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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출 30년 엡손, "프린터 넘어 로보틱스·마이크로디바이스 기업으로"… 중장기 비전 밝혀

2026.09.22. 19: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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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한국엡손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세이코 엡손 본사를 포함한 글로벌 그룹 전체의 향후 10년의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한국엡손은 9월 22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창립 30주년 기념 및 글로벌 CEO 방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정밀 기술의 적용 범위를 산업 영역으로 넓혀 B2B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글로벌 전략을 밝혔다.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30주년 간담회 / 출처=IT동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한국엡손 30주년 간담회 / 출처=IT동아

이날 행사에는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사장과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원진이 참석했다. 요시다 대표의 방한은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사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행사는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의 인사말 및 한국엡손 사업 성과 소개, 요시다 준키치 대표의 장기 비전 '엔지니어드 퓨처 2035(ENGINEERED FUTURE 2035)' 발표,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 순으로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 - "30년 성장 발판 삼아, 이제는 산업 영역으로"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지난 한 해 한국엡손의 사업 성과와 향후 성장 방향을 소개했다. 모로후시 대표에 따르면 한국엡손은 2025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이하 FY25)에 매출 2276억 원을 기록해 전년(1776억 원) 대비 약 28% 성장했다. 특히 정밀 이노베이션(Precision Innovation) 부문이 205%, 산업·로보틱스(Industrial& Robotics) 부문이 24% 성장하며 전체 실적 확대를 이끌었다.

부문별로 보면, 정밀 이노베이션 부문은 잉크젯 솔루션 사업의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프린트헤드 사업을 확대했고, 마이크로디바이스 사업 역시 안정적인 기반을 유지했다. 산업·로보틱스 부문은 상업·산업용 프린팅을 중심으로 굿즈 제작과 온디맨드 생산 등 디지털 프린팅 활용 영역을 넓혔고, 로보틱스 사업도 새로운 자동화 시장으로 적용 분야를 확대했다. 사무·가정용 프린팅(Office& Home Printing) 부문은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더스트프리(Dust-Free) 솔루션과 법인 대상 렌탈 사업을 확대해 B2B 시장에서의 기반을 강화했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이사 / 출처=IT동아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이사 / 출처=IT동아

FY25 기준 한국엡손의 사업부문별 매출은 사무·가정용 프린팅이 약 653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정밀 이노베이션 약 541억 원, 비주얼·라이프스타일 약 545억 원, 산업·로보틱스 약 370억 원, 기타 약 168억 원 순이었다.

모로후시 대표는 한국엡손의 사업을 정밀 이노베이션·산업·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인더스트리(Industry)' 영역과, 사무·가정용 프린팅·비주얼·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워크&라이프(Work& Life)' 영역으로 구분하며 "인더스트리 영역에서는 정밀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혀 디지털 제조와 자동화, 생산성 향상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워크&라이프 영역에서는 프린팅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기술로 보다 효율적인 업무와 학습을 지원하며 새로운 소통과 경험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한국 시장은 빠른 기술 변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한국엡손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엡손의 기술과 엔지니어링을 고객과 산업에 필요한 가치로 연결하며 성장해 왔다"며 "30주년은 지난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성장을 준비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엡손만의 정밀 기술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바탕으로 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한편, 사람들의 일과 삶에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 - '엔지니어드 퓨처 2035', 산업 영역 비중 절반까지 확대

이어진 발표에서는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연단에 올라 회사의 향후 10년을 이끌 장기 비전 '엔지니어드 퓨처 2035'를 소개했다. 1988년 세이코 엡손에 입사해 북미·동남아시아·유럽 등에서 약 12년간 해외 사업을 경험하고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요시다 대표는, 올해로 창업 84년째를 맞은 엡손이 쌓아온 '성·소·정(省·小·精, 고효율·초소형·초정밀)'의 기술 철학을 계승하는 동시에 정밀 기술의 적용 범위를 산업 영역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요시다 대표는 "엡손은 그동안 잉크젯 프린터와 프로젝터와 같은 완성품으로 잘 알려져 왔지만, 그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정밀 기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엔지니어드 퓨처 2035를 통해 ▲에너지·자원 효율화 ▲정밀 기술을 통한 기술 진화 지원 ▲생산성과 신뢰성으로 인력 부족 대응 ▲배움·업무·생활 지원 등 4개 영역에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 출처=IT동아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이사 / 출처=IT동아

