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박귀임 기자] 헬스케어 산업의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외 기업과 서비스를 엄선해 소개합니다. 헬스케어픽은 신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부터 사업 확장에 나선 대기업, 그리고 주목할 만한 서비스까지 국경을 가리지 않고 헬스케어 업계의 소식을 전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 서밋 테라퓨틱스에 20억 달러 투자
영국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PD-1/VEGF 이중항체 '이보네시맙(ivonescimab)'의 중국 외 지역 개발·상업화 권리를 가진 서밋 테라퓨틱스(Summit Therapeutics)에 20억 달러를 투자합니다. 이보네시맙을 자사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과 병용하는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입니다. ADC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붙여 암세포에 전달하는 치료제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9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자사 공식 사이트를 통해 서밋 테라퓨틱스가 새로 발행하는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약 10만 9천 주를 사들이며, 보통주로는 1대 1000 비율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거래가 끝나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서밋 테라퓨틱스 보통주의 약 12.0%(전환 가능 증권을 모두 포함한 완전 희석 기준 약 10.6%)에 해당하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거래 종결은 일주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보통주 전환에는 통상적인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계약은 지분 투자에 임상 협력을 결합하고, 각사가 자기 약물의 권리를 그대로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이 아니라 두 약물의 병용 가능성을 함께 검증하는 데 무게를 둔 설계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번 발표문에는 해당 구조를 택한 이유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양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CLDN18.2(클라우딘18.2) 표적 ADC '소네시타툭 베도틴(Sone-Ve)'과 이보네시맙을 병용하는 위장관(GI)암 임상을 곧 시작할 계획입니다. 각사는 자사 의약품을 병용 임상에 제공하고 임상 비용을 공동 부담합니다. 이와 별도로 이보네시맙과 아스트라제네카의 다른 ADC 등을 결합하는 글로벌 개발 프로그램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습니다. 구체적인 대상 약물과 적응증은 이번 발표문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본계약이 체결되면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2차 이상 치료를 받는 CLDN18.2 양성 진행성 위암 환자 대상 'CLARITY-Gastric01' 임상에서 Sone-Ve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OS)이 연구자 선택 치료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사는 이를 임상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개선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위험비나 생존기간 등 구체적인 수치와 안전성 정보는 이번 발표문에 나와 있지 않으며, 상세 결과는 2026년 유럽종양학회(ESMO) 학술대회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보네시맙은 PD-1 차단(면역항암 효과)과 VEGF 차단(혈관신생 억제)을 하나의 분자에 결합한 이중항체로, 아케소(Akeso)가 만들었습니다. 서밋 테라퓨틱스는 중국 등을 제외한 주요 지역의 개발·상업화 독점 권리를 갖고 있고, 아케소는 중국 등의 권리를 유지합니다. 중국에서는 일부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으로 승인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생물의약품 허가 신청(BLA)이 심사 중입니다.
수전 갤브레이스(Susan Galbraith) 아스트라제네카 항암·혈액 R&D 총괄 부사장은 ADC 포트폴리오를 여러 암종에 걸친 치료의 근간으로 넓히고 차세대 면역항암제와 병용하는 것이 항암 전략의 핵심 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마키 자네인(Maky Zanganeh) 서밋 테라퓨틱스 사장 겸 공동 CEO는 이보네시맙의 차별화된 접근법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늘고 있다며 ADC 등과 병용하는 임상 시작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계약은 아스트라제네카가 ADC를 근간으로 삼고 면역항암제를 결합하는 조합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Sone-Ve의 상세 데이터와 병용 임상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테나헬스, 아테나원에 AI 기능 추가···알파·베타 단계
미국 전자의무기록(EHR) 기업 아테나헬스(athenahealth)가 자사 EHR 플랫폼 아테나원(athenaOne)에 가치기반 진료(VBC) 지원용 신규 AI 기능을 추가한다고 9월 24일 발표했습니다. 위험조정·품질지표·환자 아웃리치 등 VBC의 성과 평가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영역에 AI를 내장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부분 알파·베타 단계이지만 EHR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채드 도드(Chad Dodd) 아테나헬스 제품관리 부사장은 이번 발표를 통해 아테나원의 대규모 연결 데이터망과 AI를 결합해 의료기관이 VBC 체제에서 성공하도록 돕는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또 아테나헬스는 위험조정 강화, 품질 성과 개선, 공유절감 기회 확대, 불필요한 비용 절감을 기대 효과로 내세웠습니다.
아테나헬스 측에 따르면 신규 기능들이 이미 수천 명의 의료 제공자와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 기능들은 아테나원 워크플로에 직접 내장되지만 단계별 완성도에는 편차가 있습니다. 베타 단계인 '클리니컬리 인퍼드 다이애그노시스 갭스(Clinically Inferred Diagnosis Gaps)'는 AI가 환자 차트를 분석해 진단 후보를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기능입니다. 진단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이 진료 현장에서 확인하고 문서화할지 판단하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아테나헬스 측은 다른 출처에서 식별된 의심 진단 격차와 비교해 종결률이 2배 높고 기각률은 3.5배 낮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산출 방식과 표본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알파 단계인 '엔터프라이즈 케어 매니지먼트(Enterprise Care Management)'는 AI가 맞춤형 케어플랜 목표를 자동 제안하고 입원 이벤트를 AI로 요약해 후속조치를 돕습니다. 베타 단계인 '데이터 익스플로러(Data Explorer)'는 인구집단 단위 리포팅 기능으로 품질지표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케어 갭을 파악하며 환자군을 계층화하는 데 활용됩니다. AI가 지표 충족 및 미충족 사유도 설명해 줍니다. 현재 알파 단계로 제공 중인 '세이지 포 애널리틱스(Sage for Analytics)'는 AI 어시스턴트 세이지(Sage)를 통해 자연어로 인구집단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기능입니다. 다만 아직 알파 진입 전인 '에이전틱 케어 갭 아웃리치(Agentic Care Gap Outreach)'는 에이전틱 AI로 아웃리치가 필요한 환자를 가려내고 맞춤형 연락 초안을 생성하되, 발송 전에는 고객의 검토와 승인을 거치도록 설계됐습니다.
