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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40년 전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

글로벌오토뉴스
2026.10.12. 09:51:32
조회 수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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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40년3개월 전이었던 1986년 7월에 그랜저의 1세대 모델이 출시됐습니다. 당시에 그랜저는 현대자동차 브랜드로 나온 첫 최고급 승용차였습니다.

그 시기에 현대자동차는 대형 최고급 세단으로 독일 포드에서 부품을 들여와 생산한 그라나다(Granada) 승용차가 있었고, 준대형급으로는 영국 포드에서 들여온 코티나 마크(Cortina Mk) V 등이 있었는데, 모두 포드(Ford) 배지를 달고 있었기에 그랜저는 현대자동차 브랜드로 시판되는 첫 대형 최고급 승용차였습니다.



그렇지만 그랜저는 현대자동차의 완전한 독자 모델, 또는 고유모델은 아니었고 현대자동차의 기술제휴 기업이던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된 차량이 원형이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랜저의 원형 모델 미쓰비시 뉴 데보네어(New Debonair)의 파워트레인과 내/외장 디자인, 그리고 일본 내수시장을 위한 우측 운전석 차량의 개발은 미쓰비시가 맡고, 현대자동차는 좌측 운전석으로의 변경 설계와 개발, 그리고 우리나라 판매용 국내 사양의 디자인 개발을 분담했다고 합니다.



1세대 그랜저의 전장ⅹ전폭ⅹ전고는 4,865ⅹ1,725ⅹ1,450(mm)에 휠베이스는 2,735mm로서, 당대에는 국산 승용차 중에서는 가장 긴 차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크기는 현재의 7세대 그랜저의 전장 5,035~5,050mm, 전폭 1,880mm, 전고 1,460mm 보다 길이는 185mm 정도 짧고, 폭은 155mm 좁고, 높이는 10mm 낮으며 휠베이스는 7세대 그랜저의 2,895mm보다 160mm 짧은 것입니다.



1세대 그랜저는 4기통 1,997cc 가솔린 엔진을 가로 탑재한 앞 바퀴 굴림 방식의 차량이었으며, 이후 1988년에 4기통 2,400cc엔진, 1989년에는 V 형 6기통 3,000cc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출시됩니다.



1새대 그랜저의 앞 바퀴 굴림 방식 플랫폼(그때는 플랫폼이라는 개념 대신에 샤시-chassis-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은 현대자동차의 첫 앞 바퀴 굴림 방식 중형 승용차 고유모델 Y2 쏘나타에도 쓰이게 됩니다. 물론 현재의 7세대 그랜저를 비롯한 오늘날 현대자동차의 모든 차량 엔진이나 플랫폼은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것이지만, 당시에 국내 자동차 기업은 엔진과 구동계통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온 기술을 쓰던 때였습니다.



한편, 이 글을 준비하면서 1세대 그랜저의 실내 레이아웃이나 차체 4면도를 다시 확인해 보려고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웹 서핑을 하다 보면, 일본에서 뉴 데보네어 카탈로그를 촬영해 일본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 있기는 했지만, 카탈로그에 인쇄된 도면은 명함보다도 작은 크기이어서 해상도와 정밀도가 극히 낮았고, 대강 펼쳐놓고 찍은 것이어서 왜곡돼 있는 데다가 차량의 실내 공간 패키지 레이아웃 같은 건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알려진 차체 제원을 바탕으로 차량을 직접 관찰해 4면도와 실내 패키지 레이아웃을 다시 작성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1세대 그랜저의 4면도와 실내를 살펴보니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서양 성인 남성 95백분위(SAE 95%ile)의 신체 크기, 대략 신장 185cm 남성 기준으로 충분한 무릎과 머리 공간이 확보된 크기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 공간은 동양인에게는 당연히 훨씬 여유 있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차체 4면도를 보면 1세대 그랜저가 일명 ‘각 그랜저’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차체의 평면도가 정말 사각형 도시락 형태를 연상시킬 정도의 네모 형태이고, A-필러와 C-필러도 지붕의 꺾인 모서리를 강조한 형태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1세대와 7세대 그랜저의 측면 뷰 사진과 차체 형태, 패키지 레이아웃 등을 같이 놓고 보면, 40년동안 차체 형상이 매우 유연하게 변화돼 온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중반의 차체 디자인은 직선적 형태에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하는 경향이 유럽과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었지만, 미국의 차들은 여전히 각을 세우는 경향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차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조형 감성과 기술적 지향점이 지역과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편, 1세대 그랜저의 차체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당시의 직선적 경향의 미국식 대형 세단과 비슷한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뒤쪽 휠 아치를 강조하지 않고 웨이스트 라인 몰드가 뒤 범퍼까지 직선으로 연장된 디자인으로 마감돼 있어서 당대의 뷰익이나 캐딜락이 연상되는 형태입니다.



