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한만혁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과 블록체인은 금융, 경제를 넘어 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은 산업 전반의 인프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위클리크립토]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 디지털자산·블록체인 업계의 주요 소식을 전합니다.
KBW2026, 기관 중심으로 전환···국내 규제 명확성 촉구
아시아 최대 디지털자산 컨퍼런스로 꼽히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6이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개최됐다. KBW는 웹3 생태계 빌더 팩트블록이 2018년부터 주최하고 있으며, 올해는 두나무 업비트가 프레젠팅 파트너로 참여했다. 메인 컨퍼런스에서는 290명의 연사가 3개 무대에서 120개 세션을 진행했고, 참석자는 연인원 1만 2500명을 기록했다.
KBW2026은 개인 투자자 중심이던 이전 행사와 달리 기관에 대한 비중이 커졌다. 전체 연사 가운데 금융, 정책, 디지털자산 투자 및 서비스 분야 관계자가 115명으로 39.7%를 차지했다.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교보생명, 현대카드, LG CNS 등이 기관 파트너로 참여했다. 기관 대상 세션도 다수 열렸다. 톰 리 비트마인 회장은 금융자산의 토큰화와 기관 자금 유입이 디지털자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며 이더리움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모니카 롱 리플 사장은 토큰화 자산의 금융거래 활용 조건을 제시했다. 무디스, S&P글로벌, 프랭클린템플턴 관계자들은 패널 토론을 통해 기관 투자를 위한 데이터와 신용평가 체계를 논의했다.
디지털자산 제도화 방향과 규제 설계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해리 정 전 미국 백악관 대통령 디지털자산자문위원회 부국장은 미국 스테이블코인법 ‘지니어스법(GENIUS Act)’의 입법 경험을 공유했다. 브라이언 퀸텐즈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은 규제기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금융당국과 정치권을 비판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나무, 디지털엑스, 코인원 등 국내 거래소들은 원활한 사업 전개와 글로벌 트렌드 대응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금융 허브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글로벌 자본의 접근성, 원화와의 연결성, 국내 기술 및 인프라의 수출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KBW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대 위 논의는 시세가 아니라 발행, 수탁, 결제 같은 기관 금융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국내 제도는 여전히 개인 매매 시장에 머물러 있다. 현장에서 공유된 많은 인사이트와 전문가들의 제안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토큰증권 하위법규 입법예고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위한 자본시장법, 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10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 입법예고한다. 이번 개정안은 9월 4일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가 발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의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증권법 하위법규는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증권의 범위를 확대했다. 미술품, 부동산 등의 조각투자증권뿐 아니라 주식, 채권, 펀드 등 기존 정형증권도 토큰으로 발행할 수 있다. 분산원장은 전자등록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 외에 2곳 이상의 계좌관리기관이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해야 한다. 증권을 발행한 기업이 직접 투자자 계좌를 관리하는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등록 요건은 최저 자기자본 40억 원,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으로 정했다.
자본시장법 하위법규는 토큰증권의 유통 기반을 다룬다. 한국거래소 밖에서 토큰증권을 사고파는 장외거래소의 인가 단위에 기존 비상장주식,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 채무증권을 새로 추가했다. 일반투자자의 투자 한도는 장외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금액 기준 1억 원으로 정했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뒤 금융위원회 의결,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률 시행일인 2027년 2월 4일부터 적용된다. 금융위원회는 입법예고 기간 중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다. 업계 의견은 일반투자자의 연간 순매수 1억 원 한도 상향, 발행인 계좌관리기관의 최저 자기자본 40억 원 하향, 분산원장 요건 완화 등이다.
토큰증권 시장의 큰 틀은 갖춰졌다. 이제 시장의 크기를 정하는 것은 세부 기준이다. 투자 한도와 진입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충분히 사고팔 수 없으면 장외거래소에 거래가 모이지 않고, 진입 문턱이 높으면 다양한 발행인이 시장에 들어올 수 없다. 분산원장이 국내 기관 사이에서만 작동하면 해외 투자자와 글로벌 유동성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법 시행 전 충분히 반영되길 기대한다.
