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53번지에 자리한 르노의 글로벌 플래그십 공간 '데필레 르노 더 카워크(Défilé Renault® the carwalk)'는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장과 첫인상부터 달랐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 53번지에 자리한 르노의 글로벌 플래그십 공간 '데필레 르노 더 카워크(Défilé Renault® the carwalk)'는 일반적인 자동차 전시장과 첫인상부터 달랐다. 신차를 평면에 나란히 세우는 대신 과거의 역사적 모델과 미래 콘셉트카, 현재 판매하는 전동화 차량이 하나의 곡선형 구조물을 따라 행진하듯 배치됐다.
현지시간으로 11일 오전 찾은 이곳은 샹젤리제 거리와 바로 맞닿아 있어 접근성이 뛰어났다. 유리 파사드 너머로 차량과 대형 디지털 스크린이 자연스럽게 노출돼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보행자의 시선까지 끌어들였다. 실내로 들어서면 관람객은 마치 패션쇼의 캣워크를 따라 이동하듯 완만하게 상승하는 동선을 걸으며 르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데필레'는 프랑스어로 퍼레이드 또는 행진을 뜻한다. 영문 명칭인 '카워크'는 패션쇼 무대인 캣워크에서 가져왔다. 자동차를 고정된 전시물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패션쇼에 등장한 모델처럼 디자인과 시대적 의미를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공간 전체에 반영됐다.
'데필레'는 프랑스어로 퍼레이드 또는 행진을 뜻한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특히 전시 주제에 따라 역사적 콘셉트카와 미래 모빌리티, 현재 판매 차량이 함께 배치된 구성이 이색적이다. 오래된 차량을 별도 구역에 격리하거나 최신 모델만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자동차가 같은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이곳 전시의 중심에는 전기차와 전동화 기술이 자리했다. 차량을 따라 곡선을 걷다 보면 르노가 과거 소형차와 모터스포츠에서 구축한 브랜드 정체성을 전동화 시대에 어떤 방식으로 재해석하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를 한자리에서 바라보기보다 높이와 각도가 달라지는 동선을 통해 측면과 전면, 실내를 연속해서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기존 쇼룸과 구분된다.
이곳의 역사는 1910년 5월 23일 루이 르노가 샹젤리제에 첫 쇼룸을 열면서 시작됐다. 자동차가 대중에게 여전히 낯설었던 시기에 더 많은 사람에게 차량을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장소였다. 이후 1946년 '4CV'와 1956년 '에뚜알 필랑트', 1980년 'R5 터보' 등 르노를 대표하는 모델이 이곳을 거쳐 갔다.
이곳의 역사는 1910년 5월 23일 루이 르노가 샹젤리제에 첫 쇼룸을 열면서 시작됐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공간의 역할 역시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르노는 1962년 방문객이 자동차와 함께 머물 수 있는 '펍 르노'를 선보였고, 2000년에는 전시와 문화 행사, 콘셉트카 및 신기술 발표를 결합한 '아뜰리에 르노'로 전환했다. 약 3년간의 재건축을 거쳐 2025년 9월 17일 다시 문을 연 데필레 르노는 판매를 위한 쇼룸보다 브랜드의 역사를 체험하는 문화 공간에 가깝다.
프랑스 건축가 프랑클린 아지가 설계한 내부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서킷에서 영감을 얻은 상승형 곡선 구조가 중심을 이룬다. 전체 면적은 2260㎡이며 공중에 구현된 구조물의 길이는 170m에 달한다. 이를 지지하는 75개의 서스펜션 케이블과 185㎡ 규모의 유리 파사드, 157㎡의 몰입형 스크린이 차량 전시와 하나로 연결된다.
금속 구조물의 차가운 인상은 우드 격자와 화이트 플라스터, 유리, 쿼츠 콘크리트 소재가 중화한다. 차량을 관람하는 공간과 머무는 공간을 분리하지 않은 설계 덕분에 관람객은 전시를 보다가 자연스럽게 멈춰 쉬거나 다른 방문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프랑스 건축가 프랑클린 아지가 설계한 내부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서킷에서 영감을 얻은 상승형 곡선 구조가 중심을 이룬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내부에는 차량과 콘셉트카를 전시하는 쇼룸 외에도 방문객이 모여 식사와 휴식을 즐기는 '아고라', 르노의 라이프스타일 제품과 미니어처를 판매하는 '디 오리지널스 스토어', 샹젤리제 거리와 연결된 카페가 마련됐다. 전시와 상업, 문화 및 커뮤니티 기능을 하나의 공간에 담은 구성이다.
한편 르노는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샹젤리제에 진출했으며 현재 이 거리에 남아 있는 유일한 자동차 제조사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의 중심이 온라인과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116년 된 장소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데필레 르노 더 카워크는 자동차를 몇 대 더 전시하기 위한 대형 쇼룸이 아니었다. 방문객이 직접 길을 따라 걸으며 르노의 역사와 디자인, 전동화 전략을 순서대로 경험하도록 설계된 입체적인 브랜드 전시관이었다. 파리 한복판에서 자동차가 걷고 사람이 그 뒤를 따라가는 듯한 공간은 '카워크'라는 이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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