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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전쟁 속 한국 AI의 활로: ‘독파모’의 냉정한 재설계와 비대칭 전략

2026.09.22. 12:00:59
조회 수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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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국가의 안보, 경제 주권, 나아가 체제 생존을 결정짓는 2026년 오늘, 글로벌 AI 지형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두 대륙으로 확고히 재편되었다. 천문학적인 자본과 첨단 컴퓨팅 인프라를 무기 삼아 진화하는 양국의 ‘프런티어 AI(Frontier AI)’ 패권 앞에서 여타 국가들은 기술 식민지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생태계를 사수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점에 취임한 하정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이 던진 메시지는 시의적절하며 명확하다. 정부 주도의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의 유효성을 원점에서 재점검하고, 개별 기업 단위의 분절된 대응을 넘어 최고 역량을 결집하는 총력전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냉정한 글로벌 정책 전문가의 시각에서 볼 때, 문제의식의 타당함과는 별개로 ‘어떻게(How)’라는 실행 전략에서는 보다 정교하고 현실적인 비판과 보완이 요구된다. 글로벌 주요국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거울삼아, 대한민국 AI 전략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짚어보고 실질적인 도약을 위한 해법을 제언하고자 한다.

하 부위원장이 미·중 기술 의존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공공·안보 분야의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를 주창한 것은 우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완벽히 부합하는 진단이라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글로벌 기술 생태계 일각에서는 메타의 라마(Llama)나 중국의 오픈 소스 모델(Qwen, DeepSeek 등)을 가져다 쓰면 막대한 기초 연구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응용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오픈소스 무임승차론’이 득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지정학적 현실을 간과한 안이한 발상이다. 실제로 미국은 첨단 AI 가중치(Weights)의 수출 통제 및 접근 라이선스 규제를 언제든 강화할 수 있는 법적 프레임워크를 정비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대외 정책 기조 변화나 안보 위협에 따라 오픈 생태계를 언제든 폐쇄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한 국가의 금융, 전력망, 국방, 사법, 행정 데이터가 외국 기업의 API나 통제권 아래 놓이는 순간, 그 국가의 디지털 주권은 사실상 소멸한다. 프랑스가 막대한 국가 예산과 민관 펀드를 투입해 미스트랄 AI(Mistral AI)를 ‘유럽의 AI 챔피언’으로 육성하고, UAE가 국책 연구기관(TII)을 통해 팔콘(Falcon) 모델을 자체 개발하며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소버린 컴퓨팅에 쏟아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역시 소프트뱅크와 사쿠라 인터넷을 중심으로 자체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며 자국어·자국 문화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하려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흐름에 비춰볼 때 하 부위원장의 ‘독자 역량 사수’ 기조는 국가 기술 주권의 기본 전제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이다. 하 부위원장이 제시한 방향성이 성공적인 국가 프로젝트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구조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첫 번째 딜레마는 ‘컨소시엄 만능주의’와 관료주의적 배분의 함정이다.

하 부위원장은 국내 기업의 자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최고 역량을 가진 그룹들이 힘을 합할 수 있는 체계”를 제시했다. 취지는 이상적이나, 기술 혁신의 역사에서 정부 주도의 ‘그랜드 컨소시엄’이 실리콘밸리의 민첩한 시장 경쟁을 이겨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1980년대 일본 통상산업성(MITI)이 주도했던 ‘5세대 컴퓨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유수 대기업들을 한데 모아 거대 예산을 투입했으나, 내부 주도권 다툼과 관료적 조율 과정에서 속도전을 놓쳐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이해관계자 간의 원만한 타협이 아니라, 극단적인 기술적 비전과 독점적 의사결정권,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공격적인 연구 문화에서 탄생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기업과 연구진을 묶어 ‘K-AI 연합체’를 구성하려 한다면, 이는 자칫 예산 나눠먹기와 책임 분산으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정부의 역할은 플레이어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공동 개발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성능 벤치마크를 제시하고 철저한 성과주의 기반으로 컴퓨팅 자원을 차등 배분하는 ‘판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두 번째 딜레마는 빅테크와의 ‘자본 체급 격차’를 인정하지 않는 정면승부의 무모함이다.

미국의 오픈AI,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는 연간 수십조 원에서 100조 원 규모의 자본지출(CAPEX)을 프런티어 AI에 쏟아붓고 있으며, 수만에서 수십만 장에 이르는 첨단 GPU 클러스터가 단일 모델 훈련에 투입되는 구조다. 한국 정부와 민간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더라도,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의 매개변수(Parameter) 크기와 사전학습(Pre-training) 규모로 빅테크와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따라서 “모든 분야에서 미·중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비대칭적 특화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거대 빅테크가 신경 쓰지 않는 버티컬(특화) 영역, 고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의료·제조·법률·국방 데이터셋에 특화된 고효율 중소형 파운데이션 모델(sSLM), 그리고 적은 연산량으로도 프런티어급 추론 성능을 내는 혁신 아키텍처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세 번째 딜레마는 GPU 인프라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데이터 파이프라인’과 규제 혁파의 부재다.