임상현장 사례로 제시된 스콧 데이비스(Scott Davis) 홀저 헬스시스템(Holzer Health System) 최고의료정보책임자는 바쁜 의료진이 모든 진단을 확인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는데, 이 기능이 위험조정 진단군(HCC) 진단을 평소 워크플로 안에서 방해 없이 보여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기존 EHR 강자가 자사 플랫폼 안에 AI를 내장해 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채드 도드 부사장이 "우리 네트워크는 의료 분야에서 가장 풍부한 데이터셋 중 하나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줍니다"라고 강조한 것이 이 전략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평가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새 기능 중 정식 출시된 것은 없고 베타 2개와 알파 2개, 그리고 알파 진입 예정 1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에이전틱 케어 갭 아웃리치의 경우 아직 알파 단계에도 진입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대부분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성과는 정식 출시 이후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데이터메즈AI·톨로헬스, GLP-1 사용자 위한 통합 헬스 앱 출시
미국 헬스케어 IT 기업 데이터메즈AI(DataMeds AI)와 영양제품 기업 톨로헬스(Tollo Health)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통합 헬스 앱 '헬스 리브스 히어(Health Lives Here)'를 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양사는 9월 28일 앱 출시 소식을 알리며 원격진료와 약국, 웨어러블 데이터, 행동 코칭을 한 화면에 묶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헬스 리브스 히어는 임상적으로 적절한 경우 면허를 가진 의사와의 비동기·동기 상담을 통해 GLP-1 치료제의 처방 적합성 평가부터 처방 및 사후 관리까지 지원합니다. 처방받은 약은 데이터메즈AI 자회사 코렉사 헬스(Corexa Health)의 약국에서 현금 결제로 구매해 집으로 배송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약국의 처방을 옮겨 오거나, 원하는 동네 약국으로 처방을 보내는 것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체중 감량 치료에 수반되는 근손실 식이 관리용으로 표시된 톨로헬스의 의료용 식품 '포르제트(Forzet)' 등 영양제품 구매 기능이 더해졌습니다. 이들 제품은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습니다.
건강 데이터 관리 기능도 갖췄습니다. 주요 웨어러블 기기의 활동량과 수면 데이터를 연동해 보여 주고 AI 건강 코치와 챗봇, 수면·움직임·기분 기록으로 습관 형성을 돕습니다. 회사 측은 챗봇이 위기 상황을 나타내는 표현을 감지하면 미국 자살·위기 상담 전화와 응급 자원으로 안내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오프라인 거점 전략입니다. 양사는 코렉사의 독립약국 네트워크 6500여 곳 가운데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골라 전국 단위 '헬스 리브스 히어' 약국망 구축에 나섰습니다. 첫 참여 약국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콩코드의 무스 약국(Moose Pharmacy of Concord)입니다. 약국 상담을 통해 환자가 처방약과 일반의약품 복용을 관리하도록 돕겠다는 구상입니다. 원격진료 중심의 앱이 동네 약국이라는 접점까지 넓히려는 모양새입니다.
제럴드 코미시옹 데이터메즈AI 임시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환자에게 원격진료와 동네 약사, 자신의 건강 데이터로 통하는 하나의 창구를 제공합니다"라며 "농촌과 소외 지역을 포함해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는 메신저를 확보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케팅은 미 프로풋볼(NFL) 알럼나이 협회의 건강 부문인 NFL 알럼나이 헬스와의 제휴로 진행됩니다. 이는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인지도와 신뢰를 함께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향후 계획은 더 눈여겨볼 만합니다. 회사는 앱에서 가정 또는 약국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 검사를 법이 허용하는 지역에서 곧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인수를 추진해 온 진단업체 헬로믹스(Helomics)의 검사 메뉴를 넓힐 계획입니다. 대상 환자군도 올해 4분기 롱코비드 환자, 이후 암 환자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2027년에는 진료기록, 검사 결과, 웨어러블 데이터, 영양·정신건강 이력을 하나로 모은 '디지털 트윈'과 의료 제공자 네트워크를 선보이고, 궁극적으로는 이용자가 독자 블록체인에서 데이터 접근 권한을 직접 통제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회사는 GLP-1 중심의 원격진료·약국 서비스와 웨어러블 연동, 코칭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애플 앱스토어 설명에는 GLP-1 처방이나 약국 결제 기능이 언급돼 있지 않고, 계정 생성에는 참여 기관의 초대가 필요하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과 블록체인, 진단 검사, 제공자 네트워크는 모두 예정 단계입니다. 또 코미시옹 CEO는 데이터메즈AI 임시 공동 CEO와 톨로헬스 CEO를 겸하고 있으며, 코렉사는 톨로헬스 제품을 도매 유통합니다.
GLP-1 수요가 커지면서 이런 통합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출시는 대형 플랫폼뿐 아니라 소규모 상장사도 같은 모델에 뛰어들고 있는 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규제와 보안 요건 속에서 디지털 트윈, 검사, 제공자 네트워크 등 예고한 기능이 실제로 구현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IT동아 박귀임 기자(luckyim@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