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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부터 홍보비까지…유럽의 게임 육성 경쟁, 한국은?

2026.10.01. 1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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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게임 하나가 수천억 원을 버는 시대, 유럽의 게임 육성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게임 제작비 일부를 세액공제로 돌려주고, 초기 개발과 출시, 홍보를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흥행작과 자체 IP를 키우는 동시에 자국에 개발 인력과 투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위쳐 3’ 리마스터 출시로 다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위쳐’ 시리즈와 ‘사이버펑크 2077’을 개발한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프로젝트레드(이하 CDPR)다. 해당 스튜디오의 기술 개발에는 공적 자금이 대거 투입됐다.

CDPR의 대표작 사이버펑크 2077
CDPR의 대표작 사이버펑크 2077

게임 개발 스튜디오 CDPR을 운영하는 CD프로젝트는 2016년 폴란드 국립연구개발센터의 게임산업 연구개발 프로그램 ‘GameINN’을 통해 당시 계열사 GOG를 포함해 약 3000만 즈워티(약 106억 원)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대규모 도시 구현과 캐릭터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연출, 멀티플레이 기술 등이 지원 과제에 포함됐다. 대형 오픈월드 게임 제작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공적 지원이 이뤄진 셈이다.

여기에 게임산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GameINN’은 업계의 제안을 정부 지원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사업으로, 유럽연합(EU)의 유럽지역개발기금도 공동 재원을 제공했다. 물론 개별 게임의 흥행을 지원금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위험을 기업과 공공이 나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익이 발생한 뒤에는 세제 혜택도 이어졌다. 폴란드는 2019년 ‘IP Box’를 도입했다. 연구개발로 창출·개선한 적격 지식재산권 소득에 5% 우대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이는 게임에도 적용되며, CD프로젝트는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이 제도와 연구개발 공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회사 전체 매출에 적용되는 혜택은 아니지만, 자체 IP를 개발하고 수익을 내는 기업의 부담을 낮추는 장치다.

폴란드 정책 홍보 이미지
폴란드 정책 홍보 이미지

지원은 개발실 밖으로도 이어졌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E3와 게임스컴 참가 및 제품 홍보에도 지원이 투입됐다. ‘위쳐 3’ 확장팩 ‘블러드 앤 와인’의 콘셉트·디자인 개발과 ‘위쳐 4’의 코드명인 ‘Polaris’ 프로젝트에는 EU MEDIA 자금이 각각 15만 유로(약 2억 3100만 원) 지원됐다. 기술 개발과 창작, 해외 홍보를 여러 제도가 뒷받침한 것이다.

이러한 공공 지원 움직임은 폴란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프랑스는 세액공제와 기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국립영화영상센터(CNC)가 운영하는 비디오 게임 제작 세액공제(CIJV)는 요건을 충족한 적격 개발비의 30%를 공제한다. 한도는 기업당 회계연도별 600만 유로(약 93억 원)다. 상업 유통 목적과 문화·창작성 등의 심사를 거치므로 모든 게임의 개발비를 자동으로 돌려주는 제도는 아니다.

FAJV의 도움을 받은 33원정대
FAJV의 도움을 받은 33원정대

별도로 운영하는 게임 지원 기금 ‘FAJV’도 있다. 해당 기금의 지원 사례는 2025년 한 해를 흔든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발사 샌드폴 인터랙티브의 프랑수아 뫼리스 공동창업자는 CNC 인터뷰를 통해 2021년 말 받은 사전 제작 지원으로 퍼블리셔를 설득할 데모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초기 지원이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줄 결과물을 만들고, 본제작에 필요한 민간 자금 확보로 이어진 사례다.

아일랜드는 자체 IP의 성장 단계에 맞춰 지원을 나눴다. ‘아이리쉬 게임 펀드(Irish Games Fund)’는 프로토타입에 팀당 1만 2000유로(약 1850만 원)를 지원하고, 개발 단계에서는 최대 4개 팀에 각각 최대 5만 유로(약 7720만 원)를 지원한다. 올해는 출시 준비가 된 게임을 위한 ‘Release Fund’도 새롭게 발표했다. 다만 출시 지원의 구체적인 금액과 비용 항목은 공개된 안내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아일랜드는 별도의 게임 세액공제도 운영한다. ▲아일랜드 또는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지출한 적격 비용 ▲전체 인정 개발비의 80% ▲2500만 유로 중 가장 작은 값의 32%를 공제한다. 산술적 최대액은 800만 유로(약 123억 원)에 달한다.