C-필러에 있는 쿼터 글라스도 캐딜락이나 링컨 콘티넨탈 등 대형 세단의 이미지입니다. 이 쿼터 글라스는 다른 이름으로 오페라 글라스(opera glass)라고도 하며, 유럽의 오페라 극장의 구조에서 유래한 것이면서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 중심 이미지를 강조하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1세대 그랜저의 원형 모델 뉴 데보네어(New Debonair)의 사진을 보면 국산 차량보다 차체 자세가 약간 낮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원형 모델 데보네어와 국내 모델 그랜저의 최고급 사양에는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돼 있었지만, 당시의 도로 사정 등을 고려해 20mm가량 전고를 낮출 수 있는 기능이 국내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한편, 1세대 그랜저의 차체 폭은 국내 모델은 1,725mm 한 가지 사양밖에 없었지만, 일본 판매 차량에는 측면의 몰드를 얇게 적용해 좌우에 각각 15mm를 줄여서 1,695mm 차체 폭과 더 짧은 범퍼를 적용한 이른바 ‘5넘버 차량’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자동차세 구분 기준에서 1,700mm이상의 차체 폭과 4,700mm 이상의 길이를 가진 승용차는 번호판 첫 숫자가 3으로 시작되는 ‘3넘버 차량’으로 분류해 더 비싼 세금을 내는 제도 때문으로, 이에 일본에서는 그 과세 제도를 회피하면서 택시 수요를 충당 등의 목적으로 차체 폭을 좁혀서 개발한 ‘5넘버 차량’이 데보네어 뿐 아니라 도요타의 일본 국내용 고급승용차 크라운에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부터 일본에서 이 제도가 사라지면서, 1992년에 출시된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가 공동 개발한 2세대 뉴 그랜저(L2)는 차체 폭이 1,810mm로 대폭 넓어지게 됩니다.



물론 지금 7세대 그랜저의 차체 폭은 1.880mm로서 대폭 넓어졌던 2세대 그랜저보다도 70mm 더 넓습니다. 게다가 1세대 그랜저와 7세대 그랜저와의 차체 폭 차이는 무려 155mm입니다.



1세대 그랜저는 1986년 7월부터 2세대 뉴 그랜저 출시 직전인 1992년 9월까지 6년 2개월동안 우리나라에서 9만 2천 571대가 판매됐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같은 기간동안 약 2만대 정도만 팔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다섯 배 가까이 많이 팔린 것입니다.

2세대 뉴 그랜저 역시 현대자동차와 미쓰비시 공동 개발됐지만, 3세대 XG 그랜저부터는 현대자동차의 독자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개발되면서 현재의 7세대 그랜저까지 역사가 이어집니다. 지금은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세단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F-세그먼트 G90이 있고, E-세그먼트 그랜저는 이제는 가족용 세단으로 ‘국민고급승용차(?)’처럼 돼서 우리나라에서 매달 약 1만대가량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랜저의 1세대는 당대에는 국산 최고급 승용차였기에,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는 아니었지만, 그런 특징은 지금의 그랜저에는 40년의 역사와 전설로 남아 있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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