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중국을 경쟁상대를 넘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칭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에는 전기차가 있다. 그리고 그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지금 초 고속충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신에너지차 수요 폭발에 힘입어 가파른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중국 내 총 충전 시설은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한 2,368만 3,000개였다. 이 중 공공 충전 시설은 21.3% 늘어난 509만 9,000개, 민간 충전 시설은 48.8% 급증한 1,858만 대에 달했다. 중국자동차제조자협회(CAAM)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신에너지차 생산과 판매는 각각 157만 대, 156만 대를 기록했다. 전체 신차 판매 중 신에너지차 비중은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중국 정부는 인프라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2027년까지 공공 충전 용량 3억 kW 이상, 총 2,800만 개 충전소 구축을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전체 보유 차량 중 NEV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그와 궤를 같이 해 중국 시장의 화두는 더 이상 주행거리가 아닌 내연기관 주유 속도에 맞먹는 초 고속 충전이다. 배터리 기술과 초 고출력 충전기, 그리고 AI 제어와 열관리가 결합하며 기술 경쟁이 메가와트(MW) 단위로 격화되고 있다.
중국 완성차회사와 배터리 업체들은 충전 배율과와 충전기 출력(kW) 경쟁에서 글로벌 시장을 압도적인 격차로 앞서 나가고 있다. 12분에서 15분에 소요되는 기존 4C~5C 수준을 넘어섰다. 더 나아가 CATL의 셴싱 V3, BYD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지리의 골든 배터리 등 10C~12C 급 배터리가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12C 기술 기준 배터리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 데 불과 4분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초고속 충전 배터리 기술을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CATL이다. 2023년 8월 10분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4C 초고속 충전 LFP 배터리 셴싱을 전격 상용화하며 글로벌 초고속 충전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CATL은 지난 7월 물류용 경상용차 전용 텍트랜스 II 초 고속 충전 배터리를 출시하며 8C 충전 시대를 열었다. 20%에서 80%까지 6분 48초, 완충까지 8분 56초가 소요된다. 셀 내부 저항을 업계 평균의 50%로 낮추고 음극재 원자 구조를 재구성해 10년 또는 100만km의 보증 기간을 제공한다. 영하 20도에서도 자가 가열 펄스 기술로 충전 시간을 2분 30초만 지연시키는 한편, 2026년 말까지 주요 도시 190곳에 4,000개의 승용•상용 통합 초 급속 에너지 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BYD는 상용차 전유물이던 메가와트(MW)급 충전 기술을 승용차에 도입하며 충전 속도를 주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1,000V 전압과 1,000A 이상 전류를 활용하는 플래시 차지 기술을 구축하고 실리콘 카바이드(SiC) 기반 슈퍼 e-플랫폼을 결합했다.
핵심 동력인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2.0은 액체 냉각식 CCS 케이블과 열 관리 시스템을 통해 영하 30도 혹한에서도 충전 지연을 3분 내로 최소화하며 기존 보증기간 8년/25만km를 유지한다. 충전소마다 185kWh급 버퍼 배터리 2개를 탑재해 전력망 부담 없이 시간당 5대를 연속 충전하는 완충 전략도 적용했다.
완성차 브랜드 자체 개발 기준으로는 지리자동차가 가장 빨랐다. 지리자동차의 지커 브랜드는 2023년 12월 15분 충전에 500km 주행이 가능한 800V 기반 LFP 골든 배터리를 공개하고 차량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지리자동차그룹은 올 해 5세대 스마트 충전소와 AI 기반 초고속 충전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 충전소는 단일 커넥터 기준 최대 2,250kW 출력을 지원해 기존 BYD의 1,500kW급 시스템을 뛰어넘었다.
최대 12C 충전을 지원하는 신둔 골든 배터리를 탑재한 링크앤코 10과 지커 001은 테스트에서 10%에서 70%까지 4분 30초, 97%까지 8분 40초 만에 충전을 마쳤다. 지리는 발열 제어를 위해 AI 모델 싱루이 파워마인드와 5점 액체 냉각 시스템을 적용해 30초 후 온도를 예측 제어하며, 리튬 이온 펄스 재생 공정으로 수명을 20% 늘렸다. 발열을 10% 줄인 6C 지원 울트라 쇼트 블레이드 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동펑자동차도 1,500kW급 충전기를 공개하며 향후 2,400kW까지 확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했다.
니오, 샤오펑, 리오토, 샤오미 등 전기차 스타트업들도800V~900V급 독자 고전압 플랫폼과 5C 이상 고배율 배터리를 내세워 초고속 충전 기술 상용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샤오펑은 800V SiC 플랫폼과 최대 800kW 출력을 지원하는 S5 초고속 충전소를 연동해 5분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확보하는 자체 생태계를 확충 중이다. 니오는 최대 925V의 900V 전압 아키텍처 기반 플래그십 ET9에 600kW 급속 충전을 적용해 5분 만에 255km 주행거리를 충전하는 동시에, 2~3분 내 완충되는 배터리 스왑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리오토는 CATL과 공동 개발한 5C 키린 배터리를 리 메가에 탑재해 520kW급 출력으로 12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스펙을 구현했다. 샤오미 역시 초고성능 모델 SU7 울트라에 5.2C 충전 레이트를 지원하는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10%에서 80%까지 1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이들 스타트업들은 전용 플랫폼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며 시장 입지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분 단위 충전 속도 경쟁을 주도하는 가운데, 한국, 미국, 유럽의 비중국계 완성차 및 인프라 업체들은 800V~900V급 고전압 차체 아키텍처와 350kW~500kW급 초고속 충전망 구축을 통해 안정적인 고출력 충전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용 플랫폼 E-GMP를 통해 800V 고전압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상용화하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18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아이오닉 5, EV6 등 양산 라인업 전반에 보급했다. 차세대 플랫폼 eM을 기반으로 최대 출력을 끌어올리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BMW는 노이어 클라쎄를 필두로 초고속 충전 및 전동화 기술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400V 고전압 시스템 중심에서 탈피해 8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도입하며 충전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 BMW의 6세대 eDrive 기술이 집약된 노이어 클라쎄 플랫폼은 기존 5세대 대비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를 각각 30% 끌어올렸다. 800V 고전압 시스템과 350kW급 이상 초고속 충전기를 결합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0분 만에 충전할 수 있으며 10분 충전으로 약 300km(WLTP 기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한다. 핵심 비결은 원통형 배터리 셀(4680/46120 규격) 도입과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제어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폭스바겐 그룹 역시 고전압 시스템을 적극 활용 중이다. 포르쉐는 신형 타이칸을 통해 800V 아키텍처 기반 최대 320kW의 충전 출력을 지원하며 10%에서 80%까지 약 18분 만에 충전 가능한 기술을 갖췄다. 또한 유럽 완성차 연합 인프라 이오니티를 중심으로 350kW급 이상의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유럽 전역으로 확충하고 있다.