구체적으로 엡손은 프린터·프로젝터 등 기존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로보틱스·산업용 잉크젯·마이크로디바이스·고성능 소재 등 산업용 도메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전체 매출에서 산업용 도메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33%에서 2035년까지 50%로, 이익 기여도는 45%에서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요시다 대표는 이러한 10년 비전을 3단계(페이즈)로 나눠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2026~2028년을 사업 기반과 수익 구조를 다지는 '변혁기'(페이즈 1)로, 2029~2031년을 성장 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시기(페이즈 2)로, 2032~2035년을 지속 성장이 가능한 사업 구조를 확립하는 시기(페이즈 3)로 각각 설정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되는 페이즈 1(제1차 중기 경영계획) 기간에는 글로벌 운영·공급망을 재설계하고 고정비 구조와 자산 효율을 개선해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성장 영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엡손은 2028년까지 ROIC(투하자본이익률, Return On Invested Capital) 8% 이상, ROE(자기자본이익률) 10% 이상, ROS(매출이익률) 8% 이상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요시다 대표는 "매출 규모를 좇기보다 투하자본 대비 얼마나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경영의 축으로 삼아, ROIC 규율 아래 성장 투자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엡손이 소개한 2035년까지의 주요 비전 / 출처=IT동아
이날 엡손이 소개한 2035년까지의 주요 비전 / 출처=IT동아

이를 위해 엡손은 3년간 260억 엔 규모의 수익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정밀 이노베이션과 산업용 로보틱스 등 성장·전략 영역을 중심으로 3년간 총 2,80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업 구조 역시 ▲정밀 이노베이션 ▲산업·로보틱스 ▲사무·가정용 프린팅 ▲비주얼·라이프스타일 등 4개 세그먼트로 재편해, 정밀 이노베이션을 성장 엔진으로, 산업·로보틱스를 다음 본격 성장을 위한 투자 영역으로, 사무·가정용 프린팅을 안정적 수익 기반으로, 비주얼·라이프스타일을 구조 개혁을 통한 수익성 개선 대상으로 각각 자리매김했다.

참고로 세이코 엡손 그룹 전체의 FY25 매출은 약 1조 4,133억 엔(약 12조 5179억 원, 9월 18일 환율 기준)이며, 사업부문별로는 사무·가정용 프린팅이 49%(약 6조 1338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산업·로보틱스 21%(약 2조 6288억 원), 비주얼·라이프스타일 18%(약 2조 2532억 원), 정밀 이노베이션 12%(약 1조 5021억 원) 순이었다.

질의응답 "가장 중요한 사업은 잉크젯…로보틱스엔 피지컬 AI 결합할 것"

이어진 질의응답 세션에서는 국내 취재진의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왼쪽)와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오른쪽) / 출처=IT동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요시다 준키치 세이코 엡손 대표(왼쪽)와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 대표(오른쪽) / 출처=IT동아

―향후 엡손의 성장을 이끌 가장 중요한 사업 영역은.

요시다 준키치: MEMS(초소형 정밀기계,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기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프리시전 코어' 기반의 잉크젯 솔루션을 꼽고 싶다. 프린터뿐 아니라 상업·산업용 프린팅, 사무·가정용 영역 전반에 공통으로 활용되는 기술 요소이기 때문이다.

―프린터 회사를 넘어 '첨단 기술 기업'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요시다 준키치: 한국 시장에서는 산업 영역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성장을 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술 기반 기업이라는 인식을 넓혀갈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로보틱스·피지컬 AI 관련 구상은.

모로후시 준: 한국에서는 다양한 파트너를 통해 여러 응용 분야에 로봇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정밀 제어에 강점이 있는 스카라(SCARA) 로봇과 6축 로봇을 중심으로 제조업뿐 아니라 의료·식품 분야, 전자부품·반도체 기업으로도 판매를 넓히고 있다. 도입 전후 지원 체계를 현지에서 갖추고 있다는 점이 한국엡손 로보틱스 사업의 특징이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 기업과 어떤 협력을 논의했나. '엔지니어드 퓨처 2035' 이후 엡손이 더 이상 '프린터 회사'로만 불리지 않을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요시다 준키치: 한국의 다양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객이 이미 엡손의 제품과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과의 기술 협업도 진행 중인데, 잉크젯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고산테크'에 투자해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프린터 부문은 앞으로도 안정적 수익 기반으로 유지하되, 정밀 기술의 응용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산업 영역의 성장 속도를 높여 엡손 그룹 전체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 지난해 기준 엡손 잉크젯 프린터는 누적 판매 1억 대를 돌파했으며, 잉크젯 프린터 시장과 프로젝터 시장에서 각각 수량·금액 기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8년까지 ROIC 8% 목표를 제시했는데, 한국엡손 사업에는 어떻게 적용되나. 마이크로디바이스 사업을 확장하려는 이유와 한국 내 관심 고객사 현황은.

