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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 경계 허무는 로봇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쿳션’ [IT동아 X SBA 공동기획]

2026.10.01. 1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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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X SBA 공동기획] SBA 미래혁신본부는 CES, 비바텍(VivaTech) 등 글로벌 전시 플랫폼과 연계해 서울 유망 스타트업의 우수한 전시성과 창출과 후속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IT동아는 SBA와 함께 세계 무대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은 유망 스타트업들을 소개합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스마트폰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기기 성능만이 아니다. 사용자는 앱스토어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금융, 쇼핑, 게임, 업무 등 다양한 기능을 이용한다. 로봇도 이런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로봇 애플리케이션 개발기업 쿳션(CUTSHION)은 이 질문에서 사업 기회를 찾았다. 특정 작업만 수행하는 기계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로봇도 같은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동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한다. 핵심 기술은 로봇 미들웨어 플랫폼 ‘피오노이드(Pionoid)’다. 피오노이드는 개발자가 로봇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피오노이드 팩토리’와 이를 배포하는 ‘피오노이드 스토어’로 나뉜다. 이민석 쿳션 대표에게 자세한 솔루션 소개를 들었다.

이민석 쿳션 대표 / 출처=IT동아
이민석 쿳션 대표 / 출처=IT동아

‘소프트웨어 파편화’ 해소 위해 창업

이민석 쿳션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친 뒤 IT와 로봇 분야에서 약 25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로봇기업 퓨처로봇에서는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쿳션은 그의 세 번째 창업이다. 이전에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키오스크 사업에도 도전했다.

로봇 사업은 갑작스러운 선택이 아니었다. 과거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할 당시, 로봇에 필요한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받으면서 로봇 산업과 인연을 맺었고, 이후 퓨처로봇에 합류해 업계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문제가 ‘호환성’이었다.

이민석 대표는 “로봇 제조사는 저마다 다른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제어 방식을 사용한다. A사 로봇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을 B사 로봇에서 그대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같은 기능을 구현하려 해도 제조사별 API에 맞춰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 한다. 좋은 로봇 하드웨어가 늘어나도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제조사별로 분절되는 구조를 지녀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산업의 변화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며 “휴대전화에 컴퓨팅 기능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결합하면서 스마트폰이 됐듯, 로봇 역시 정해진 동작만 수행하는 전용 기계에서 소프트웨어를 바꿔 다양한 일을 수행하는 범용 기계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창업했다. 과거에는 제조업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전용 로봇이 주류였지만, 앞으로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범용 로봇이 늘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제조사가 달라져도 같은 앱을…피오노이드가 노리는 시장

현장에서는 이미 분절된 소프트웨어로 인한 제조사 종속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민석 대표는 드로잉 로봇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한 업체가 대기업의 드로잉 로봇을 도입하고 외부 개발사에 소프트웨어를 맡겨 사용했는데, 그 개발사가 폐업하면서 기능 수정과 유지보수가 막힌 사례가 있었다”며 “쿳션이 해당 로봇의 구조를 다시 분석하고 소프트웨어를 새로 개발해 기능을 복구했다. 다른 제조사의 로봇으로 드로잉 솔루션을 개발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민석 대표가 각 제조사마다 다른 API와 제어 방식을 하위 계층에서 연결하고, 그 위에 공통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피오노이드’ 개발에 나선 이유도 앞 사례와 같은 분절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다만 쿳션은 플랫폼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먼저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고, 그 과정에서 확인한 기능과 데이터를 피오노이드에 반영하고 있다.

이민석 대표는 “예컨대 바리스타 로봇을 개발하면, 어떤 API가 필요한지 실제 현장에서 알 수 있다. 쿳션 개발자가 외근이 잦은 이유”라며 “현장에서 체득한 데이터와 경험을 다시 플랫폼에 넣는 방식으로 피오노이드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쿳션은 2027년 피오노이드 베타 공개, 2028년 정식 개방을 목표로 삼았다.

피오노이드 공개 전 다양한 현장서 로봇과 앱 검증

쿳션은 피오노이드를 외부에 공개하기 전, 직접 다양한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현장 데이터를 쌓고 있다. 대표 사례 중 하나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드로잉 로봇이다.

쿳션이 교육현장에 공급한 드로잉 로봇 / 출처=쿳션
쿳션이 교육현장에 공급한 드로잉 로봇 / 출처=쿳션

이 로봇은 사용자의 사진을 AI로 분석해 흑백 선화 형태의 데이터로 바꾼 뒤, 로봇팔이 이를 도화지에 직접 그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단순한 전시용 장비가 아니라 대학교나 교육청 등 전국의 교육현장에서 AI 체험·교육 콘텐츠로 활용되고 있다. 쿳션에 따르면, 경남교육청과 충남·충북·전남교육청 산하 교육센터와 AI 체험시설 등에 드로잉 로봇을 공급한다.

