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익숙한 맛과 새로운 경험을 적절히 섞는 것이 중요하다. 든든한 한식부터 교토식 모닝커피, 따뜻한 딤섬과 현지 이자카야까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식당 4곳을 골랐다.
여행 중 한식이 생각날 때
미나리 JR교토이세탄점
따뜻한 국물과 밥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기억할 곳이 미나리(Minari)다. JR교토역과 연결된 JR교토 이세탄백화점 11층 레스토랑가에 있어 기차를 타기 전후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기 좋다. 긴 도보 이동이 필요 없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미나리는 ‘한국의 식문화를 일본에 전한다’는 콘셉트로 제철 채소와 고기를 활용한 한국 가정식을 선보인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밥과 곁들여 든든하게 먹기 좋은 순두부찌개다. 또 삼계탕과 전, 불고기 등 익숙한 메뉴도 두루 갖췄다.
김치와 나물 같은 밑반찬은 한국처럼 무료로 제공되는 방식이 아니라 메뉴를 별도로 주문해야 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정갈하게 담긴 반찬의 맛과 품질은 비용을 지불할 만하다.
가격도 합리적인데, 평균 예산(타베로그 기준)은 점심 1,900엔(약 1만9,000원), 저녁 2,200엔 정도다. 일본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속이 더부룩한 날, 부모님의 식사 만족도를 안전하게 끌어올려 줄 한 끼다.
교토 사람처럼 시작하는 아침
오가와 커피 교토역점
부모님에게 아침은 역시 밥이지만, 여행에서만큼은 현지인의 아침 문화를 경험해봐도 좋다. 일본에서는 출근 전 커피에 토스트와 달걀, 샐러드를 곁들이는 ‘모닝’ 문화가 일상 깊숙이 자리한다. 오가와 커피 교토역점(OGAWA COFFEE 京都駅店)은 그런 일본식 아침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오가와 커피는 1952년 교토에서 시작해 ‘교토의 커피 장인’을 표방해온 로컬 브랜드다. 매장은 교토역 바로 맞은편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 특히 오전 7시부터 문을 열기 때문에 이른 기차를 타거나 본격적인 관광에 나서기 전 들르기도 좋다.
아침 메뉴로는 교토산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사용해 쫄깃하게 구운 식빵이 중심이다. 가장 무난한 선택은 토스트와 음료가 나오는 토스트 모닝. 조금 더 든든하게 먹고 싶다면 훈제연어와 샐러드를 곁들인 스페셜 모닝(토스트+커피 포함)이나 교토 포크 햄 모닝(토스트+커피 포함)이 잘 어울린다.
진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깊고 묵직한 풍미의 다크 로스트를, 쓴맛에 민감하다면 비교적 부드러운 블렌드나 카페오레를 권한다. 밥 대신 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변화가 교토 여행의 색다른 기억이 된다.
뜨끈하고, 화끈한 일본식 중식
홍콩 딤섬 시키
니조성과 산조카이 상점가를 함께 둘러본다면 홍콩 딤섬 시키(Hong Kong Dim Sum Shiki)를 식사 코스에 넣어보자. JR 니조역에서 걸어서 약 7분 거리이며, 니조성에서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1997년 일본으로 건너와 여러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홍콩 출신 딤섬 전문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직접 만든 딤섬과 친숙한 중화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여러 메뉴를 주문해 나누는 방식이 좋다. 새우찐만두와 표고버섯 슈마이, 부추를 넣은 찐만두 등으로 구성된 딤섬 모둠은 담백하고 고소해 누구나 즐기기 쉽다. 부드러운 중국식 죽인 콘지는 속이 편안하고 따뜻해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날 특히 반갑다. 여기에 매콤한 마파두부를 더하면 식탁의 균형이 잘 맞다.
볶음밥이나 홍콩식 볶음면처럼 든든하게 배를 채울 메뉴와 가성비 좋은 점심 세트도 있다. 딤섬과 볶음밥, 칼칼한 마파두부만 있어도 포만감 있는 한 끼가 완성된다. 교토에서 만나는 홍콩식 딤섬과 일본의 대중적인 중화요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로컬 이자카야에서 돌아보는 여행
스시사카바 마루후쿠 산조점
교토의 저녁을 조금 더 현지인처럼 보내고 싶다면 스시사카바 마루후쿠 산조점(寿司酒場 丸福三条店)이 좋은 선택이다. 산조카이 상점가 안에 있어 관광객을 겨냥한 화려한 식당이라기보다 동네 주민이 퇴근 후 술과 저녁을 즐기는 일상적인 이자카야에 가깝다.
메뉴 선택의 폭이 넓어 가족 구성원의 취향이 달라도 걱정이 없다. 참치와 방어, 도미, 연어 등을 담은 사시미와 초밥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채소와 새우튀김, 구이, 오늘의 추천 요리를 더하면 제법 풍성한 저녁상이 완성된다.
술을 마시지 않는 부모님에게는 자루소바나 따뜻한 소바 & 우동, 국물 요리를 식사로 주문하면 된다. 여러 요리를 조금씩 나눠 먹을 수 있어 한 가지 코스 요리가 부담스러운 가족에게 특히 알맞다.
1층은 주방의 활기와 손님들의 대화가 그대로 전해지는 전형적인 이자카야 분위기다. 조금 더 차분하게 식사하고 싶다면 아늑한 2층 좌석을 요청해보자. 친절한 직원들이 주문을 도와주는 것도 장점이다. 인기 메뉴나 제철 생선이 궁금하다면 ‘오늘의 추천’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교토+
단풍을 액자에 담는 곳
아라시야마 유사이테이
무더위가 물러나면 교토는 다시 단풍의 계절을 준비한다. 가을 교토 여행까지 약 3개월 남은 지금부터 숙소와 관람 일정을 챙겨볼 만하다. 아라시야마에서 단풍 사진이 목적이라면 아라시야마 유사이테이(嵐山 祐斎亭)를 빼놓기 어렵다.
약 800년 전 조성된 고사가·가메야마 상황의 별궁 터에 세워진 150년 된 메이지 시대 건축물이다. 과거에는 요리 료칸 ‘지도리’로 운영됐으며,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며 작품을 집필한 장소로도 알려졌다. 지금은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독자적인 염색 기법 ‘유메코로조메’를 알리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가장 유명한 장면은 둥근 창을 통해 바라보는 단풍이다. 창틀이 아라시야마의 숲을 한 폭의 그림처럼 잘라내고, 검게 빛나는 테이블에는 창밖 풍경이 수면처럼 반사된다. 실제 풍경과 반영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어 가을이면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관람료는 2,000엔인데, 단풍철에는 사전 예약이 필수다. 반들반들한 테이블에 폰이나 카메라를 붙이고 찍으면 자연스럽게 반영 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