문페이, 한국 법인 출범···국내 금융권과도 협업
글로벌 디지털자산 결제 및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문페이(MoonPay)가 9월 29일 한국 법인 문페이 코리아를 공식 출범했다. 문페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결제·스테이블코인 인프라와 국내 금융 서비스를 연결해 해외 송금, 결제·정산, 디지털자산 글로벌 유통 등 실제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한국에서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문페이는 2019년 설립된 글로벌 금융기술 기업이다. 법정화폐로 디지털자산을 사는 온램프와 디지털자산을 법정화폐로 바꾸는 오프램프를 비롯해 스테이블코인 전환, 해외 지급,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상환, 가맹점 결제 및 정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누적 처리금액은 450억 달러(약 61조 원) 이상, 인증 이용자는 3200만 명 이상이다.
문페이가 한국을 거점으로 고른 이유는 은행과 카드사, 생활 플랫폼, 블록체인 생태계가 함께 발달해서다. 특히 유학생 해외송금, 외국인의 국내 결제, 기업의 해외 대금 지급, 국내 디지털자산의 글로벌 유통 등 국경을 넘는 자금 수요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인프라를 실제 금융 서비스로 잇는 '라스트 마일' 구축에 집중한다.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와 인허가, 등록 등 서비스별 요건을 갖춘 뒤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페이는 우리은행, KB금융그룹, 카카오뱅크 등 국내 금융사와의 협력도 공개했다. 우리은행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유통 채널을 만들고, 국내외 기업 간 지급과 정산 모델을 검증한다. 외국인이 계좌를 개설하고 환전해 본국에 송금하는 서비스도 함께 추진한다. KB금융그룹과는 온램프와 오프램프 기반 금융 인프라, 디지털자산 지갑 서비스,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유통 모델을 검토하고 해외송금과 결제 사업 기회를 함께 찾는다. 카카오뱅크와는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기술검증(PoC)을 진행한다.
문페이 코리아 출범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두고 글로벌 기업의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는 신호다. 금융권과의 협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면 이용자는 더 빠르고 저렴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규제 논의가 길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발이 묶여 있는 사이, 해외 기업은 국내 금융권과 손잡고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규제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엑스, 전략별 자산 분리 ‘서브 어카운트’ 출시
미래에셋의 디지털자산 투자 플랫폼 디지털엑스가 10월 1일 ‘서브 어카운트’ 기능을 출시했다. 서브 어카운트는 하나의 회원 계정 안에서 자산을 여러 하위 계정으로 나눠 관리하는 기능이다. 회원가입 때 만들어지는 메인 어카운트 외에 서브 어카운트를 최대 9개까지 추가해 총 10개 어카운트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여러 투자 전략을 동시에 쓰더라도 하나의 잔고와 거래내역을 함께 관리해야 했다. 서브 어카운트를 쓰면 보유 목적이나 운용 전략에 따라 투입 자산과 성과를 따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엑스는 새로운 전략을 시험하는 어카운트와 AI 에이전트별로 할당하는 어카운트를 대표적인 활용 방식으로 꼽았다.
서브 어카운트를 만들면 주문과 오픈API 요청 한도도 늘어난다. 오픈API는 이용자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거래소에 주문을 넣거나 시세를 조회할 수 있도록 개방한 연결 통로다. 한 전략에서 요청이 몰려도 다른 전략의 주문이나 조회가 영향을 덜 받아 여러 전략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다.
서브 어카운트는 별도 신청이나 수수료 없이 쓸 수 있다. 단 지금은 오픈API 이용자에게 먼저 제공하고, 이후 웹과 앱 이용자 전체로 넓힐 예정이다.
거래소들이 AI 에이전트 자동매매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다. AI 에이전트 자동매매는 이용자가 정한 전략에 따라 AI가 시세를 살피고 주문까지 대신 내는 방식이다. 업비트는 5월 AI 에이전트가 자연어 명령으로 업비트 API를 활용하도록 돕는 '업비트 스킬'을 내놓았고, 빗썸도 생성형 AI로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AI 트레이드 킷'을 선보였다. 디지털엑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 AI 에이전트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운용 환경을 만들었다. AI 에이전트별로 투입 자산을 나눠 두면 한 전략이 오작동해도 손실이 해당 계정 안에 머문다. 거래소 간 경쟁이 수수료에서 AI 자동매매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