영국의 2015년부터 2025년까지의 회계연도에 대한 비디오 게임 세금 감면 지급액(단위 백만 파운드)
영국의 2015년부터 2025년까지의 회계연도에 대한 비디오 게임 세금 감면 지급액(단위 백만 파운드)

영국도 올해 3년간 3000만 파운드(약 542억 원)를 투입하는 ‘게임산업 성장 지원 패키지(Games Growth Package)’를 발표했다. 이 중 2850만 파운드(약 515억 원)를 영국 게임 펀드(UK Games Fund)에 배정하고, 신생 기업에 최대 2만 파운드(약 3600만 원), 프로토타입 제작 단계에 최대 10만 파운드(약 1억 8000만 원), 게임 완성 및 스튜디오 성장 단계에 최대 25만 파운드(약 4억 5000만 원)를 지원한다. 아이디어를 시험하는 단계에서 개발사를 성장시키는 단계까지 지원을 이어가려는 방향이다.

영국 국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2025 회계연도 관련 게임 세제 지원액은 3억 9500만 파운드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수혜 기업은 560개, 관련 게임 프로젝트는 1185개이며 청구 건수는 총 1065건에 달했다.

독일은 해외 기업의 현지 개발에도 문을 열었다. 연방 게임 지원은 인정 비용을 기준으로 일반 기업 최대 25%, 중소기업 최대 45%, 스타트업 최대 50%를 지원하며, 프로젝트당 한도는 800만 유로(약 123억 원)다. 특히 이 금액은 상환하지 않는 보조금으로, 신작뿐 아니라 대규모 확장팩과 플랫폼 이식 등도 대상이다. 독일에 적법한 법인이나 지사를 둔 해외 기업도 참여할 수 있어 개발 거점 유치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게임을 완성한 뒤 알리는 비용까지 지원하는 곳도 있다. 벨기에 플랑드르 시청각기금(VAF)이 운영하는 게임 펀드는 프로젝트당 최대 7만 5000유로(약 1억 1600만 원)의 홍보 지원을 운영한다. 웹사이트와 예고편, 홍보물 제작, SNS 등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 주요 행사 참가 등이 대상이다.

다양한 지원에 나서도 있는 우리 정부
다양한 지원에 나서도 있는 우리 정부

우리나라도 유럽 못지않은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제작부터 출시까지 이어지는 지원을 운영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올해 게임콘텐츠 제작지원 공모 규모는 236억 원, 약 82개 과제다. 일반형과 기능성, 인공지능 분야로 나뉘며, PC는 단계별 최대 4억 원의 개발 지원과 2억 원의 출시 지원을, 콘솔은 3년간 개발과 출시 단계별 한도를 합쳐 최대 9억 원을 지원하는 구조다.

내년에는 지원을 더 늘릴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 예산안 편성 발표를 통해 콘텐츠 부문에 올해 예산 대비 9.5% 증가한 1조 7719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 분야 청년 인턴 지원을 10억 원에서 66억 원으로 늘리고, 세계적인 대작을 육성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게임’ 제작 지원(60억 원)을 신설한다.

또 단계별 경쟁 공모를 통한 인디게임 발굴 및 육성을 130개에서 200개로 늘리고, 중소 게임사의 입주 공간 지원도 50개사에서 70개사로 확대한다. 게임기획 지원(인디게임 지원)도 93억 원에서 138억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편 국내 게임기업은 연구개발 공제와 통합투자세액공제 등을 활용할 수 있지만, 게임 제작비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 공제는 마련되지 않았다. 9월 정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는 기획과 시나리오, 그래픽, 음향, 현지화 등 게임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창작·제작비를 현행 연구개발 공제가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세액공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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