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늘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낯선 이들과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할까. 스웨덴 관광청이 조금은 낯선 여행사를 차렸다. 이름부터 솔직한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The Introverts’ Travel Agency)’다.
여행사가 권하는 여행의 조건은 단순하다. 사람과 적당히 떨어져 있을 것,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을 것, 혼자 있을 시간이 충분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누구와 어울릴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을 것. 목적지는 스웨덴이다.
스웨덴 관광청이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 9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응답자의 41%가 자신을 내향인이라고 답했고, 45%는 내향성과 외향성이 섞인 성향이라고 답했다. 오롯이 외향인이라고 답한 사람은 14%에 그쳤다. 특히 67%는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의무’가 아니라 ‘선택’처럼 느껴지는 여행지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한국 여행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고다의 ‘2026 트래블 아웃룩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인의 가장 큰 여행 동기는 ‘휴식’으로, 응답률 66%를 기록했다. 독특한 문화 체험과 적은 인파, 자연과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최근에는 아예 ‘콰이어트케이션(Quietcation)’, 조용한 환경에서 쉬는 여행까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스웨덴은 왜 내향인의 여행지가 됐을까?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 심리학 부교수이자 공인 심리학자인 ‘마티아스 룬드베리(Mattias Lundberg)’는 내향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언제, 어떻게 다른 사람과 교류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적 압박이 적고 개인 공간이 충분하며, 필요할 때 사람들과 거리를 둘 수 있는 환경이 에너지를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일상은 이런 방식과 제법 닮아 있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침묵을 불편해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을 불필요하게 방해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예의로 받아들여진다. 굳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아도 되고, 버스에서도 옆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혼자 있고 싶은 사람에게 굳이 말을 걸지 않는 것. 어쩌면 이것이 스웨덴식 배려일지도 모른다.
자연으로 눈을 돌리면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낮은 인구 밀도와 광활한 자연 덕분에 여행객은 굳이 정해진 관광 코스를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 스웨덴에는 누구나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알레만스레텐(Allemansrätten), 자연향유권’이라는 오랜 관습적 권리가 있다. 타인의 토지라도 일정한 조건 아래 자연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제도다. 꽃과 버섯, 베리류를 채집하거나 자연 속에서 야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스웨덴에서의 여행은 이런 식이다.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여행.
스웨덴 관광청이 공개하는 이번 캠페인 영상도 이런 설정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의 가이드가 등장해 스웨덴 여행 상품을 소개하고, 이어지는 짧은 스케치에서는 버스 좌석에 한 사람씩 앉거나 대화를 최소화하는 등 개인의 공간을 존중하는 스웨덴의 문화를 익살스럽게 보여준다. 북적이는 관광지와 빡빡한 일정에 지친 여행객에게는 꽤 솔깃한 여행 상품이다. 여행에서 꼭 친구를 사귈 필요는 없다. 꼭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다. 때로는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풍경만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일 수도 있으니까. 스웨덴 관광청의 ‘내향인을 위한 여행사’ 캠페인 영상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공식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글 강화송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