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V90는 브랜드의 새로운 미래를 연다. 그 주제는 ‘네오 럭셔리’, 즉 제네시스 브랜드가 제시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도 이어지는 새로운 럭셔리 모빌리티의 정의다.
이번 GV90을 통한 럭셔리 시장에의 도전은 현대차그룹이 21세기 들어 세 번째의 커다란 도전이다. 첫번째는 현대차그룹이 세계 3위권으로 도약하는 등 21세기 들어 크게 성장한 유일한 메인스트림 자동차 제작사라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역시 21세기에 태어나서 유일하게 성공한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GV90이 세 번째 도전이라는 것이다. 즉, 메인스트림 – 프리미엄 시장에 이어 이번에는 최상위 럭셔리 시장에 도전하는 것. 슈퍼카나 완전 수제작 시장을 제외하고는 자동차 시장의 도장깨기를 완성하려는 듯 거침없는 도전이다.
이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21세기에 다양한 성과를 거두었다. 800V 아키텍처 대중화를 이끈 E-GMP 플랫폼과 순수 전기차, N 브랜드로 상징되는 고성능차 부문의 약진과 WRC 등 모터스포츠에서의 강세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순수전기차 시장과 N 브랜드를 통한 고성능차 시장 등에서도 21세기에 가장 약진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이제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 시점인데 그 주체가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 마그마 브랜드와 WEC 도전, 그리고 또 하나가 GV90의 럭셔리 시장 도전이다.
하지만 럭셔리 시장에의 도전은 지금까지의 것들과는 사뭇 다르다. 기술의 발전과 높은 품질만으로는 안 되는 시장이 럭셔리 시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프리미엄 시장과도 다르다. 프리미엄 시장은 기본적으로 제품의 수준으로 결정된다. 메인스트림을 능가하는 품질과 성능,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와 개성, 그리고 요즘과 같은 시대의 전환기에는 혁신의 정도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럭셔리 시장의 핵심은 ‘고객’이다, 즉 고객에게 어떻게 특별한 만족감을 제공하는가가 핵심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만족감의 핵심은 ‘소유하는 것’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이 남들이 못 갖는 것을 갖는다는 희소성, 나만의 것이라는 개인화, 역사를 소유한다는 브랜드 헤리티지 등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만족감을 만끽할 수 있는 감성적 요소가 깔린다. 감성적 요소의 구체적 표현 형태는 럭셔리 리무진나 슈퍼카 등 장르에 따라 달리지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기술적 완성도? 그것은 거론할 필요 조차도 없다. 완성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첫 눈의 현혹은 가능하지만 지속적 만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팬시할 수는 있어도 럭셔리할 수는 없다는 뜻.
그렇다면 제네시스는 GV90에 이와 같은 럭셔리 시장의 요소들을 잘 담아냈을까? 이것이 이 칼럼의 핵심이다. 그리고 제품에 담아내려면 그에 앞서 이해하지 못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잘 해 봐야 흉내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제네시스 GV90에게서 받은 첫 인상은 ‘럭셔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은 럭셔리의 관점에서 GV90의 인상적인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eMP 플랫폼과 구동계, 커넥티드 기술 등 바탕에 깔린 기술은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겠다. 그것들이 럭셔리 고객들이 GV90에게서 어떤 점을 느낄까에 더 집중할 것이다.
첫번째는 ‘차원이 다른 여유로움의 확장’이다. 이미 여유로운 차체의 공간을 활짝 열어젖히고 공간을 만끽하는 방법까지 새롭게 제시한 것. 럭셔리의 사전적 의미 가운데 하나가 ‘잉여력’이다. 즉 럭셔리 고객을 위한 제품이라면 상상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미덕인데 그것을 공간에서 보여준 것이 GV90의 출발점이다.