쿳션은 로봇팔 자체는 외부 제품을 활용하되, 그 위에서 동작하는 애플리케이션과 필요한 그리퍼 등을 조합해 서비스를 구현한다.

쿳션이 F&B 로봇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식음료 매장은 범용 로봇 기술을 검증하기 좋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쿳션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 로봇 ‘곰쿡’을 비롯해 드로잉·아이스크림·라떼아트·티·프라잉·생맥주 로봇 등을 개발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용접과 팔레타이징 로봇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바리스타 로봇 곰쿡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민석 쿳션 대표 / 출처=IT동아
바리스타 로봇 곰쿡의 원리를 설명하는 이민석 쿳션 대표 / 출처=IT동아

대표 제품 곰쿡은 캡슐이나 전자동 커피머신을 사용하는 일부 로봇과 달리 원두를 실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다. 사람이 만드는 커피와 유사한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맛의 품질과 균일성을 함께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제 사업화도 진행되고 있다. 쿳션은 4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와 PoC를 진행한 뒤 마스터 공급계약으로 연결했다. 미국에서는 F&B 기업 소노빅터스와 최대 200대 규모의 바리스타 로봇 구매 협약을 체결했다.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사와도 협력해 바리스타 로봇 스테이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회사가 강조하는 것은 로봇을 만드는 것보다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제품’을 만드는 일이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와 안전성, 설치 환경, 유지보수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현장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쿳션은 이 데이터를 다시 소프트웨어에 반영하면서 로봇을 개선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로 바리스타 로봇을 실시간 관리하는 모습 / 출처=쿳션
디지털 트윈 기술로 바리스타 로봇을 실시간 관리하는 모습 / 출처=쿳션

SBA 지원으로 파리 무대에…글로벌 파트너 접점 확대

쿳션은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의 지원도 활용했다.

일례로 쿳션은 202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VIVATECH에 SBA 서울통합관으로 참가, 바리스타 로봇을 선보였다. 전시 현장에서 여러 국가의 기업과 투자자를 만나 제품과 사업모델을 소개했으며, ‘Tech for Change Award’도 수상했다.

이민석 대표는 전시회 참가 자체보다 현지 기업과의 연결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초기 로봇기업이 해외 대형 전시회에 단독 참가하려면 부스와 운송, 체류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SBA가 전시 운영을 지원해 준 덕분에 제품을 어떻게 보여줄지, 어떤 파트너와 만날지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해외 전시는 참가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좋은 연결을 만들고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지에서 만난 여러 해외 파트너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쿳션은 이후에도 IFA Berlin 2024와 CES 2026, VIVATECH 2026, 미국 시카고 NRA Show 등으로 해외 접점을 지속해서 넓혔다. 지난해 씨앤티테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TIPS 글로벌 트랙 지원기업에 선정됐으며, 올해 5월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현지 법인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목표는 ‘로봇판 앱스토어’

쿳션의 다음 과제는 이미 확보한 PoC와 협약을 반복 가능한 매출로 바꾸는 것이다.

미국 거래처와 체결한 200대 규모 바리스타 로봇 공급을 현실화하려면, 제품을 몇 대 만드는 수준을 넘어 일정한 품질로 제품을 양산해야 한다. 현지 인증과 설치, 유지보수 체계도 갖춰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유통·SI 업체뿐만 아니라 설치와 A/S를 담당할 현지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이유다.

장기적인 목표는 하드웨어 판매 자체가 아니다. 쿳션은 바리스타와 산업용 로봇을 직접 공급하며 확보한 기술과 현장 데이터를 피오노이드에 축적하고, 이곳에서 개발자가 다양한 로봇용 앱을 만들어 유통하는 생태계 구축을 꿈꾼다. 스마트폰 앱스토어처럼 개발자가 플랫폼 이용료를 내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며, 사용자가 필요한 로봇 앱을 구매하는 구조다.

쿳션은 2028년 피오노이드 정식 개방 이후 플랫폼 사업을 본격적으로 수익화한 후 2030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민석 쿳션 대표 / 출처=IT동아
이민석 쿳션 대표 / 출처=IT동아

이민석 대표는 “쿳션은 결국 로봇 앱 생태계를 만드는 회사”라며 “현장에서 축적한 실제 적용 경험을 토대로 피오노이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피오노이드를 통해 누구나 쉽게 로봇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제조사가 다른 로봇에서도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쿳션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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