요시다 준키치: ROIC 8%는 첫 3년간의 목표로, 2035년까지 이를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동시에 투자 효율을 함께 높여야 포트폴리오가 지속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 고객이 많은 시장인 만큼, 엡손 기술로 이들의 과제를 해결하며 투자와 매출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 마이크로디바이스, 특히 타이밍 디바이스(Timing Device)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AI 연산 성능과 데이터양이 늘어날수록 고정밀 타이밍 제어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엡손은 수정(水晶) 원석을 직접 가공하는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고정밀·저전력·소형화라는 세 가지 특성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으며, 특히 고성능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장 점유율 수치는 공개 데이터가 아니어서 이 자리에서 밝히기는 어렵다.

―제조 현장에서는 AI를 접목한 자동화가 주목받고 있다. 엡손도 정밀 제어 기술에 AI를 접목해 로봇의 작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 있나. 산업용 부문 매출 비중 확대 계획에서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과, 한국 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 계획은.

요시다 준키치: 엡손 로보틱스 사업은 정밀하고 섬세한 가공에 강점을 지닌 포스 센서(Force Sensor) 기술을 활용한다. 숙련공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 심화하는 산업 현장에서 이런 정밀 가공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 이는 센싱 기술만이 아니라, 센싱을 입력값으로 하는 AI, 특히 피지컬 AI(Physical AI)와 결합해야 하는 영역이다. 도쿄대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로봇의 피지컬 AI 응용을 확대하고 있다.

모로후시 준: 한국엡손이 다루는 잉크젯 솔루션·마이크로디바이스·로보틱스·산업용 프린팅 4개 영역 모두 성장 잠재력이 크다. 잉크젯 솔루션은 향후 5~10년 내 프린터 외 다른 분야로 응용 범위를 넓힐 수 있고, 마이크로디바이스는 한국 내 수요 증가에 맞춰 지원 체계를 강화해 매출을 키워갈 것이다. 로보틱스는 포트폴리오 확대와 자동화 솔루션 제공을 통해, 산업용 프린팅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판로 지원을 통해 각각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본다. 특히 투자 확대에 있어서는 도입 전후 검증·지원·사후관리 역량을 뒷받침할 인력에 대한 투자를 사업 확대에 맞춰 늘려갈 계획이며, 고산테크와 같은 파트너 투자 기회도 세이코 엡손과 함께 계속 모색해 나갈 것이다.

―엡손은 일본에서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도 하고 있다. 외부 고객사 유치를 확대할 계획이 있나, 특히 한국 팹리스·소부장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은. 로보틱스 부문에서 글로벌 기업 및 한국 첨단 제조 기업과의 협력 계획은.

요시다 준키치: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 맞춤형 설계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을 급격히 확대하기보다는 개별 고객의 요구에 하나씩 대응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유지해 나갈 방침이며, 한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으나 구체적인 상담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

모로후시 준: 로보틱스의 경우 국내 대기업과 협력사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이 이미 엡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스카라 로봇, 6축 로봇, 포스 센서 등을 활용해 기존에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던 공정이나 작업량이 많은 공정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최근 호조를 보이는 국내 산업 현장에서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프린터·프로젝터 제조사로 알려진 한국엡손이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정밀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로보틱스와 산업용 잉크젯, 마이크로디바이스 등 산업 영역으로 사업 축을 넓히겠다는 방향을 국내 취재진에게 직접 밝힌 자리였다. 세이코 엡손이 제시한 '엔지니어드 퓨처 2035'가 3단계에 걸친 중장기 계획으로 구체화되고, 한국 시장을 반도체·이차전지·IT 등 첨단산업의 '공동창조(Co-creation) 파트너'로 규정한 만큼, 실제 투자와 사업 확대가 어떤 속도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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