롤스로이스 컬리넌을 제외하고는 럭셔리 SUV 가운데 가장 긴 5.285mm의 차체 길이를 가진 GV90의 실내는 이미 매우 넓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긴 휠 베이스와 평평한 실내 바닥, 공간을 덜 차지하는 전동 파워트레인 덕분에 실내 공간은 내연 기관 모델의 상식을 넘는다. 즉, GV90은 전기차라는 태생적 특징을 ‘공간의 여유’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GV90을 처음 볼 때 가장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 요소는 아마도 네오룬 모델의 코치 도어, 즉 ‘아치 게이트’일 것이다. 열린 GV90의 아치 게이트는 공간을 완벽하게 드러낸다. 그 결정적 차이는 B 필라가 없다는 것. 롤스로이스 등의 코치 도어는 여전히 B 필라에 의해 단절된 공간이 아쉬웠는데 GV90은 완전히 해방된 것이다. 안전도에 대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겠다. 럭셔리 모델인 만큼 다양한 특허와 전기차의 구조적 강성 등으로 타협은 없다.
그리고 새롭개 개발된 슬라이딩 힌지 구조가 적용된 리어 코치 도어는 앞문에 상관 없이 언제나 여닫을 수 있어서 사용자에게 타협을 요구하지 않는다. 완벽하게 180도 회전하는 스위블링 앞시트는 네 명이 서로 마주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GV90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상징한다. 즉, 공간을 제공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이전에는 없었던 자유도를 제공함으로써 GV90은 럭셔리 클래스의 여유로운 공간을 더욱 확장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배려’다. GV90은 한국식의 환대를 이야기하는데 이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서 ‘새롭지만 낯설지 않도록’ 배려한 섬세함이다.
GV90의 섬세한 배려 가운데 두가지 대표적 사례를 떠올릴 수 있다. 첫번째는 회전식 변속 레버. GV90은 시동 버튼이 없다. 테슬라 이래로 시동 버튼이 없는 전기차는 이젠 적지 않다. 하지만 엔진 소리도 없는 전기차가 지금 가속 페달을 밟으면 실제로 튀어나지는 않을까 확신이 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보수적이고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럭셔리 시장의 고객들 중에는 더욱 그럴 확률이 높다. 최소한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 자체가 번거로울 수 있다. 그래서 GV90은 회전식 변속 레버가 12시에 있으면 주행 불가능, 오후 2시 방향 – 일상적인 컬럼식 변속기의 위치 – 에 있으면 변속 후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디스플레이의 ‘ready’같은 작은 글씨나 그래픽을 찾을 필요도 없다.
배려의 두번째 사례는 24.6인치 대형 팝업 디스플레이이다. 플레오스 커넥트가 더 뉴 그랜저와 디 올 뉴 아반떼를 통하여 첫 선을 보였다. 사용해 본 소감은 넓은 디스플레이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특히 시선 각도, 특히 상하 각도의 폭이 ccNc 등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에 비해 크다는 점이 운전중에는 불편할 때가 있었다.
특히 화면이 클 수록 그 정도가 심했다. 그런데 디스플레이가 훨씬 큰 GV90는 이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왜냐 하면 주행을 포함한 평상시에는 스크린이 9cm 내려가서 마치 23.6인치 초대형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처럼 바뀌기 때문이다. 즉, 시선의 상하 각도 변화가 크지 않다는 뜻이다. 오직 정차중 운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할 때만 전체 디스플레이를 위로 노출시켜서 24.6인치 화면 전체를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는 시선 각도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GV90은 사용자에게 새로운 환경을 강요하거나 방치하지 않고 훨씬 익숙하고 편안하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인터페이스(HMI)를 세심하게 설계한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기능이 늘어날 수록, 그리고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높아질 수록 직관적으로 잘 설계된 HMI가 사용자 경험(UX)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GV90가 럭셔리를 잘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세번째 요소는 ‘클래식한 아늑함’이다. 요즘 최고급 – 최첨단을 주장하는 모델들은 대부분 차갑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면서도 모던해야 한다는 점을 디자인에서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고 많아지는 디스플레이들은 모던하고 실내를 밝게 비추기는 하지만 포근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친환경 업사이클링 소재들도 아늑함이 강점은 아니다.
