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을 맴돌던 계산기를 끄는 순간,
비로소 진짜 휴가가 시작됐다.
0의 개수를 잊은 유토피아
올인클루시브엔 묘한 착각이 깃든다. 여행에 대한 금액을 지불했음에도, 마치 모든 것이 공짜인 것만 같은 쾌감.
우리는 대부분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지만, 여행만큼 현실적인 행위도 없다. 여행은 매 순간이 계산이다.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실 때도, 수영장에 누워 칵테일 한 잔을 주문할 때도, 흥미로워 보이는 액티비티를 마주할 때에도. 메뉴판에 붙은 0의 개수를 확인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가늠한다. 빈약한 통장 잔고를 헤아려 보고, 기어코 트러플 하몽 피자 대신 토핑 하나 안 들어간 기본 마르게리타 피자 주문한다. 그마저도 치즈 추가 옵션 앞에서 슬그머니 손가락을 거두면서. 휴가지에 도착해서도 머릿속 한구석의 작은 계산기는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그런데 올인클루시브는 그 계산을 미리 끝내 버린다. 숙박과 식사, 음료, 다양한 즐길 거리의 값을 선불하고 리조트에 들어선다. 엄밀히 따지면 ‘무료’인 건 하나도 없다. 이미 비용을 지불했으니 당연한 권리다. 그런데도 가격표가 없는 메뉴판 앞에서, 아무 때고 내게 칵테일을 내어 주는 바텐더 앞에서, 비용 걱정 없이 참여하는 액티비티의 현장에서, 무언가를 거저 누리는 듯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다.
클럽메드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다. 클럽메드가 파는 건 어쩌면 리조트 안의 모든 것을 누리는 동안 계산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매 순간 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 돈을 내고 돈의 존재감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이 역설적인 사치일지 모른다. 말하자면 ‘0의 개수를 잊은 유토피아’랄까. 여행 내내 따라붙던 ‘얼마지?’라는 현실적인 질문 하나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휴가는 제법 비현실적이게 된다. 모순적이지만 다분히 매력적인 거래다.
인도네시아 빈탄섬으로 향한 이유도 그 자유를 누려 보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는 클럽메드 빈탄(Club Med Bintan). 이 20만 평방미터의 낙원에서 할 일이라곤 오로지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 것뿐. 그건 클럽메드가 가장 자신 있게 약속하는 바이자, 휴가의 가장 원초적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클럽메드 빈탄, 어떻게 가요?
한국에서 빈탄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어 싱가포르를 경유해야 한다. 인천에서 싱가포르 창이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6시간 30분. 창이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20분간 이동해 타나메라 페리 터미널로 향한다. 이곳에서 페리를 타고 약 1시간 10분이면 인도네시아 빈탄의 반다르 벤탄 텔라니(BBT) 페리 터미널에 도착한다. 이후 차량으로 약 20분 더 이동하면 클럽메드 빈탄이다. 이동은 제법 길지만 비행기에서 차량으로, 다시 페리로 옮겨 탈 때마다 풍경이 달라져 지루할 틈은 없다. 싱가포르 및 인도네시아 입국에 필요한 전자입국카드와 비자 등은 출발 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새 옷을 갈아입은 리조트
클럽메드 빈탄에 들어서면 시선은 바다로 먼저 꽂힌다. 세상의 어느 바닷가 리조트가 안 그렇겠냐만, 남중국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2.5km의 프라이빗 해변은 너무나 정직하게 휴양지답다. 야자수와 새하얀 모래사장, 그 너머로 펼쳐진 푸른 바다. 휴식을 꿈꿔 온 여행자가 바라던, 정확히 그 풍경이다. 그 열대 그림을 배경으로 객실과 수영장, 레스토랑, 수많은 액티비티 공간이 드넓게 펼쳐진다.
