇길의 유일한 출렁다리, 제4교는 광대도와 방축도를 잇는다

군산열두섬길이 안내하는 정방향은 말도로 들어가 방축도로 나오는 코스다. 거꾸로 걸어도 되고, 절반만 볼 생각이라면 명도에서 나와도 좋다. 장자도에서 방축도까지 15~25분, 명도까지 35분, 말도까지 45분이 걸린다. 하루 만에 종주하는 이들도 있지만 배 시간을 맞추려면 서둘러야 한다. 여유롭게 즐기려면 최소 1박을 권한다. 숙소와 식당도 예약하는 편이 낫다. ‘방이 하나뿐이면 어쩌지’ 하는 은근한 마음으로 썸 타는 이와 갔다가는 벤치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할 수도 있다.

방축도 선착장에서는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방파제가 여행자를 환영한다
방축도 선착장에서는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방파제가 여행자를 환영한다

세 개의 섬이 가진 매력

섬 사이 거리는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지만, 매력은 서로 겹치지 않는다. 그래서 섬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종주 욕심이 난다. ‘방축도’는 선착장부터 다르다. 무지갯빛 방파제가 여행자를 맞고, 뒷장불 전망대에 서면 광대도를 지나 명도까지 이어진 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독립문바위로 내려가는 길을 빼면 광대도까지 대부분 오르막이라 정자가 있는 이곳에서 충분히 쉬어 두는 게 좋다. 섬 서쪽 끝에는 파도가 깎아 만든 아치형 해식 지형인 독립문바위가, 방축도를 떠나기 전에는 고군산섬잇길의 유일한 출렁다리인 제4교가 기다린다.

명도 마을 전경. 명도는 섬잇길 중간에 자리한 유인도로, 구렁이전망대가 있다
명도 마을 전경. 명도는 섬잇길 중간에 자리한 유인도로, 구렁이전망대가 있다

광대도에서 제3교를 건너 닿는 ‘명도’는 고군산섬잇길 한가운데 자리하며, 오진여 전망대와 구렁이 전망대 등 볼거리 대부분이 고지대에 있어 전망을 감상하기 좋다. 명도를 얼추 다 보려면 쉬는 시간까지 4시간 30분은 잡아야 한다. 한편 육지에서 가장 먼 ‘말도’는 볼거리가 촘촘하다. 물결처럼 구부러진 천연기념물 말도 습곡구조와 바위에 뿌리내린 천년송, 100년을 넘긴 하얀 등대와 뒤로 펼쳐지는 푸른 수평선까지 만날 수 있다.


■길들지 않은 섬
관리도

섬 하나 올랐을 뿐인데

배가 뜨고 10분. 그게 전부였다. 군산 장자도 선착장에서 출발한 배가 몇 번 들썩이더니 금세 관리도에 사람을 내려놓는다. 그런데 그 10분 사이 자동차와 인파, 호떡 냄새로 북적이던 장자도는 사라지고 눈앞엔 온통 초록색인 섬 하나가 버티고 선다.

선유도 건너편, 고군산군도 서쪽에 자리한 관리도는 이름부터 묘하다. 관리(管理)할 때 그 관리가 아니다. 섬 모양이 꼬챙이처럼 생겨 ‘꼭지도’라 불리다가 꼬챙이를 뜻하는 한자 ‘관(串)’을 붙였다는 설 등이 전해진다.

관리도길은 총 5.1km, 약 4시간 30분짜리 트레킹 코스다. 난이도는 ‘상’, 사람에 따라선 ‘최상’까지 각오해야 한다. 해발고도가 높아서가 아니다. 길 자체가 상당히 야생적이다. 잘 닦인 데크길도, 반듯하게 정비된 산책로도 없다. 잘 부서지는 편암을 밟아야 하고, 어떤 구간에서는 사람 키만큼 우거진 수풀을 몸으로 헤치며 나아가야 한다. 여기가 길이 맞나 잠시 고민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와일드함’이 관리도의 진짜 매력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관리도의 푸른 바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관리도의 푸른 바다

관리도는 걷는다는 말보다 ‘탐험한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거친 길을 걷고, 수풀을 헤치고, 낙조전망대와 깃대봉을 지나 능선까지 올라서면 그동안의 고생을 퉁치고도 남을 풍경이 기다린다. 서해 위에 겹겹이 펼쳐지는 대장도와 장자도, 선유도와 무녀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의 섬들. 그저 섬 하나 올랐을 뿐인데, 군산의 섬들과 모조리 눈을 맞추게 된다.

관리도만큼 섬 위에서 주변이 파노라마로 시원하게 보이는 곳은 군산에서도 드물다
관리도만큼 섬 위에서 주변이 파노라마로 시원하게 보이는 곳은 군산에서도 드물다

관리도의 숨은 얼굴을 찾아서

이 야생의 길을 함께 걸은 이가 있었다. 약 10년 전 관리도에 정착한 산악인 김영남 씨다. 그는 섬에서 민박과 ‘고맙소 마트’를 운영하는 한편 산길을 돌보고, 내년부터는 관리도길 지킴이로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능선에 오르자 그가 말했다. “군산에 섬이 많잖아요. 그런데 섬에 올라가서 주변 전체가 이렇게 파노라마로 촤악 다 보이는 섬은 여기밖에 없어요.” 막상 올라와 보니 ‘촤악’만큼 정확한 표현도 없었다.

바람이 조각해 놓은 듯한 암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
바람이 조각해 놓은 듯한 암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바다

관리도의 또 다른 주인공은 기암괴석이다. 섬 서쪽에는 수많은 불상이 늘어선 듯한 ‘만물상바위’가 있고, 쇠코바위 아래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린 관리도의 랜드마크 ‘천공굴’이 숨어 있다. 문제는 천공굴로 가는 길이다. 암벽을 타고 건너야 할 만큼 접근이 험해 공식 열두섬길 코스에서도 제외됐다. ‘군산열두섬길 도보여행 안전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하듯, 관리도길은 가벼운 산책로가 아닌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다. 특히 길 곳곳에 잘게 부서지는 편암이 깔려 있어 미끄러지기 쉬운 만큼, 트레킹화와 등산 스틱을 반드시 챙기길 권한다. 나뭇가지나 풀숲 등에 피부가 긁히는 것을 막기 위해 긴팔 옷을 착용하는 것도 좋다.

김영남 씨가 운영하고 있는 고맙소 마트
김영남 씨가 운영하고 있는 고맙소 마트

관리도까지는 배로 단 10분. 그러나 그 짧은 뱃길 건너편에는 아직 반듯하게 다듬어지지 않은 섬 하나가 남아 있다. 쉽게 보여 주지 않아서 더 보고 싶은 풍경. 모든 게 지나치게 길들여져 있어 좀처럼 모험할 일이 없는 이 세상에서, 드물게 길들지 않은 섬이라 더욱 애정하게 되고야 마는 섬이다.

관리도 트레킹은 거친 길을 헤쳐 나가는 재미가 있어 모험심을 자극한다
관리도 트레킹은 거친 길을 헤쳐 나가는 재미가 있어 모험심을 자극한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남현솔 기자, 김주현 기자 제작지원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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