테슬라는 기존 400V 기반 시스템에서 전용 상용차 및 사이버트럭 등을 시작으로 800V 아키텍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 500kW급 출력을 지원하고 400V~1,000V 아키텍처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V4 슈퍼차저 시스템을 본격 도입 중이다. 프리미엄 EV 기업인 루시드 모터스 역시 900V급 초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해 최대 300kW 이상의 출력을 흡수하며 20분 충전에 약 480km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주행거리는 증가한다. 그만큼 중량 부담이 있다. 그 역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선두에 있다. 하지만 상용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충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높은 전력을 발생하는 것을 넘어, 열 발생, 케이블 무게, 전력망 과부하, 배터리 열화 등 초고속 충전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고도화된 시스템 기술이 동시에 발전하고 있다.
충전 기술이 발전해도 충전기가 따라주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의 충전기는 54만대 수준이다. 그중 완속 충전기 비율이 89%다. 중국은 350kW급 이상의 고출력 초급속 충전 커넥터가 전국적으로 18만 대 이상, 공공 충전기 1대당 평균 정격 출력 역시 49kW 수준이다. 아직은 자동차회사나 배터리회사들의 충전 속도에 미치지는 못한다.
중국은 ESS(에너지 저장장치)와 결합해 차량 연결 시 1,500~2,250kW의 초대형 전력을 순간 방출하는 구조를 적용해 전력망 셧 다운을 방지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1,000A 이상의 대 전류 흐름으로 인한 발열을 막기 위해 전구간 액체 냉각 케이블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케이블 두께를 줄이고 커넥터 무게를 2kg 미만으로 가볍게 만들어 실사용 편의성을 확보한다.
지리의 싱루이 파워마인드 등은 AI 모델을 통해 충전 시 배터리 온도를 30초 전에 예측하고, 충전 중 온도를 55~65°C 이하로 제어한다. 초고속 충전의 치명적 약점인 음극 리튬 침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 펄스 재생 공정 등을 도입하여 배터리 수명을 기존 대비 최대 20% 연장시킨 것도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은 초고속 충전 기술과 함께 3분 이내에 배터리 전체를 교체하는 배터리 스와핑을 핵심 전동화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해당 시장은 승용과 상용 영역으로 이원화되어 고도화되고 있다. 승용 부문에서는 니오가 전역에 4,000개 이상의 교환소를 구축하고 누적 교체 1억 2,000만 회를 돌파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니오는 최신 5세대 교환소를 통해 90초 내외의 자동 교환을 구현하고 배터리 구독 서비스(BaaS)를 정착시켰다. 지리, 체리, 장안 등과 호환 동맹을 맺고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CATL 역시 규격화된 초코-SEB 블록 시스템 기반 교환소를 2,000개 이상 확보하고, 시노펙 등과 협력해 기존 주유소를 교환소로 개조하고 있다.
배터리 스와핑은 주행거리가 길고 대기 시간이 매출과 직결되는 상용 트럭, 택시, 공유차량 등 플릿 시장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채택률을 보이고 있으며, 신규 중대형 전동 트럭의 과반수가 이 방식을 채택했다. 중국 당국은 브랜드 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팩과 인터페이스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고속 충전이 5분 내 진입하며 개인용 승용차 중심으로 비중을 늘리는 반면, 운행률이 최우선인 상용 및 물류 영역에서는 1.5~3분 만에 완충이 가능한 배터리 교체 방식이 확고한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CATL의 쩡위췬 회장이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과열된 출혈 경쟁과 속도전이 초래할 불량 및 안전성 저하 위험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하루 평균 3대꼴로 신차가 쏟아지는 중국 시장의 기형적인 개발 주기 단축으로 검증이 부족해지면서, 특정 생산 로트 단위의 치명적 결함인 배치 단위 불량이 발생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백 개 셀로 구성된 배터리 시스템 특성상 단 하나의 결함도 전체의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저가 경쟁을 위해 안전 기준을 타협하는 행위는 중국 신에너지차 생태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전고체 배터리에 대해서도 내구성과 안전성 측면의 기술적 한계를 경계하며 과도한 환상보다는 리튬이온 기술의 안전성과 정밀도를 극대화하는 실용적 접근을 주문했다. 이는 중국 배터리 산업이 외형적 팽창과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안전, 신뢰성, 수명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는 핵심 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기차 생태계 중 배터리 충전 부문도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기술 주도권이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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