그러나 지금의 클럽메드 빈탄에는 눈부신 풍경만큼이나 시선을 끄는 변화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대대적인 리뉴얼이다. 2026년, 리조트는 객실과 다이닝 공간, 가족용 편의시설을 아우르며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슈페리어룸과 딜럭스룸은 해안가의 고즈넉함을 담은 현대적인 감성으로 단장했고, 스위트룸을 포함한 전 객실의 리노베이션 역시 올가을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객실은 슈페리어, 딜럭스, 스위트 3등급으로 나뉜다. 어디서 자느냐에 따라 휴가의 호사도 달라진다. 슈페리어룸이 군더더기 없이 휴식의 기본을 갖췄다면, 딜럭스룸부터는 공간을 쓰는 재미가 더해진다. 커넥팅 룸과 테라스를 활용해 공간을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고, 특히 아이들의 비밀기지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딜럭스 테마룸’은 단순히 엑스트라 베드 하나를 더 들여 놓은 흔한 가족 객실과는 궤를 달리한다. 호사의 정점은 역시 스위트룸. 남중국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과 독립된 거실은 기본, 객실에서 즐기는 아침 식사와 턴다운 서비스, 스페셜티 레스토랑과 스파 우선 예약 혜택까지 따라붙는다.
변화는 객실 문밖에서도 이어진다. 온 가족이 한곳에서 어울릴 수 있는 ‘어메이징 패밀리 허브(Amazing Family! Hub)’에는 아케이드와 플레이그라운드, 워크숍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섰다. 파노라마 커피숍과 테라스 구르메 클럽 등 다이닝 공간도 새 단장을 마쳤다. 먹고, 자고, 노는 휴가의 모든 장면이 한층 산뜻해진 셈이다.
부모는 필드로, 아이는 키즈클럽으로
모든 리조트에는 저마다의 필살기가 있다. 이것만큼은 어디 내놔도 자신 있다는 한 방. 클럽메드 빈탄에서는 단연 ‘골프’다. 리조트에서 차로 10분이면 리아 빈탄 골프 클럽(Ria Bintan Golf Club)에 닿는다. 한국인 여행객은 물론 주말이면 바다를 건너오는 싱가포르 거주 한인들까지 이곳을 찾는 데는 이 골프장의 존재가 한몫한다.
이름값부터 만만치 않다. 골프 전설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가 설계한 27홀 챔피언십 코스로, <골프다이제스트> ‘세계 100대 코스’에도 이름을 올린 명문이다. 그러나 골퍼의 마음을 흔드는 건 화려한 이력서보다 눈앞의 풍경이다. 백미는 남중국해를 끼고 샷을 날리는 7~9번 홀. 잘 관리된 페어웨이와 제법 매서운 그린도 손맛을 더한다. 무엇보다 앞뒤 팀에 쫓길 일 없이 빼어난 해안 풍경을 벗 삼아 느긋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다만, 그린피는 올인클루시브에 포함되지 않으며 별도 비용 및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이 압도적인 구장은 이번 리뉴얼과 함께 클럽메드 빈탄이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패밀리 골프 홀리데이(Family Golf Holiday)’의 근사한 무대가 된다. 흥미로운 건 온 가족을 굳이 필드 위에 몰아넣지 않는다는 점. 부모가 그린을 공략하는 동안 아이에게는 키즈클럽에서 펼쳐지는 자기만의 하루가 기다린다. 아이에게 부모의 취미를 강요할 필요도, 부모가 아이 때문에 사랑하는 라운딩을 포기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만끽한 뒤, 저녁이면 다시 한자리에. 잠깐의 틈이 ‘함께’를 더 진하게 만든다.
클럽메드가 약속하는 ‘진짜 자유’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예약했다는 건 머릿속 질문부터 바꾸겠다는 뜻이다. ‘얼마지?’ 대신 ‘뭐 하지?’로. 클럽메드 빈탄에서는 그 선택지가 차고 넘친다. 바다에서는 카약과 패들보드를, 육지에서는 요가와 클라이밍, 테니스와 공중그네, 심지어 서커스 아카데미까지 기다린다. 특히 인근 싱가포르에서 코트 이용료만 시간당 120달러에 달할 만큼 대세 스포츠로 떠오른 파델(Padel)과 피클볼 역시 추가 비용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메인 레스토랑, 3개의 바 등 자유롭게 넘나드는 다이닝의 즐거움은 기본이다.
