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전자제품 소비가 고가 제품 중심에서 실용적인 제품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구매에 앞서 제품을 조사하고 비교하는 기간도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채널 구매가 일반화되고 AI 챗봇과 AI 어시스턴트가 새로운 제품 탐색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최종 구매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제품군을 비교하고 선택하려는 경향도 뚜렷했다.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 크리테오가 발표한 ‘2026 가전 및 전자제품 소비 트렌드(Consumer Electronics Pulse 2026)’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국내 가전·전자제품 시장에서는 트래픽이 감소한 상황에서도 전환율과 판매량은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전 세계 수백 개 브랜드 및 리테일러의 커머스 데이터와 6200명 이상의 글로벌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판매량 늘었지만 평균 주문액 9% 감소
2026년 2분기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커머스 데이터에서는 트래픽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반면 전환율은 7%, 판매량은 3% 증가했다.
판매 건수가 늘어난 것과 달리 소비자가 한 번 주문할 때 지출하는 평균 주문 금액(AOV)은 9% 감소했고 전체 매출도 6% 줄었다. 크리테오는 이러한 흐름이 소비가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제품이나 부품·소모품 등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제품군별 판매 흐름에서도 차이가 컸다. 1구 휴대용 인덕션 판매량은 42%, 블렌더는 37% 증가했다. 반면 데스크톱 컴퓨터 판매량은 49%, TV는 26% 감소했다.
쇼핑 이벤트에 따른 수요 변화 역시 제품 종류마다 달랐다.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전체에서는 11월 3일 판매량이 10월 기준점보다 39% 증가하며 가장 높은 관측 시즌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부 생활가전은 상승 폭이 훨씬 컸다. 정수기 및 필터는 11월 11일 기준 485% 증가했고, 가습기는 11월 3일 426%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쇼핑 행사가 모든 전자제품에 동일한 방식으로 영향을 주기보다 제품의 특성과 구매 시점에 따라 수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소비자 77% “구매 결정까지 최소 1주”
제품 구매에 걸리는 시간도 길었다. 국내 소비자의 77%는 첫 제품 검색 이후 실제 구매할 제품을 결정하기까지 최소 1주일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검색을 시작한 뒤 구매까지 2주 이상 걸린 소비자는 46%로 글로벌 평균 39%보다 높았다. 제품을 검색한 당일 구매를 마친 소비자는 5%에 그쳤다.
특히 앱과 웹을 함께 이용할수록 구매 여정이 길어지고 조사 범위도 넓어졌다. 글로벌 기준 앱과 웹을 모두 거친 구매 여정은 평균 32일로, 웹만 이용한 구매 여정보다 2배 이상 길었다.
앱과 웹을 오간 소비자는 구매 과정에서 평균 2.7개 브랜드의 10개 SKU를 확인했다. 웹에서만 구매 과정을 진행한 소비자는 평균 1.9개 브랜드에서 6개의 SKU를 살펴봤다.
가격과 사양, 기능 등 제품별 비교 요소가 많은 가전 및 전자제품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구매에 앞서 정보를 검증하고 대체 제품을 비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쓰고 있는 셈이다. 앱까지 활용하는 소비자는 비교 대상 브랜드와 제품 수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온라인·오프라인 넘나드는 구매…마켓플레이스 이용 62%
구매 채널도 한곳에 집중되지 않았다.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구매자의 31%는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했고 56%는 온라인 채널을 이용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한 소비자는 13%였다.
세부 채널에서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한 비율이 62%로 나타났다. 브랜드 공식 웹사이트를 이용한 비중은 31%, 플래그십 스토어 등 브랜드 직영 매장을 이용한 비중 역시 31%였다.
제품 검색부터 비교, 체험,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다양한 접점을 오가는 만큼 브랜드 입장에서는 특정 온라인몰이나 매장 하나의 성과만 분석하기보다 전체 구매 여정을 연결해 살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자제품 구매자 절반 이상 AI 활용…최종 선택은 ‘직접’
AI도 전자제품을 찾고 비교하는 새로운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구매자의 53%는 구매 과정 가운데 일부에서 AI 챗봇이나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평균인 48%보다 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데이터에서는 2026년 상반기 챗GPT를 통해 제품 상세 페이지로 들어온 방문 비중이 전통적인 검색을 통한 유입 비중의 약 2배를 기록했다. 크리테오에 따르면 가전 및 IT 분야 고객사 대부분에서도 매월 최소 1건 이상의 챗GPT 경유 판매가 발생했다.
다만 AI 활용 증가가 곧 AI 추천에 대한 전적인 의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AI를 이용하는 국내 소비자 가운데 58%는 AI가 추천하거나 소개한 제품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 61%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국내 소비자의 41%는 전체 제품군을 직접 살펴본 뒤 자신이 원하는 기준으로 제품을 필터링하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평균 39%보다 높은 수치다. 개인화된 제품 추천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28%, 전문가가 선별한 제품 리스트를 선호한다는 비율은 23%였다.
AI를 제품 탐색과 정보 수집에 활용하면서도 최종적인 비교와 선택 과정은 직접 수행하려는 국내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반영된 결과다.
김도윤 크리테오 코리아 대표는 “국내 가전 및 전자제품 구매자들은 더욱 신중해지고 있는 동시에 구매 여정 또한 훨씬 다변화되고 있다”며 “소비자는 리테일러와 채널 전반에 걸쳐 제품을 비교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넘나들며 제품을 탐색하고 평가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면서도 최종 선택은 직접 내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는 커머스 데이터에 기반한 크로스 채널 및 풀퍼널(Full-funnel) 전략과 함께 정확한 제품 정보와 연관성 높은 경험으로 구매 여정의 모든 단계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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