GPU 공급망 다각화와 AI 데이터센터 인허가 해결은 물론 시급한 과제지만, 하드웨어보다 더 심각한 병목은 ‘고품질 데이터의 합법적·효율적 확보’에 있다. 글로벌 프런티어 모델들은 이미 공개 웹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 고품질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생성 기술과 복잡한 인간 피드백 강화학습(RLHF), 물리 세계의 멀티모달 센서 데이터를 대량으로 학습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법, 저작권 가이드라인의 불확실성, 공공 데이터의 폐쇄성으로 인해 모델 학습에 필수적인 양질의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GPU를 수만 대 확보하더라도 먹일 ‘양질의 연료’가 없다면 엔진은 공회전할 뿐이다.

이러한 세 가지 함정을 넘어설 때 비로소 한국 AI의 진정한 승부처가 드러난다. 하 부위원장이 언급한 내용 중 가장 날카롭고 전략적 가치가 높은 대목은 ‘피지컬 AI(Physical AI)’로의 확장과 ‘반도체·피지컬 AI·데이터센터’를 잇는 3대 메가프로젝트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미국이 디지털 공간의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기반, 로보틱스 적용 인프라, 모빌리티, 조선, 방산, 그리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패권을 쥐고 있다. 이 자산들은 크게 세 갈래로 결합될 수 있다. 로보틱스와 제조 현장의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는 피지컬 AI 영역, HBM·NPU·PIM 등 온디바이스 및 AI 가속기를 하드웨어-모델 공동 최적화로 발전시키는 영역, 그리고 차세대 전력망(SMR 등)과 인허가 원스톱 규제 프리존을 갖춘 데이터센터·에너지 인프라 영역이 하나의 축을 이루며 글로벌 공급망의 대체 불가능한 거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피지컬 AI’ 영역에서는 실세계에서 축적된 정밀한 공정 데이터와 하드웨어 통합 역량이 승패를 가른다. 독일이 제조업 강국임에도 소프트웨어 역량 부재로 인더스트리 4.0의 결실을 온전히 맺지 못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한국은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HBM, CXL, PIM) 역량과 국내 팹리스들의 AI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술을 결합하여, 파운데이션 모델과 하드웨어를 수직 계열화하여 최적화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코디자인(Co-design)’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모델 개발사가 반도체 설계를 돕고, 반도체 제조사가 전용 모델 아키텍처를 지원하는 풀스택 생태계가 작동할 때 비로소 엔비디아와 빅테크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

이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명실상부한 국가 AI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기 위해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할 정책적 로드맵을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투트랙(Two-Track) 모델 전략’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가 안보·공공 영역에서는 완전한 자체 통제권(Weight 및 소스코드)을 보유한 100%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소수 정예 체제로 강력히 개발·유지하는 한편, 민간·산업 영역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오픈 웨이트 모델(Llama 등)을 실용적으로 파인튜닝하여 제조·서비스 현장에 빠르게 접목하는 ‘민첩한 응용 생태계’를 병행 지원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국가 소버린 컴퓨팅 자원을 ‘마일스톤 기반 바우처 배분’ 방식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확보한 대규모 GPU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단순 균등 배분하지 말고, 글로벌 공개 벤치마크 및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과한 최상위 팀에 컴퓨팅 자원을 압도적으로 몰아주는 ‘마일스톤 연계형 집중 지원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또한 피지컬 AI 실증을 위한 ‘제조·로봇 데이터 규제 프리존’을 조성해야 한다. 전국의 주요 산업단지, 이를테면 울산의 모빌리티, 창원의 정밀기계, 구미의 전자 산업단지 등을 피지컬 AI의 국가 테스트베드로 지정하고, 현장 센서 데이터 수집과 자율화 실험을 가로막는 규제를 전면 유예하는 특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최고급 AI 인재를 끌어들이는 ‘파격적 인센티브와 연구 자율성’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AI 생태계의 최대 취약점은 인재 유출이다. 국내외 탑티어(Top-tier) 연구자들이 국내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끼도록 파격적인 보상 체계, 비자 혁신, 글로벌 공동 연구 펀드를 과감하게 신설해야 한다.

하정우 부위원장의 취임 일성은 대한민국 AI 정책이 기존의 산발적 지원과 단기적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국가 생존의 관점에서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엄중한 경종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될 수 없으며,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지닌 세계적 제조업 자산, 초일류 반도체 기술, 그리고 역동적인 디지털 인프라를 독자적 AI 기술과 결합한다면, 글로벌 AI 생태계가 한국 없이는 굴러갈 수 없도록 만드는 ‘대체 불가능한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다. 새롭게 출범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관성적인 정부 R&D의 틀을 깨고, 정교한 비대칭 전략과 실행력으로 대한민국 AI의 새로운 백년대계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이미지 출처: AI 생성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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