제네시스 GV90의 디자인은 우아함과 아늑함이 먼저 느껴진다.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분명 새롭고 첨단 기술이 가득하지만 먼저 다가오는 느낌은 소재의 깊이감이다. 두툼한 소재의 질감이 시각적으로도 느껴진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아늑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예리한 선이나 조형이 억제된 대시보드 디자인도 두툼한 질감을 시각화한다. 커다란 화면과 조작부 등 쨍하고 예리한 디테일들이 이미 많은 실내에는 그들을 담는 그릇이 되는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의 기본 구성품이 심플한 형태를 갖는 것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GV90의 인테리어에서 클래식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현란한 형태로 사출 가공이 가능해진 현대적 자동차와는 달리 20세기 초중반의 자동차들은 심플한 형태에 고급 소재를 두툼하게 입히는 것으로 거주성과 함께 럭셔리한 질감을 완성했다. 요즘 고급 승용차들이 시트의 형상도 화려하게 만드는 것과 달리 GV90은 시트도 두툼하고 안락하게 보이는 고전적인 디자인이다. 즉, 많은 차들이 광고 카피로는 사용했지만 최근의 자동차들은 좀처럼 구현하지 못했던 ‘달리는 응접실’의 분위기를 20세기 초중반 클래식 럭셔리의 디자인에서 착안하여 GV90는 새롭게 해석하여 구현한 것이다.
외관 디자인도 역시 클래식한 럭셔리의 이미지를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풍창연한 느낌을 직설적으로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달항아리의 곡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단아한 차체 표면, 그리고 부드러운 선에서 수직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GV90 뒷면은 차체 크기에 비해 크지 않은 뒷유리와 함께 뒤에 20세기초 클래식 럭셔리 코치의 뒷모습을 연상시킨다. 마치 당시의 자동차들처럼 여기에 트렁크를 바깥에 달아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을 정도. 그런데 이런 우아한 외모를 완성하는 것은 입체감을 차체 안쪽으로 파서 표면에 전혀 돌출되지 않는 제네시스 레터링, 역시 매끈한 차체 표면과 일체화된 라이팅 류의 디테일들도 빠뜨릴 수 없다.
자, 이렇듯 제네시스 GV90은 럭셔리 시장을 기본부터 정공법으로 학습했다. 그리고 그것을 전기차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하여 더욱 제대로 완성하는 것을 신흥 럭셔리 브랜드로의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제대로 만들었는가?’다. 학습과 전략 설정은 제품의 완성도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재의 질감은 시각적 풍성함을 넘어 리얼해야 한다. 럭셔리 마켓에서는 시각과 촉감 뿐만 아니라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크래시패드 표면 처리가 생각만큼 고급스럽지 않았고, 성형한 부직포같은 촉감의 도어 트림 패널은 속이 빈 듯 손으로 만졌을 때 소리도 고급스럽지 않았다. 좀 더 촉감은 부드럽고 청각에는 묵직한 소리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주행 질감은 무조건 매끄러워야 하고, NVH 성능도 최상이어야 한다. GV90의 성격이 정통 클래식 럭셔리이든, 심지어는 롤스로이스 블랙배지처럼 정통 럭셔리보다 역동적이고 젊은 취향이라도 구름 질감과 NVH는 최고였다. 최상의 캔바스에 물감을 얹은 유화 페인팅이 그렇듯 말이다.
첫 작품이 완벽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가장 까다로운 시장과 고객을 대하는 자세와 첫 출발은 옳았다. 그래서 제네시스 GV90에게는 더욱 기대가 가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경력 심십여년 동안 새 차를 만나서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제네시스 GV90은 오랜만에 그런 설레임을 느끼게 한 모델이다. 어려운 도전이다. 그리고 GV90이 성공한다면 럭셔리 카 시장은 빠르게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제네시스는 GV90과 함께 앞으로의 새로운 럭셔리를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글 / 나윤석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