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안면대교와 보령해저터널이 개통된 지 수년이 흘렀다. 과거 배를 타야만 닿을 수 있었던 원산도는 이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실상부한 서해안 해양 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발돋움했다.
연륙이 가져온 우상향 관광지표
예나 지금이나 원산도는 충청의 대표 섬이다. 면적, 인구, 자연환경 면에서도 단연코 압도적이다. 교통망의 확충은 섬이 가진 장점을 더욱 빛나게 한다. 특히 섬 내부를 관통하는 도로망 정비와 더불어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이제는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는 체류형 관광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섬은 대천항과 안면도를 거쳐 들어오는 차량으로 활기가 넘친다. 편리한 접근성과 고즈넉한 섬의 매력을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이 늘면서, 원산도의 관광 지표는 해마다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려 가고 있다.
원산도의 자연적 특징은 해안 경관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내로라하는 해수욕장도 3개나 된다. 게다가 모두 남쪽을 향해 열려 있다. 이 지형적 특성 덕분에 온종일 눈부신 햇살 아래 투명한 바다를, 그리고 해 질 무렵에는 한 켠으로 저무는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섬 고유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포구들도 건재하다. 어선들이 뿜어내는 생동감과 더불어 주민들의 인심도 그대로다. 좁은 해로 너머로 손에 닿을 듯한 이웃 섬의 아련함과 어촌의 소박한 정취까지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올해 정식 개장한 원산도자연휴양림은 여행의 패러다임을 업그레이드시켜 준 주인공이다. 보령해저터널 인근 28만 4,000m2 부지에 조성된 이곳은 울창한 숲과 바다를 품은 복합 휴양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탐방객은 아침에는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고, 한낮에는 인근 원산도해수욕장으로 걸어 나가 광활한 해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자연 친화적인 동선 설계에 현대적인 숙박시설, 그리고 낙조 전망대 등의 부대시설도 탁월하다. 이 모든 이유로 원산도자연휴양림은 예약 오픈과 동시에 586:1의 숙박 경쟁률을 기록하며 쉼과 치유를 선사하는 서해안 탑클래스의 에코 쉼터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연륙된 이후 원산도는 ‘오션뷰 카페 성지’로도 인기몰이 중이다. 그중 ‘바이더오(By the O), 플라르(Flar), 원산도커피’ 등은 MZ 사이에서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힙플레이스로 공유된다. 규모에서조차 남다른 이들 카페는 공히 월등한 바다 뷰를 자랑하며, 감각적 건축미학에 더해 섬의 풍경과 어우러진 이국적인 감성까지 갖추고 있다.
원산도 여행의 패러다임
타 섬 지역과 차별화되는 원산도의 여행법은 두 가지 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는 ‘안면도와 보령을 유기적으로 잇는 확장형 동선’이다. 여행자는 태안 방면에서 원산안면대교를 통해 섬으로 진입한 뒤, 원산도를 거쳐 보령해저터널을 타고 대천항으로 빠져나가는(혹은 그 반대의) 원스톱 광역 드라이브 코스를 완성하게 된다. 섬에 갇히는 구조가 아니라, 태안과 보령이라는 서해안의 양대 관광권을 하나의 여정으로 묶어내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 축은 숙박 인프라의 다채로움에 있다. 섬 전체가 거대한 휴양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전통적인 휴식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감각적인 펜션과 풀빌라가 많이 생겨났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객실과 프라이빗한 바비큐 파티를 곁들이는 스테이 코스는 가족 단위 여행객과 커플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여기에 차량으로 불과 10~20분 거리에 있는 안면도와 보령 리조트권의 편의성까지 더해져 숙박의 질적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동시에 원산도는 캠핑 인프라가 뛰어난 섬이다. 해변마다 차박과 오토캠핑 마니아들을 위한 캠핑장이 많이 조성돼 있다. 무작정 떠나는 야생의 캠핑이 아니라, 안정적인 편의시설을 만끽하면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다. 차량을 통해 장비를 싣고 들어와 해안가와 휴양림 인근에서 자연을 품어 내는 방식은 원산도만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캠핑 문법이기도 하다.
섬의 미래와 비전
원산도는 과거보다 현재, 더 나아가 미래가 기대되는 섬이다. 변화는 단발성 개발을 넘어 서해안권 전체의 관광 지형을 바꿀 만하다. 가장 핵심적인 프로젝트는 보령시 원산도와 인근 삽시도를 잇는 약 3.9km의 해상 관광 케이블카 사업이다. 완공되면 국내 최초로 섬과 섬 사이를 해상으로 연결하는 입체적 관광 체계가 구축되며, 이에 따라 방문객들의 수요는 한 차원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남도가 추진 중인 ‘서해안 해양 신산업 벨트’ 전략에서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마리나항만 조성과 전기차, 자전거, 공유형 이동수단 등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친환경 스마트 모빌리티 인프라가 결합해 사계절 해양 레저와 첨단산업이 공존하는 관광 허브로 거듭날 예정이다.
2027년 개최되는 제1회 섬 비엔날레 역시 기대된다. ‘움직이는 섬: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란 주제로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질 이 국제 행사는 생태와 현대 미술을 결합해 섬의 문화적 가치를 끌어내고자 하는 또 하나의 시도다. 난개발을 경계하고 생태적 보존을 전제로 추진되는 이 모든 변화 속에서, 원산도가 웰빙형 휴양 섬의 모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OTHER SPOTS
원산도해수욕장
섬을 대표하는 휴양 명소다. 울창한 송림과 광활한 백사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최근에는 앞섬, 소록도에 269m 길이의 해상 보행교 ‘선셋전망대’가 조성됐다.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느낌으로 해변 전체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으며, 이름 그대로 해 질 무렵 낙조를 관람하기에도 그만이다. 야영장은 시야가 트인 데다 사이트별로 주차까지 가능해 가족 단위의 오토캠핑에 제격이다.
오봉산해수욕장
섬의 가장 서쪽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뒤편에 오봉산을 비롯해 안산과 증봉산으로 둘러싸여 매우 아늑하다. 연륙되기 전부터 관광 인프라가 가장 뛰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주변에 대형 펜션을 비롯해 민박과 상가촌이 있어 하루를 머물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백사장이 상가 앞까지 이어질 정도로 모래가 풍부하고 풍광이 뛰어나다.
바이더오(By the O)
원산도 3대 카페 중 하나로 초전항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시원하게 트인 통창 너머로 서해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며, 공간 어디서나 수평선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카페의 아이콘은 단연 4층 루프톱에 설치된 원형 ‘천국의 그네’ 포토존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인생숏을 남길 수 있다.
선촌항
원산도 어민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일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정겨운 포구다. 여전히 여객선이 들고 나며 원산안면대교를 배경으로 색색의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 특유의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이웃 섬 효자도와의 거리는 300m에 불과해 일상이 공유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낚시꾼들에게는 여전히 명소로 꼽히며, 식당에 24시간 편의점까지 자리하고 있어 차박 성지로도 알려져 있다.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