클럽메드 빈탄 투숙객의 75%는 가족 단위다. 그런데 가족여행에서 계산해야 할 건 돈만이 아니다. 아이와 뭘 하고 놀지, 언제쯤 낮잠을 재울지, 그사이 나는 언제 쉴지. 어른이 원하는 휴식과 아이가 바라는 휴양은 자주 엇갈리기 마련. 부모는 선베드에 가만히 누워 있고 싶은데, 아이는 5분마다 “이제 뭐 해?”라며 옆구리를 찔러 온다. 클럽메드 빈탄은 정교하게 세분화된 연령별 키즈클럽(만 2~3세부터 만 14~17세까지 4단계)으로 이 간극을 매끄럽게 메운다. 아이들은 발달 단계에 맞춘 스포츠와 창의력 워크숍, 쇼타임에 참여하며 전 세계에서 온 또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단순한 보육 공간을 넘어선, 아이들만의 전용 유토피아다.
결국 올인클루시브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항목이 무료로 포함됐느냐에 있지 않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마다 지갑 사정부터 따지지 않아도 되고, 가족 누구도 타인을 위해 자신의 휴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 그 모든 계산에서 벗어나는 순간, 비로소 클럽메드 빈탄이 약속한 ‘진짜 자유’가 시작된다.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를 바라보는 4가지 방법
클럽메드 빈탄에서 70분간 바다를 건너면 바로 싱가포르다. 완벽한 휴양 뒤에 즐기는 도시 탐방. 마리나 베이를 근사하게 바라볼 수 있는 숨은 스폿 4곳을 모았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바
NOVA
높이로 승부한다면 NOVA다. 래플스 플레이스 한복판 1 Raffles Place 63층, NOVA가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타이틀은 ‘싱가포르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바’. 사방으로 열린 360도 전망 덕분에 마리나 베이와 고층 빌딩 숲이 발아래 펼쳐진다. 여성이라면 매주 수요일에 무료입장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단, 프로모션 내용은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할 것.
빌딩 숲과 진짜 숲 사이
Funan Rooftop Garden
쇼핑몰 꼭대기에 이런 곳이 숨어 있다니. 푸난의 루프톱 가든에서는 싱가포르의 서로 다른 얼굴이 한눈에 겹쳐진다. 한쪽으로는 마리나 베이의 고층 빌딩 숲이 펼쳐지고, 고개를 돌리면 센트럴 파이어 스테이션과 그 뒤로 울창한 포트 캐닝 파크가 솟아 있다. 유리 빌딩과 오래된 건축물, 열대의 녹음이 한 프레임에 섞이는 풍경은 이곳만의 묘미다.
무료 전망대가 여기에?
Esplanade Theatres on the Bay
마리나 베이를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내려다보는 방법. 에스플러네이드 몰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무료로 개방된 루프 테라스가 나타난다. 잘 가꾼 정원 너머로 마리나 베이와 도심 스카이라인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아는 사람만 간다는 싱가포르의 숨은 뷰 맛집.
마리나 베이를 맛보는 저녁
Milli
전망에 음식까지 더하고 싶다면 내셔널 갤러리 싱가포르 옥상으로 향하자. 올해 5월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신상 레스토랑 Milli는5층 라운지와 6층 ‘Sky Dining & Bar’로 구성된 신상 다이닝·나이트라이프 공간이다. 특히 6층 야외석에 앉으면 마리나 베이 일대의 스카이라인이 식탁 너머로 펼쳐진다. 스타터는 칠리크랩 샐러드, 메인으로는 알래스칸 킹크랩 다리를 추천. 풍경만큼이나 ‘싱가포르다운’ 한 끼가 완성된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클럽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